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항공사가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정기 항공 노선을 운항 중인 사례가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러시아 민항기의 북한 영공 이용이 확대되는 조짐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 시각 13일 오후 11시 45분, 북한 상공에서 민간 항공기 한 대가 포착됐습니다.
항공기 추적 서비스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 지도에 표시된 이 항공기는 러시아 극동 지역 항공사인 오로라항공의 에어버스 A319 여객기. 편명 HZ4694를 달고 러시아 사할린의 유즈노사할린스크를 출발해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정기편입니다.
이 항공기는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남서쪽으로 비행한 뒤 북한 동북부를 통해 북한 영공에 진입했습니다.
이어 함흥과 개천, 안주 일대 상공을 지나 서해 쪽으로 북한 영공을 빠져나간 뒤 중국 상하이로 향했습니다.
약 5시간 뒤에는 반대 방향의 항공편도 북한 영공에서 포착됐습니다.
상하이를 출발해 유즈노사할린스크로 돌아가는 오로라항공 HZ4695편이 서해 쪽에서 북한 영공으로 진입한 뒤 북한 내륙을 가로질러 러시아 방향으로 비행한 겁니다.
VOA가 이 노선의 운항 기록을 확인한 결과, 오로라항공은 지난 7월 2일 유즈노사할린스크와 상하이를 잇는 정기노선을 처음 운항한 이후 매주 목요일 한 차례씩 항공편을 띄웠습니다.
오로라항공도 이 노선이 7월 2일부터 주 1회 운항되며 에어버스 A319 기종이 투입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로 지난달 2일과 9일, 16일, 23일과 30일에 이어 8월 6일과 13일까지 모두 7차례 운항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들 항공편은 매번 운항 때마다 북한 영공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 민간 항공사가 북한 영공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는 지난해 11월 러시아S7항공 여객기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국 상하이로 향하면서 북한 영공을 통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확인된 오로라항공은 S7에 이어 북한 영공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또 다른 러시아 항공사인 셈입니다.
그동안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국제 민간 항공편은 많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항공기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지도에서는 북한 상공에 민간 항공기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 주변 국가와 달리 북한 지역만 비어 있는 모습이 자주 관측됩니다.
특히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의 항공사들도 북한 영공을 직접 가로지르기보다는 중국 영공이나 북한 서쪽 해상을 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기존 S7에 이어 오로라항공의 신설 정기노선까지 북한 영공을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근 밀착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서 민간 항공 분야의 영공 이용도 확대되는 것인지 주목됩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각국이 자국 영공을 관리하고 항로를 지정하거나 제한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특정 지역을 비행할지 여부는 안전과 위험 요소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각국의 영공을 통과하는 항공편에는 항공교통 관제 등 항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사용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ICAO도 국제 항공에 제공되는 항행 서비스에 대한 각국의 요금 부과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러시아 항공편에도 항행 서비스 이용에 따른 요금이 부과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북한에 외화 수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오로라항공이 실제 북한 측에 얼마의 통과료를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