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8년 만에 핵실험 재개 검토?…"중·러시아와 3자 핵군축 합의 압박용”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핵실험박물관에서 미국의 핵실험 관련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0년 가까이 중단했던 미국의 핵실험 재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3자 핵 군축 합의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반대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8년 간 중단했던 핵실험 재개를 검토한 데는 중국과 러시아에 핵 군축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지난달 22일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국가안보 관련 수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핵실험 재개 문제가 논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익명의 한 고위 관리는 이 신문에 “중국과 러시아에 미국이 신속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핵무기 제한을 위한 미-중-러 3자 합의 도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에 협상의 관점에서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핵실험은 내년 2월 만료 예정인 러시아와의 핵 감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 즉 `뉴스타트’ 보다 더 제한적인 미-중-러 3자 핵 감축 협상을 양국에 압박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타트’ 탈퇴 방침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핵실험 재개 논의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와 중국이 무수율(zero yield) 기준을 위반하고 저위력 (low yield)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과 달리 신형 핵무기를 추구하고 있지 않지만, 이들 국가가 핵 군축 협상을 거부할 경우 새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 핵실험 재개 논의가 이뤄진 겁니다.

이런 논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적 군축 합의들에 대한 탈퇴를 잇따라 선언한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타트’ 외에 비전투기의 상대국 영공 정찰을 허용한 국제 조약인 ‘항공자유화조약’,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략조약(INF), 이란과의 핵 합의 등에 대한 탈퇴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1992년 이후 핵실험을 중단해 왔습니다.

미국 등 184개국은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했지만, 조약 발효에 필요한 미국을 포함한 8개 주요 나라의 비준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CTBT를 비준하지 않았지만,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이 조약의 목표와 목적을 훼손하지 않을 것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2310호 채택을 주도했습니다.

미국은 핵실험 없이도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핵무기 실전배치의 준비태세를 점검해 왔습니다.

핵실험 재개 논의가 오갔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아미 베라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24명의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지난 5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에게 핵실험 재개 검토 보도에 관한 브리핑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서한 작성을 주도한 아미 베라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장은 미국의 핵실험 재개는 “미국을 비싸고 불안정하며, 위험한 핵무기 경쟁으로 빠트릴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베라 의원은 또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핵실험 재개가 가져올 확산 영향을 완전히 평가하지 않았고, 동맹국의 우려를 무시하고 행동하는 독단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특히 미국의 핵실험 재개 시 북한, 중국과 같은 나라들의 행동에 미칠 잠재적 확산 영향 평가가 있었는지 추궁했습니다.

앞서 상원에서는 외교위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이 의회의 예산권을 활용해 미국의 핵실험 재개를 막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마키 의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미국의 핵실험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핵실험 재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