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역외가공’ 대중 수출 40% 육박…중국 주문생산 비중 높아

북한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가는 조중친선교(압록강 철교)를 트럭들이 지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과 중국 간 무역에서 중국 기업의 원료 등을 북한에서 가공한 뒤 다시 중국으로 들여오는 ‘역외가공’ 방식의 거래가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중국 기업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가공하는 형태의 무역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중 수출 상당 부분이 중국 기업의 원료 등을 받아 가공하는 ‘역외가공’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가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 세부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이 북한산 물품의 수입, 즉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역외가공으로 분류한 금액은 1억4천94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북한의 전체 대중 수출액 3억6천834만 달러의 약 38%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역외가공은 중국 기업이 원료나 부품 등을 북한으로 보내 가공한 뒤 완제품을 다시 중국으로 들여오는 방식입니다. 가발처럼 중국에서 원료를 공급하고 북한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 즉 OEM 방식의 거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역외가공 거래 가운데서는 가발과 인모 제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북한은 이 기간 가발과 인모 제품을 약 9천만 달러어치 중국으로 다시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손목시계 무브먼트가 1천501만 달러, 합성섬유로 만든 가짜 수염·눈썹·속눈썹 등이 684만 달러, 교육용 마네킹이 541만 달러, 장난감 동물이 480만 달러로 뒤를 이었습니다.

또 신발 갑피와 부품이 393만 달러, 낚싯바늘이 384만 달러, 가방과 용기가 251만 달러 상당이 중국으로 수출됐습니다.

이처럼 한 국가의 수출에서 역외가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일반적인 무역 구조가 아닙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베트남의 경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대중 무역에서 역외가공이 차지한 비중은 1%에도 못 미쳤고, 미얀마와 몽골도 사실상 미미한 수준에 그쳤습니다.

반면 북한의 수출품 10개 중 4개가 중국의 하청을 받아 제조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에는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역외가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산 섬유·의류 등의 수출을 금지하는 대북 제재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역외가공 방식의 거래 비중은 크게 높아졌고, 2018년에는 25%까지 상승했습니다.

이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져 2024년에는 전체 대중 수출의 절반을 넘는 수준까지 높아졌지만, 최근에는 텅스텐 정광 등 일반무역 수출이 소폭 늘면서 그 비중이 다소 낮아졌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은 “이런 형태(역외가공)의 사업을 하려면 중국과 북한의 기업인들이 서로 오가면서 거래 조건을 조율해야 하고, 정해진 사양과 품질에 맞춰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도 직접 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북한의 기업인들이 과거보다 훨씬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아직 큰 규모는 아니고 사업이 형성되는 단계지만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브라운 연구원은 이같은 북한과 중국 기업의 협력이 북한 정부가 강조하는 ‘자력갱생’과는 “상당히 반대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