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북한 외교망 재편] 외교채널 복원 본격화…비핵화·제재 이행 요구는 그대로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위치한 북한 영사관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코로나 국경 봉쇄로 위축됐던 외교망을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남미에서 다시 잇고 있습니다. 새 대사 부임과 공관 재가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은 외교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비핵화와 인권, 제재 이행 요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모든 유엔 회원국의 대북 안보리 결의 이행 의무를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스웨덴과 인도네시아, 오스트리아에 새 대사를 보내 신임장 제정을 마쳤습니다. 평양에서는 스웨덴 외교관들이 복귀했고, 폴란드는 코로나 기간 중단됐던 공관 업무를 제한적으로 재개했습니다. 브라질 상원은 새 주북한 대사 지명안을 승인했습니다.

“북한 공관, IAEA·CTBTO 관여에 도움될 수도”

북한의 경학민 신임 오스트리아대사는 지난 7월 1일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외교부는 VOA의 관련 질의에 이를 정례적인 대사 교체로 설명했습니다. 다만 현지 북한 공관이 비확산 외교의 접점이 될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외교부] “The DPRK’s diplomatic presence in Vienna could be conducive to the necessary engagement by the DPRK with the Vienna-based IAEA and CTBTO.”

“오스트리아 주재 북한 공관이 북한과 빈에 본부를 둔 국제원자력기구(IAEA)·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이의 필요한 관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핵 안전조치·검증과 핵실험 금지·검증을 둘러싼 접촉 가능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북한은 1994년 IAEA 회원국에서 탈퇴했고,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으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는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오스트리아 외교부는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가 요구하는 모든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 기타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또 “IAEA와 전면 협력하고 NPT와 포괄적 안전조치협정 준수 상태로 복귀해 추가의정서를 발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오스트리아 외교부] “The DPRK should fully cooperate with the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and return to full compliance with the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 and with its Comprehensive Safeguards Agreement and bring into force the Additional Protocol.”

이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모라토리엄을 복원하며, CTBT에 서명·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외교부] “Furthermore, the DPRK should refrain from testing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re-establish its pre-existing commitments to a moratorium on all missile launches and nuclear tests, and sign and ratify the CTBT.”

“코로나 이전 관여 수준으로의 복귀일 수도”

북한의 김철해 신임 스웨덴대사는 지난 5월 22일 칼 16세 구스타프 국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했습니다. 스웨덴 외교부는 VOA에 북한이 수십 년간 스톡홀름에 공관을 유지해 왔다며, 대사 교체는 정례적인 외교 관행이라고 설명하고 김 대사의 부임을 환영했습니다.

[스웨덴 외교부 공보실] “The departure and arrival of new Ambassadors is a regular feature of diplomatic practice. The DPRK has had a continuous diplomatic presence in Stockholm for several decades. We welcome the arrival of a new Ambassador.”

최근 북한의 외교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이전 관여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웨덴 외교부 공보실] “What we see now is perhaps a return to pre-pandemic levels of engagement globally.”

스웨덴은 코로나 기간 평양에서 외교관들을 철수했지만 현지 직원들이 대사관을 유지했으며, 2024년 9월 외교관들이 복귀했습니다. 폴란드도 같은 해 11월 평양 공관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스웨덴 외교부는 “관점이 분명히 다른 사안일수록 외교적 소통 채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스웨덴 외교부 공보실] “The importance of having diplomatic channels of communications becomes particularly clear as the world around us changes, not least on matters where we clearly have very different points of view. Russia’s aggression against Ukraine is a case in point.”

이어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는 모든 스웨덴 외교정책의 핵심이며, 모든 수준과 양자관계에서 이를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스웨덴 외교부 공보실] “Human rights, democracy, and the rule of law is at the core of all Swedish foreign policy and something we emphasize at all levels and in all of our bilateral relations.”

EU “유엔·인도주의 기구 복귀도 허용해야”

EU 대변인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점진적인 외교적 재관여”로 평가하면서도, “유엔 기구와 더 폭넓은 국제 인도주의 공동체의 복귀를 허용해 코로나 이전 상황을 더 복원하고, 북한 내 인도주의적 필요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EU 대변인] “The EU has taken note of the DPRK’s gradual diplomatic re-engagement in recent years. We call on the DPRK to further restore the pre-COVID situation by allowing for the return of UN agencies and the wider international humanitarian community to the DPRK, to contribute to addressing humanitarian needs in the country.”

이어 평양 주재 회원국 대사관들이 “가능한 범위에서 북한과의 외교채널을 열어두는 데 기여하며, 이를 통해 우려 사안에 명확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EU 대변인] “The presence of a number of EU Member State embassies in Pyongyang contributes to keeping open diplomatic channels with the DPRK to the extent possible. This allows to pass clear and firm messages on issues of concern.”

EU와 회원국들은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 현안을 정기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질 “관여가 특정 정책 지지는 아냐”

브라질 외교부는 VOA에 상호주의와 현지 정보 파악을 평양 공관 유지의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외교적 관여는 특정 정책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정기적인 외교채널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브라질은 미주에서 평양에 대사관을 운영하는 몇 안 되는 나라로서 현지 공관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더 가까이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라질 외교부] “Engagement does not imply endorsement of any specific policy, but rather the maintenance of regular diplomatic channels… Brazil is one of the few countries in the Americas with an Embassy operating in Pyongyang. The presence of a Brazilian mission allows Brazil to follow developments on the Korean Peninsula more closely.”

브라질 상원은 지난 4월 28일 리카르두 프리무 포르투갈의 주북한 대사 지명을 승인했지만, 실제 평양 부임 여부는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브라질 외교부는 또 “유엔 안보리 결정을 전면 준수하며, 북한과의 모든 접촉과 구상, 잠재적 협력은 유엔 안보리가 수립한 대북 제재 체제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에 따라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 외교부] “Brazil fully observes the decisions of the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Any contact, initiative or potential cooperation with the DPRK is assessed in accordance with Brazil’s international obligations, including the sanctions regime established by the UN Security Council.”

이어 “군축과 비확산, 인권, 국제법 존중에 관한 브라질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으며 적절한 무대에서 제시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라질 외교부] “Brazil’s positions on disarmament, non-proliferation, human rights and respect for international law are well known and are expressed in the appropriate forums.”

다만 구체적인 대북 접촉 내용과 향후 협력 구상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시 열리는 외교망, 다시 부각되는 제재 책임

북한의 외교망 복원은 주재국의 제재 이행 책임도 다시 부각시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제재 회피나 결의 위반을 돕는 북한 외교관과 정부 대표의 추방을 요구하고, 공관·영사관 인원 감축을 촉구하며, 공관별 은행 계좌 제한과 외교용 부동산의 비외교적 사용 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2023년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최은정이 탄도미사일 생산에 쓰이는 이중용도 베어링 주문을 조율했다며, 북한이 외교공관과 무역사무소 관계자들을 해외 조달망에 활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재가 양자관계에 직접 영향을 준 사례도 있습니다. 영국이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를 제재하자 북한은 부임한 지 한 달가량 된 문명신 대사를 소환하고, 제재 해제 때까지 양국 관계를 대사대리급으로 낮췄습니다.

미국 “모든 유엔 회원국, 대북 결의 이행 의무”

미 국무부는 북한의 외교망 확대와 각국의 대북 외교관계 유지에 대한 VOA의 질의에, 모든 유엔 회원국은 북한 관련 안보리 결의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항들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 “All UN Member States are obligated to implement the legally binding provisions of the DPRK-related UNSCRs.”

각국과 북한 사이의 구체적인 접촉에는 논평하지 않겠다면서도, “각국 정부가 자국의 주권적 이해와 우려에 관한 사안을 다루도록 권장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 “We are not in a position to comment on the specific nature of interactions between other countries, but we do encourage governments to engage on matters of sovereign interest and concern.”

이어 “많은 나라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북한이 직접 개입한 데 대한 미국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 “Many countries share President Trump's desire to see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and the U.S. concern of DPRK's direct involvement in the Russia-Ukraine conflict.”

국무부는 또 “미국은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 “The United States remains open to dialogue with North Korea without preconditions.”

고위급 교류는 러시아·중국에 집중

북한이 유럽과 중남미에서 외교망을 복원하는 가운데, 고위급 교류는 러시아와 중국에 집중됐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은 지난 19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2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상과 제3차 전략대화를 열었습니다.

중국과도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에 이어 박태성 내각총리와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상호 방문이 이어졌습니다. 양측은 정상 간 합의 이행과 정치·경제·문화 협력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다만 양측의 공개 발표에는 북한 핵 프로그램이나 비핵화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아세안과의 접촉도 재개됐습니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지난 5월 평양에서 최 외무상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초청했습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방북 뒤 북한이 러시아와 훨씬 가까워졌고 중국은 여전히 필수적인 상대라면서도, 미국과 한국, 일본과 의미 있는 소통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징후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제33차 ARF는 23일 마닐라에서 열렸지만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외교 접촉이 확대되는 가운데, 오스트리아는 북러 협력이 비확산 노력을 훼손한다고 우려했고, EU는 양국에 안보리 결의 위반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러시아, 전쟁 지원 대가로 비핵화 입장 바꿔”

오스트리아 외교부는 VOA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대한 지원을 얻는 대가로 2024년 이후 북한 비핵화에 관한 입장을 바꿔 수십 년간 이어진 비확산 노력을 훼손하고 있는 데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오스트리아 외교부] “Austria expresses its deep concern about Russia’s shift of position on the DPRK’s denuclearisation since 2024, which undermines decades-long non-proliferation efforts in exchange for support for its war of aggression against Ukraine.”

또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인권 기록 등 국제적 우려를 양자·다자 채널에서 계속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경학민 대사에게 직접 전달했는지와 북한 공관과 IAEA·CTBTO 사이에 새로운 접촉이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EU도 북러 군사협력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아니타 히퍼 EU 외교안보정책 대변인은 VOA에 “양국의 군사협력 심화는 러시아가 평화에 관심이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라며, 북한에 의존하는 것은 러시아의 취약성과 고립, EU 제재의 효과를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아니타 히퍼 / EU 외교안보정책 대변인] “Russia’s deepening military cooperation with North Korea sends a clear message: Russia is not interested in peace… Relying on a country like North Korea reflects Russia’s actual weaknesses, isolation and the effectiveness of EU’s restrictive measures against Russia.”

또 다른 EU 대변인은 “러시아와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중단하고, 북한은 러시아의 불법적인 전쟁 지원을 멈춰야 한다”며 “EU는 압박 유지를 위해 유사 입장국과 국제사회와 계속 긴밀히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U 대변인] “The EU reiterates its strong call on both Russia and the DPRK to cease their violation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urges the DPRK to stop providing support to Russia’s illegal war efforts. The EU will continue coordinating closely with like-minded partners and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maintain pressure in view of this objective.”

“북한 외교, 포스트 팬데믹·포스트 비핵화 전략”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관은 북한의 외교망 재가동을 단순한 코로나 이후 정상화가 아니라 “포스트 팬데믹이자 포스트 비핵화 전략”으로 규정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관] “North Korea’s current diplomatic strategy is both a post-pandemic, post-denuclearization strategy.”

사일러 전 담당관은 이 전략이 2019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예고됐으며, 북한이 제재 완화나 외부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자력갱생으로 버티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노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외교망 복원도 핵 프로그램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원칙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전략의 가장 큰 성과는 핵 프로그램과 제재를 관계 발전의 장애물로 삼지 않는 러시아에서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관] “The greatest success has been with Russia, of course, which is willing to ignore the nuclear program and sanctions in its improved relations with North Korea.”

중국에서는 러시아와 같은 수준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베이징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비핵화를 사실상 정책 목표로 다루지 않는 것은 부분적인 성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관] “It has not achieved such success with Beijing, but partial credit may be given for allowing denuclearization to de facto be ignored as a policy objective even without Beijing’s verbal blessing of Kim’s nuclear status.”

반면 유럽과의 관계에서는 핵과 인권 문제가 완전한 관계 회복을 어렵게 하는 마찰 요인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관] “Repeated calls from EU countries, for example, where both the nuclear issue and human rights are likely to not be ignored, will prove to be irritants to a complete revival of DPRK-EU relations to pre-COVID levels.”

사일러 전 담당관은 러시아의 지원과 중국의 묵인이 이어지는 한, 북한이 비핵화를 요구하는 국가들과의 외교를 후순위에 둘 유인도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교의 문은 다시 열리고 있지만, 북한의 외교 상대국들은 관여가 북한 정책에 대한 지지를 뜻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외교관계의 복원과 별개로 비핵화와 제재 이행, 인권에 관한 요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