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에 대한 국제 보고서를 계기로 외화벌이 노동자의 실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국제 보고서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죠.
기자) 네, 미국, 한국, 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16일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 및 불법 외화벌이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최소 17개국에 3만 5천 600명에서 최대 10만 1천 280명 규모의 노동자를 파견해 지난해 4억 5천만 달러에서 8억 달러의 돈을 번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해외 파견 외화벌이 노동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선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해외에 파견되는 노동자들은 일반 주민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해외에서 일하면 달러나 위안화를 만질 수 있기 때문에 가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탈북민을 면담해 작성한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노동자 선발 과정에서 수백, 수천 달러의 뇌물이 오간다고 합니다.
진행자) 외화벌이 노동자가 되려면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기자) 가장 중요한 것은 출신 성분, 토대입니다.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 노동자의 사촌 이내까지 성분을 검토하고 친인척 중에 정치범 수용소나 교화소에 들어간 사람이 있으면 탈락시킨다고 합니다. 지난 2019년 북한 내 수출피복공장에서 일했던 한 탈북민은 중국 파견을 희망했으나 한국에 친척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진행자) 성분 검토를 통과하면 그다음에는 어떤 심사나 절차를 밟나요?
기자) 탈북민들에 따르면 다섯 단계의 심사를 받습니다. 먼저 본인이 소속된 기업소의 당위원회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당비서에게 200달러 정도의 뇌물을 바친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추천 문건이 작성되면 당중앙위원회 해외 파견과에서 심사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20~50달러 정도 돈이 필요합니다. 심사가 끝나면 해외 파견과 간부부장이 결정을 하는데 여기서도 50달러 정도 뇌물이 들어갑니다. 이어 신체검사를 거쳐 중앙당이 최종 비준을 하는데, 여기서도 50~100달러 정도 뇌물을 바쳐야 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매 심사 단계마다 뇌물을 바쳐야 하는군요. 이런 과정을 거쳐 중국이나 러시아, 중동 등지에 파견되는데, 노동환경은 어떤가요?
기자) 미국 국무부의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상당히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선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데요. 북한 노동자들이 하루 12시간~16시간 일하고 일부 사례는 20시간 일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북한 노동자는 여권을 북한 관리자에게 압수당하고 지속적이고 밀착된 감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북한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은 본인이 제대로 사용하나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임금의 대부분을 북한 당국이 가져간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는 외국의 고용주가 노동자 임금을 북한 정부에 지급하고 북한 당국이 총임금의 70~90%를 가져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노동자가 받는 돈은 10~3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또 일부 노동자의 경우 3년 계약을 마치고 북한으로 귀국할 때까지 임금을 관리자가 보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과는 별도로 돈을 상납해야 한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무부 보고서에 실제로 그런 사례가 나오는데요. 국무부의 2022년 북한 인권보고서는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게 북한 당국이 ‘충성자금’(loyalty funds)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노동시간은 오히려 늘고 소득은 줄었는데도 충성자금 납부는 계속됐고, 이후에는 평양의 5만 세대 주택 건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충성자금을 더 내라는 지시까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임금을 뺏기고 또 상납까지 해야 한다면 노동자는 돈을 얼마 벌지 못할 것 같은데요?
기자) 한국 통일부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3년까지 러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외화벌이 노동자로 일한 탈북민이 있는데요. 그는 러시아에서 1년에 100달러밖에 벌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2022년까지 러시아에서 일했던 탈북민은 아파서 하루를 쉬면 100달러를 월급에서 제했으며, 300달러 월급에 5일을 쉬면 500달러를 제하기 때문에 빚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일만 한다니 사실상 노예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미국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 국무부는 실제로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이 ‘강제노동(forced labor)’ 상태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 당국의 정책에 따라 관리되고 보안요원들의 감시를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보복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가 일을 거부하거나 탈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이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촉구하는 내용이 있나요?
기자) 미국은 그동안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개선 조치를 촉구해 왔습니다. 국무부가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해외 노동자에 대한 국가 주도의 강제노동을 중단할 것, 노동자의 이동과 통신을 감시하지 말 것, 노동자의 임금을 북한 정부가 갈취하지 말 것, 그리고 공정한 임금을 지급할 것 등입니다. 한마디로 해외에 나간 북한 노동자에게 노동을 선택할 자유와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진행자) 뉴스 동서남북, 북한의 해외 노동자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