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북한이 중소형 수력발전소 건설에 나섰다는 소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전력난에 관한 얘기군요. 어디서 이런 보도가 나왔나요?
기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한 내용인데요. 북한 당국이 각지에서 중소형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입니다. 강원도에서는 이천2호 군민발전소와 회양2호 군민발전소를 건설 중이고, 자강도에서는 신규 중소형 발전소 건설을 위한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또 평안남도에서는 덕천발전소, 함경남도에서는 함흥청년2호발전소 건설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중소형 발전소가 완공되면 '수만㎾' 발전 용량을 새로 확보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전력을 많이 생산하려면 대형 수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가 효율적일 텐데, 굳이 ‘중소형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북한이 중소형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대형 화력발전소나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방으로 보내려면 배전망과 전력망이 잘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 전력망이 심각하게 노후화되어 송전 과정에서 전력의 30%가 손실됩니다. 따라서 기존 방법으로는 지방의 공장, 농촌,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기가 어려워지자 ‘지역별로 알아서 전력을 해결하라’는 자력갱생 방침에 따라 중소형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겁니다.
진행자) 대형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자금과 설비가 많이 들 텐데요. 자금 문제도 있겠죠?
기자) 맞습니다. 대형 발전소를 지으려면 상당한 자금과 시멘트, 자재, 대형 터빈 발전기가 필수적입니다. 반면 중소형 발전소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재와 자금,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강제 노동력 동원(속도전)으로 빠르게 건설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중소형 수력발전소의 단점이라면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가장 큰 단점은 겨울철에는 전력 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북한의 겨울은 매우 춥습니다. 중소형 수력발전소는 대개 조그만 하천에 짓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수량이 줄거나 얼어붙을 경우 발전소 가동이 중단됩니다.
진행자) 일종의 고육지책이라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북한 정권이 추진하는 지방 발전 정책을 지원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은 2024년부터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년 20개 지방 시·군에 식료공장, 생필품 공장, 병원 등을 동시에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장을 만들더라도 전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설비가 멈춰 서는 ‘빈껍데기 공장’이 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지방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중소형 발전소를 세우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중소형 수력발전소 추진을 ‘과거의 낡은 정책 재탕’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북한 에너지 전문가인 한반도경제협력원(KECI) 김경술 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경술 / 한반도경제협력원(KECI) 연구위원
”북한이 사실 김일성 시대부터 계속 추진해 온 정책이거든요. 하다마다, 하다마다 몇 번 반복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현지에서 전력을 생산해 지역에서 사용하기 위해, 아주 조그만 수력 자원이 있는 지방 곳곳에 설치하기 때문에, 그런 발전소를 추진하는 겁니다.”
진행자)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중소형 수력발전소를 만든다고 시끄럽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직후부터 북한은 전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중소형 발전소 건설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습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6천~7천여 개의 소형 발전소를 만들었는데요. 대부분 조그만 하천을 이용했기 때문에, 겨울철이나 봄가을 가뭄 때에는 용수 부족으로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또 전문 설계나 설비 없이 지어졌기 때문에, 100 kW 미만의 '전구 몇 개 켜는 수준'의 소형 발전소가 많았습니다. 그 결과 잦은 고장과 낮은 발전 효율을 보여 그 뒤로 대부분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문제의 핵심은 중소형 발전소가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여부인데요?
기자) 전문가들은 중소형 발전소가 전력난을 해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합니다. 워낙 발전 규모가 작아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다시 김경술 연구위원의 말 들어보시죠.
김경술 / 한반도경제협력원(KECI) 연구위원
“발전력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방 마을이나 공장에 조금 도움이 될 뿐이지, 지역 수요를 충당하는 데 쓰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봅니다.”
진행자) 끝으로 북한의 전력 사정을 한번 정리해 주시죠.
기자) 북한의 연간 총발전량은 240억~260억 kWh 수준에 머물러 있어, 한국(5천800억~6천억 kWh)의 20분의 1 수준입니다. 발전량의 약 6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존합니다. 이로 인해 봄 가뭄이나 겨울철에는 발전량이 급감합니다. 또 송배전 선로가 노후화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송전 과정에서 약 30% 이상 누전, 또는 손실됩니다. 이런 이유로 공장 가동률은 30%에 불과하고 평양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 주민은 아직도 하루 4시간 정도 전기를 사용하는 실정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북한이 중소형 수력발전을 추진하는 배경과 전망을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