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우크라이나인 친족을 대신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가족이 북한에 소장 전달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 국무부를 통한 외교적 송달 절차를 추진 중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한의 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이 새로운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 기록에 따르면 원고인 켈시 킴벌린과 가족들은 지난달 29일 법원에 북한에 대한 소장을 미국 국무부를 통한 외교적 경로로 송달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킴벌린 가족은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 안드리 라초크(Andrii Rachok)의 미국인 유족 자격으로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킴벌린 가족 측은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각종 무기를 공급했고, 이 무기들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돼 라초크가 숨졌다며 북한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신청서에서 킴벌린 가족은 북한이 헤이그 송달협약에 따른 사법서류 송달을 인정하지 않아 일반적인 국제 송달 절차를 이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으로 국제우편을 보내더라도 페덱스(FedEx)와 DHL 등 국제 특송업체는 북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우편 송달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수령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법 규정에 근거해 국무부를 통한 외교적 송달을 허가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입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미국인들은 소송 제기 이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이용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발송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DHL이 유엔 업무나 외교 목적과 관련되지 않은 우편물은 취급하지 않으면서 같은 방식의 송달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북한을 고소한 대북 소송인단은 미국 국무부를 통해 북한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제3국이 소장을 전달하거나,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소장을 송달하는 방식, 즉 ‘외교적 경로’를 대안으로 제시해 왔습니다.
또 과거 북한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일부 피해자는 북한이 한 때 운영했던 ‘우리민족끼리’의 엑스(X∙옛 트위터)나 이메일을 활용해 북한에 소송 사실을 고지하기도 했습니다.
미 연방법원은 최초 소송 제기일 120일 이내에 피고에게 소장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또 피고는 소장을 전달받은 지 60일 이내에 공식 대응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default)’ 판결, 즉 ‘자동 패소’ 판결이 내려집니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 법원에 제기된 이들 소송에 전혀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이란, 시리아와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VOA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북한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질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다른 대북 소송과 관련해서도 북한대표부에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