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힌 소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국정원이 언제, 어디서 그런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 한국 언론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9월 1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대해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김주애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차기 지도자로 조기 각인시키려는 목적이 크다”고 보고했습니다.
진행자) 국정원이 김주애에 대해 “후계자 내정 단계에 들어갔다”고 판단했다면, 그럴 만한 근거가 있겠죠?
기자) 네, 국정원이 어떤 근거에서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김주애의 공개 활동이 ‘아버지를 따라다니는 딸’이라는 동행 수준을 넘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선 김주애의 공개 활동이 크게 늘었습니다. 김주애가 처음 등장한 것이 2022년이었는데요, 그해 김주애의 공개 활동은 2회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에는 10회, 2024년에는 12회, 2025년에는 15회, 그러다 올해 2026년에는 1월~8월 기간 중 26회를 기록했습니다. 공개 활동 횟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진행자) 김주애의 공개 활동 횟수가 증가한 것 못지않게 어떤 분야에서 공개 활동을 했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주목되는 것은 김주애의 공개 활동 70%가 군사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들어 김주애는 무기 시험과 군사 훈련뿐만 아니라 구축함 진수나 취역식 같은 군사 행사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군과 관련된 김주애의 이미지(영상)도 자주 공개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북한은 2월 27일 가죽 코트를 입은 김주애가 저격수용 보총(소총)을 조준 사격하는 단독 사진과 영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또 3월 19일에는 평양 제60훈련기지에서 열린 군사 훈련 현장에서 김주애가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탱크에 탑승해 직접 운전·조종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김주애에게 군사적 영도자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여기서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최근에는 저격용 소총을 쏜다든지 신형 탱크를 조종한다든지, 군사적 행보를 넘어 군사적 능력을 보여주는 단계까지 왔다, 결과적으로 군 통솔력을 보여주는 단계까지 왔다.”
진행자) 이와 별도로 북한 노동당 이론지에 ‘후계자론’이 실렸다는데, 이것은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화제가 된 것은 2025년 3월에 발간된 북한 노동당 이론지 ‘근로자’입니다. 논설이 실렸는데 제목이 ‘조선노동당은 영도의 계승 문제를 빛나게 해결한 위대한 당’입니다. 그러면서 “혁명의 위업을 끝까지 완수하기 위해서는 수령의 영도를 대를 이어 계승해야 한다”는 후계자론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나이나 연로함이 아니라 수령에 대한 무한한 충실성과 혈통의 순수성이 계승의 본질’임을 피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문건을 노동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4대 세습의 사상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게재된 문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나이가 42살로 아직 젊고, 김주애는 13살밖에 안 된 청소년인데, 왜 벌써부터 후계자를 내정하려는 것일까요?
기자)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과거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인해 불과 2~3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준비하고 권력을 잡았습니다. 이로 인해 집권 초기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하는 등 상당한 국정 혼란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해 후계자 수업을 하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다시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의 말 들어보시죠.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김정은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권했기 때문에 초기에 대규모 유혈 숙청이 있었거든요. 거기에 비해 김주애는 더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간의 후계자 수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진행자)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문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키 170cm, 체중 140kg의 초고도 비만인데다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쓰러지더라도 권력 공백이나 권력 암투가 일어나지 않도록 ‘차기 영도자는 김주애’라는 것을 미리 공식화해 놓는다는 겁니다.
진행자)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려면 최소한 북한의 당·정·군 간부들이 4대 세습을 수용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기자) 어려운 문제인데요. 전문가들은 북한의 당정군 간부들이 권력 세습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는 여자가 4대 세습을 통해 지도자가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김주애 후계 체제를 밀어붙일 경우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의 말 들어보시죠.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북한에서는 법 위에 헌법이 있고 헌법 위에 당 규약이 있고 당 규약 위에 김정은 말, 결정이 있습니다. 또 북한에서 김씨 일가 외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한다는 것은 상상을 못 하기 때문에, 김주애가 권력을 승계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다.”
진행자) 김주애도 공식 직책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체제에서 실질적인 후계자가 되려면 당 중앙위원회나 국방 관련 핵심 기구의 공식 직책을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김주애는 현재 13살로 공식 직책을 맡기에는 아직 어립니다. 따라서 현재 북한은 공식 직책을 주기 전 단계로, 최고 지도자에 준하는 의전 격상, 호칭 부여, 군사와 경제 현장 현지지도 동행 등을 통해 차기 지도자로서 상징성을 먼저 각인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김주애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당대회나 당대표자회를 통해 첫 공식 직책을 부여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뉴스 동서남북, 오늘은 국정원이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후계자 내정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힌 소식을 살펴보았습니다.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