판문점 도끼 만행 50주기…“평화는 지켜내고 쟁취하는 것”

유엔군사령부가 18일 경기도 파주 캠프 보니파스에서 ‘판문점 8·18 도끼 만행 사건 50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사진= 유엔군사령부 페이스북)

50년 전인 1976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군이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살해한 이른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으로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는데요. 사건 50주기를 맞아 유엔군사령부와 한미 장병, 그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현장에서 이들을 추모했습니다. 김현숙 기자가 보도합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1976년 미군 장교 2명이 북한군의 공격으로 숨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 50년을 맞았습니다.

유엔군사령부는 18일 경기도 파주 캠프 보니파스에서 ‘판문점 8·18 도끼 만행 사건 50주기 추모식’을 열었습니다.

스콧 윈터 부사령관은 긴급 상황으로 참석하지 못한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 사령관을 대신해 추모사를 낭독했습니다.

윈터 부사령관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깊은 상실의 아픔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유엔군사령부와 미한동맹은 유가족들을 가장 깊은 존경의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시 사건은 “잔혹하고 고의적인 폭력행위”였다고 지적하고, 평화는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지키고, 싸워 쟁취해야하는 것”이며, 때로는 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유엔사 장병들은 여전히 그들이 있던 곳에 서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50년 전인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미국 육군 아서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 배럿 중위는 북한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경비중대장이었던 보니파스 대위와 소대장인 배럿 중위는 유엔군사령부 초소 사이의 시야를 가리던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북한군이 나타나 작업 중이던 미국과 한국 장병들에게 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 도끼와 몽둥이 등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두 미군 장교가 숨지고, 한국군 장교 1명을 포함해 미한 병사들이 크게 다쳤습니다.

당시 사건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반도에서 미군이 직접 연루된 가장 심각한 충돌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한반도가 전쟁 위기로 치달았고, 공동경비구역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 분할 경비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미국은 즉각 오키나와와 아이다호주, 괌에서 즉각 F-4, B-52 등 항공기를 발진시켜 무력시위를 전개한 후 문제의 미루나무를 1997년 8월 21일에 베어냈습니다.

북한 측은 유엔군 측이 허가없이 나무를 찍기 시작했다고 주장했고, 당시 김일성도 미군의 계획적 도발사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야만성으로 인해 세계 여론이 악화되고 유엔군 측의 무력 시위가 이어지자 결국 김일성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또 사건 당시 대위와 중위였던 두 사람은 소령과 대위로 1계급씩 추서됐으며, 미군 기지는 보니파스 소령을 기리기 위해 ‘캠프 보니파스’로 이름이 바뀌었고, 배럿 대위의 이름도 인근 시설에 남아 있습니다.

올해 50주년 추모식에는 보니파스 소령과 배럿 대위의 유가족들이 함께 참석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보니파스 소령의 손자, 손녀인 브래디와 딜런 남매는 할아버지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소개하며, 할아버지는 당시 위험한 비무장지대에서 복무하면서도 자신이 지휘하는 장병들의 안전을 가장 걱정했던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배럿 대위의 조카인 스테이시 애덤스는 군이 위기 상황에서 능숙하고 전문적으로 임무를 수행하지만, 때로는 한 명의 대원을 잃기도 한다며, “한 사람이 쓰러지면 나머지 대원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서로를 지켜주지만, 그 한 명의 부재를 깊이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추모식 이후 미루나무 자리 근처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로 이동해 기념비에 헌화하며 고인을 기렸습니다.

보니파스 소령과 배럿 대위는 자유의 최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도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는 같은 깃발 아래, 같은 용기로 비무장지대의 핵심 지역을 지키는 임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현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