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쌀값 폭등…‘고물가-고환율 시대’

  • 최원기

북한 원산 외곽에서 북한 농민들이 일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있습니까?

기자) 북한의 쌀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쌀값이 어느 정도 올랐는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한국의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8월 1일 평양에서 쌀 1㎏은 4만 5천 원에 거래됐습니다. 이 매체는 북한의 쌀값이 4만 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최초라고 밝혔습니다. 올 1월 초 북한의 쌀값은 1만 8천 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7개월간 무려 150% 오른 겁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북한 양강도에서 쌀 1㎏ 가격이 3만 7천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진행자) 옥수수(강냉이) 가격은 어떻습니까?

기자) 옥수수(강냉이)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 1일 평양에서 옥수수 1㎏ 가격은 1만 5천200원을 기록했습니다. 1월 초 시세인 3천 900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약 290% 오른 겁니다.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7월 31일 옥수수 1Kg가격이 9천200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 쌀값이 왜 이렇게 가파르게 오른 것일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요인이 겹쳐 쌀값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계절적 요인입니다. 북한에서 4월~6월은 보릿고개입니다.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쌀과 옥수수를 거의 다 소비하고 새로 알곡을 거두려면 9월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따라서 7~8월은 밀, 보리, 감자 등으로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쌀값이 오른 것은 보릿고개의 여파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뭔가 구조적인 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좋은 지적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지난 2014년~2019년 기간 중 쌀 가격은 1kg에 5천 원, 그리고 환율은 1달러에 8천 원 선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4년 하반기부터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1분기에 8천 30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2025년 1월에 2만 2천 원, 이어 2026년 4월에 7만 100원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환율이 2년간 무려 377%나 오른 겁니다.

진행자) 환율이 오르는 바람에 쌀값도 따라 올랐다는 것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시장에서 환율은 쌀값과 매우 강한 정비례 관계에 있습니다. 환율이 올라 북한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쌀값이 치솟는 경향이 있는데요. 여기서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 연구원장의 말 들어보시죠.

권태진 /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 연구원장
“농사를 지으려면 온갖 자재를 수입해야 합니다. 비료, 농기계, 자재를 북한이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수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면 쌀 생산비가 올라갑니다. 쌀값이 올랐다는 것은 생산비가 올랐다는 것인데, 이것은 북한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그렇습니다.”

진행자) 환율 외에도 어떤 요인이 있을까요?

기자) 양곡전매제와 양곡판매소 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양곡전매는 개인이나 장마당 상인이 쌀과 옥수수를 사고파는 것을 금지하고 북한 당국이 직접 식량의 수매·유통·판매를 전담하는 겁니다. 또 양곡판매소는 북한 당국이 직접 주민들에게 식량을 판매하는 국영 식량 매장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협동농장에서 쌀을 비싼 가격에 사서 양곡판매소에서 판다면 쌀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다시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 연구원장의 말 들어보시죠.

권태진 /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 연구원장
“양곡판매소는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것인데요. 양곡판매소에서 공급하는 쌀은 협동농장으로부터 구입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협동농장에서 쌀을 비싸게 구입한다면, 이것은 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죠.”

진행자) 쌀값이 이렇게 4만 원을 넘으면 돈 없는 근로자들은 어떻게 먹고살죠?

기자) 현재 평양의 쌀값이 kg당 4만 5천 원입니다. 따라서 월급을 8만 원 받는다고 치면, 쌀을 고작 1.7kg밖에 사지 못합니다. 4인 가족이 먹고살려면 하루 2kg의 쌀이 필요하고, 한 달이면 60kg의 쌀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받은 월급으로 전부 쌀을 사도 하루이틀 만에 떨어지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은 월급에만 의존해서는 절대 생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거나 텃밭(소토지) 농사, 수공업 등을 하면서 살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쌀값과 환율이 이렇게 오르면 빈부격차는 한층 더 심해질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환율 상승과 쌀값 폭등은 단순히 물가가 오르는 문제를 넘어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화, 중국 위안화를 가진 당 간부, 돈주, 무역일꾼들에게는 최근의 물가 오름세와 환율 폭등이 재산이 불어나는 기회가 됩니다. 반면 외화가 없는 일반 노동자, 농민, 도시 하층민들은 한층 더 가난해지는 상황이 됩니다.

진행자) 전망이 어떻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합니다.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활성화하지 않는 한 기존의 쌀값 폭등, 환율 폭등, 물가 폭등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북한의 쌀값 폭등 원인과 전망을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