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분석업체 “북한 해킹조직 연계 3천만 달러, 미 진출 추진 가상자산 플랫폼 거쳐”

미국 분석업체 '아캄'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과 연결된 암호화폐 계좌에서 최근 3주 동안 3천만 달러, 우리 돈 약 400억 원이 넘는 비트코인을 '하이퍼리퀴드'라는 거래 플랫폼으로 이동시킨 정황이 포착됐다. (자료 사진=Adobe Stock)

북한 해킹조직과 연계된 가상 지갑, 즉 가상 계좌들이 최근 미국 시장 진입이 논의되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통해 3천만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이동시킨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북한 해커들이 분산형 가상자산 서비스를 이용해 탈취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고 경고해 온 만큼, 북한 연계 자금에 대한 식별과 차단 장치 문제가 주목됩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분석업체 ‘아캄 인텔리전스’는 최근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연계된 것으로 분류된 지갑, 즉 계좌들이 3주 동안 ‘하이퍼리퀴드’를 통해 3천만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이동시켰다고 밝혔습니다.

하이퍼리퀴드는 이용자가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을 직접 연결해 선물과 현물 등을 거래할 수 있는 분산형 가상자산 플랫폼입니다.

아캄 인텔리전스는 해당 지갑들의 거래가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 전날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지갑들은 민간에서 블록체인 조사 임무를 수행하는 ‘잭엑스비티’가 지난 2024년 약 6천100만 달러 규모의 탈취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북한 라자루스 연계 주소로 지목한 것으로, 아캄도 자체 분석 플랫폼에서 라자루스 관련 지갑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자금 추적 자료에 따르면 해당 비트코인은 ‘하이퍼유닛’이라는 자산 변환 서비스를 거쳐 하이퍼리퀴드로 들어간 뒤 다른 암호화폐인 ‘이더리움’과 ‘솔라나’로 변환됐습니다.

이후 이더리움과 솔라나로 바뀐 자금은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거쳐 쿠코인과 엘뱅크, 크라켄 등 가상자산 거래소로 보내졌습니다.

일부 자금은 가상자산을 주고받는 데 사용되는 트론 블록체인망으로 이동했으며, 분석업체 아캄 인텔리젠스의 자료에는 최종 수신 서비스의 이름이나 운영 주체가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자금 이동이 하이퍼리퀴드에 대한 해킹이나 이용자 자금 탈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해당 플랫폼의 제재 위반이 확인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북한 사이버 조직들이 분산형 가상자산 서비스를 이용해 불법 자금을 이동시켜 세탁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재무부가 지난 2023년 공개한 분산금융 불법금융 위험평가는 북한 해커들이 자산을 다른 가상자산으로 바꾸거나 여러 블록체인망으로 옮겨 자금의 흐름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일부 분산금융 서비스가 자금세탁 방지와 제재 준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점을 북한 등 불법 행위자들이 악용하는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았습니다.

재무부는 북한이 가상자산 탈취와 자금세탁을 통해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수익을 조달하고 있다며, 이를 단순한 거래소 관리 문제가 아닌 미국의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해 왔습니다.

이번 분석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하이퍼리퀴드의 미국 규제시장 진입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업계 행사에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하이퍼리퀴드를 “완전히 규정을 준수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미국에 들여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구조나 승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미국 진입이 이뤄지면 하이퍼리퀴드와 연계된 가상자산 상품을 미국의 규제를 받는 업체를 통해 미국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북한 연계 해킹조직에 의한 피해를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지난 2019년 라자루스를 북한 정부의 기관이나 기구 또는 통제 대상 단체로 규정하고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해외자산통제국은 가상자산 업계에 제재 명단 검색과 위치정보 확인, 블록체인 분석 등을 활용한 위험기반 제재 준수 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하이퍼리퀴드와 연계된 상품이나 서비스가 미국 투자자에게 제공될 경우, 북한 연계 지갑을 비롯한 제재 대상 자금을 식별하고 차단할 통제 체계를 어떻게 적용할지가 주요 검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