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북한 '남녀평등' 선전 모순 투성이"

8일 세계 여성의 날, 북한 평양 기차역 꽃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

유엔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에 고위직 여성을 늘리고 양성평등을 보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관영 매체들을 통해 여성권을 잘 보장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실질적으로 지키는 게 거의 없어 모순투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당국에 성에 기반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와 인권 증진을 촉구했습니다.

법적 제도와 실제 적용에서 양성 평등을 보장하고 고위직 여성 비율을 늘리며 여성과 여아에 대한 차별적 고정관념과 가부장적 태도를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가정 폭력 방지 대책, 취업과 교육 접근성 등에서 여성과 여아가 받는 불평등과 차별을 줄이고 인도적 차원의 안전한 이주와 이동을 허가할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이날을 ‘국제부녀절’로 기념하는 북한도 8일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을 통해 여성이 남성과 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며 “광범위한 여성들이 사회에 적극 진출해 부강조국건설에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이런 선전은 실제와 많이 다르며 모순이 많다고 탈북 여성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국제 PEN 망명북한작가센터의 탈북민 출신 김정애 이사장입니다.

[녹취: 김정애 이사장] “북한은 원래 인권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죠. 특히 여자들 같은 경우는 사회적 진출 같은 게 제한이 돼 있어요. 입당 비율이라고 할 때도 남자와 여자가 똑같지 않습니다. 아직은 남존여비 사상이 있어서 여자들의 사회적 진출이 적죠.”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이달 초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1월 18일 각료를 교체했지만, 새 내각에 여성은 전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 보고서] “On 18 January, new Cabinet members were appointed and there are no women in the current cabinet.”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해 3월 유엔인권이사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북한이 지난 1월에 개최한 8차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행사 단체 사진에 여성은 극소수만 포착됐고 지난 4일 종료된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단체 사진에는 여성이 아예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여성의 혁명성을 강조했지만, 노동신문은 다른 기사에서 “옷차림과 머리단장, 화장 등 외모를 고상하고 단정하게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해 여성의 개성과 취향보다 국가의 요구에 여성이 복종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 있다”며 “아직도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빌미로 1년 넘게 벌여온 정치 탄압과 시장 단속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상이 여성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화해와 평화구축, 궁극적인 한반도 통일의 모든 과정은 북한 정권에 70년 이상 희생된 여성들의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 성명] “Any process of inter-Korean reconciliation, rapprochement, peace building, and eventual 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will be possible only through the involvement and participation of North Korean women victimized by the North Korean regime for over seven decades,”

북한 인권운동가로 최근 영국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탈북민 출신 박지현 씨는 북한에서 가장 인권을 누리지 못하는 대상이 여성들이라며 국제사회가 대북 정보 유입을 통해 이들을 깨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정치적 변화보다 경제적·문화적 변화에 좀 많이 힘을 가하면 특히 여성들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 이런 부분들을 고민해서 대북전단이나 정보를 보내는 것도 우리가 문화적 부분에서 영화나 드라마나 여성들의 삶의 대한 이런 정보들을 많이 보내서 그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에 “남녀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여성에 차별적 영향을 미치는 법제와 규율,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