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조상진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있습니까?
기자) 최근 ‘북한 주민들도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예약하고 음식을 배달시킨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요, 오늘은 실제로 이걸 누릴 수 있는 북한 주민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뭐가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 주민들도 스마트폰을 활용한다’는 보도,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북한의 최신 스마트폰을 직접 입수해 분석한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은행 앱과 여성 건강관리 앱이 깔려 있고, 전자지갑으로 택시 예약과 음식 배달까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보편적인 북한 주민들도 이렇게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국제전기통신연합 집계로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 건수는 약 635만 건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SMA 인텔리전스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북한의 이동통신 가입이 전체 인구의 29.5%에 해당한다고 집계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휴대전화 전체를 통틀어서 사용률이 30%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진행자) 스마트폰만 따로 보면 어떻습니까?
기자) ‘워싱턴포스트’는 기사에서 전체 가입자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 비중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국 통일부가 지난 2023년 9월 낸 탈북민 3천415명 심층 면접 조사를 보면, 평양 주민의 휴대전화 보유율은 71.2%인 반면, 국경 지역은 31.1%, 지방은 36.0%에 그쳤습니다. 평양과 지방의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진행자) 그럼 인터넷 사용률은 어떻습니까?
기자) 더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리포털 집계로는, 지난해 말 기준 북한 인구의 99% 이상이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인터넷 접속이 안되는 한 스마트폰도 제 구실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죠.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대 후반, 미국이 80%대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워싱턴포스트’가 소개한 편리한 스마트폰 생활은 결국 누구의 이야기인 건가요?
기자)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산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가 인용한 여행사 관계자의 관찰 자체가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의 목격담입니다. ‘38노스’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삼흥·만물상·흰눈·전성 등 최소 여섯 개의 전자지갑 앱이 평양 시내 상점과 노점에서까지 쓰이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 관찰도 어디까지나 평양이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겁니다.
진행자) 사용률은 그렇다치더라도, 북한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결제를 장려하는 거 같은데, 왜 그런 걸까요?
기자) 바로 그 질문에 ‘38노스’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이 정확한 답을 내놨습니다. 전자결제 도입이 주민에게는 편리함을 주겠지만, 북한 당국에는 실질적인 이익을 준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모든 전자 거래가 기록되기 때문에 소매상에 대한 세금 징수가 쉬워지고, 국가가 물가를 감시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주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큰 감시의 문을 열어주는 셈이며, 디지털 결제 하나하나가 특정 시간과 장소에 그 사람을 묶어놓아, 이미 심하게 감시받는 삶에 또 하나의 층을 더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전자화폐 환율도 국가가 정한다고요?
기자) 네. ‘38노스’에 따르면 외화 예치금은 '외화원'이라는 가상화폐로 전환되는데, 이 환율은 1달러에 약 110외화원으로 국가가 정하며 실제 시장 환율과는 무관하게 고정돼 있습니다. 결제 시스템 전체가 국가 통제 아래 있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결국 스마트폰 활용 장려는 북한 정권의 통제 강화 목적에도 부합할 수 있다는 분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팀슨센터의 또 다른 연구는, 북한의 스마트폰과 같은 원격 시스템을 외부 세계가 흔히 기술적으로 낙후됐다거나 선전용이라고 치부하지만, 실제로는 노동력 관리와 사상적 통제를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국가 인프라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이마저도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고 개인용 컴퓨터나 스마트폰 보급이 제한적인 지역에서는 여전히 접근이 크게 제약된다고 짚었습니다. 결국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라, 국가의 통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실제로 감시 기능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면서요?
기자) 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북한 스마트폰에 화면을 무작위로 캡처하는 감시 앱이 필수로 깔려 있다고 밝혔고, 영국 ‘BBC’는 지난해 밀반출된 폰을 분석해 5분마다 자동으로 화면이 캡처되고 특정 단어가 자동 검열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자체 인권보고서에서, 북한 국가보위성이 휴대전화 통신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정리하면 접근의 격차, 국가의 이익, 그리고 감시, 이 세 가지가 모두 겹친다고 볼 수 있겠군요.
기자) 정확히 그렇습니다. 북한의 스마트폰 생활은 인구의 일부, 그것도 평양에 집중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제한된 접근조차, 미국 전문가의 분석대로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국가에는 세금 징수와 물가 통제, 주민에게는 감시라는 대가를 함께 지우는 구조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북한 스마트폰·전자결제 보급의 실제 규모와 그 이면의 국가 통제를 짚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