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아메리카 250] 미국의 11번째 연방 공휴일, 준틴스 기념일

지난 2020년 6월19일 애틀란타 조지아에서 준틴스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관련 소식 전해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 김미옥 기자와 함께합니다.

진행자, 기자: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언젠가부터 미국 달력에 조금은 낯선 공휴일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준틴스(Juneteenth)’인데요, 준틴스는 2021년, 미국의 11번째 연방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오늘은 다가오는 준틴스가 어떤 날인지 소개드리겠습니다.

진행자: 5년 전 준틴스가 처음 연방 공휴일이 됐을 때, ‘휴일이 하나 더 생겼네, 어떤 날이지?’ 했던 기억이 나는데, 준틴스, 이름부터 조금 낯선데 설명해주시죠.

기자: 준틴스는 June, 즉 6월과 Nineteenth, 19일을 합친 말입니다. 1865년 6월 19일, 연방군 고든 그레인저(Gordon Granger) 장군이 약 2천명의 병력과 함께 텍사스주 갤버스턴에 도착했습니다. 고든 장군은 연방 명령 '제너럴 오더 넘버 3 (General Order No. 3)'을 발표하며 ‘텍사스의 모든 노예는 자유인이다’라고 선언했는데요, 준틴스는 텍사스주 노예들이 자유의 몸이 됐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전달된 날입니다.

진행자: 1865년 6월이면 남북전쟁이 사실상 끝난 뒤였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남북전쟁은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Robert E. Lee) 장군이 1865년 4월 항복했고, 마지막 주요 남군 부대도 5월 말 항복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준틴스는 남북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끝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인거죠. 게다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준틴스 2년 반 전인 1863년 1월 1일에 이미 ‘노예해방선언’을 발표한 상태였습니다.

진행자: 링컨 대통령이 이미 노예해방을 선언했고, 남북전쟁까지 끝났는데도, 텍사스주는 여전히 노예가 남아 있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텍사스는 주요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연방군의 통제가 늦게 미쳤습니다. 그래서 텍사스의 노예들은 이미 자유의 몸이 됐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노예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1776년 7월 4일이 미국이 영국으로 부터 독립한 날이라면, 준틴스는 자유의 소식이 노예들에게 실제로 전달된 날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준틴스를 미국의 ‘두번째 독립 기념일(America's Second Independence Day)’로 부르기도 합니다.

진행자: 준틴스가 전국적인 공휴일이 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죠?

기자: 맞습니다. 준틴스는 오랫동안 텍사스주와 남부 지역 흑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어 온 지역 축제였습니다. 텍사스주가 1980년에 가장 먼저 준틴스를 공식 주 공휴일로 지정하긴 했지만, 오랫동안 전국적인 관심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이 미국 전역을 뒤흔들면서 준틴스를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힘을 얻었습니다. 결국 2021년 미 의회가 관련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켰고, 준틴스가 미국의 11번째 연방 공휴일이 됐습니다.

진행자: 준틴스를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준틴스의 할머니(Grandmother of Juneteenth)’라는 유명한 분이 있죠?

기자: 네. ‘준틴스의 할머니’로 불리는 오팔 리(Opal Lee) 할머니인데요, 올해 99살입니다. 텍사스 출신의 교육자이자 인권운동가입니다. 지난 2016년, 아흔 살의 고령에도 준틴스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워싱턴 DC까지 도보 행진을 시작해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노예 해방 선언이 발표되고도 실제 자유를 얻기까지 '2년 반(2.5년)'이 걸린 세월을 상징하며 매일 2.5마일, 즉 약4킬로미터씩 걸었는데요, 이 걸음이 수백만 명의 지지를 이끌었고, 결국 2021년 연방 공휴일 지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준틴스의 할머니, 오팔 리 할머니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4년, 미국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훈장인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준틴스를 상징하는 기념 공원도 그 유래가 무척 감동적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이맨시페이션 공원(Emancipation Park)’인데요, 연방 명령 '제너럴 오더 넘버 3 가 선언되고 7년 뒤인 1872년,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목사가 된 잭 예이츠(Jack Yates)를 비롯한 흑인 공동체 지도자들이 뜻을 모아 약 4만 제곱미터의 땅을 구입했습니다. 축구장 5개가 넘는 규모인데요, 당시에는 흑인들이 공원과 휴양시설을 이용할 때 차별과 제약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 손으로 준틴스를 기념할 공간을 만들자’ 며 돈을 모아 공원을 조성했습니다. 노예 신분에서 막 벗어나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자유를 기념할 터전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에맨시페이션 파크’를 조성했고, 이곳은 지금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준틴스 기념 유적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히 건국 25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준틴스 행사가 어느 때 보다 더 주목받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준틴스가 시작된 텍사스 갤버스턴에서는 ‘텍사주의 모든 노예는 자유인이다’고 선언했던 ‘제너럴 오더 넘버 3’ 낭독하는 역사 재연 행사와 퍼레이드가 열리고요, 워싱턴 디씨에서는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박물관’을 중심으로 특별 전시와 대형 야외 블록파티가 진행됩니다. 또 뉴욕과 애틀랜타, 시카고 같은 주요 도시에서도 음악회와 문화 축제가 열립니다. 준틴스 행사에 가보면 빨간색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데요, 붉은색 음료와 케이크, 수박, 딸기 디저트 등이 대표적이죠. 이 붉은색은 서아프리카 전통 문화에서 꺾이지 않는 생명력과 회복력, 그리고 희생을 상징하는 색에서 유래한 전통입니다.

진행자: 건국 250주년을 맞아 자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준틴스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