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사망 김동식 목사 유족들 북한 상대 소송

김동식 목사 부부.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뒤 평양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북한을 상대로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김 목사의 아들 등이 2015년 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데 이어 이번엔 부인과 딸 등 다른 가족들이 북한에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동식 목사의 가족들이 8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번 소송은 김 목사의 부인인 김영화 씨와 딸 다니 버틀러 씨, 아들 김춘국 씨가 제기한 것으로, 이들은 북한 공작원 등이 김 목사를 고문하고 살해했다며 이를 지시한 북한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김 목사의 아들인 김한 씨와 남동생 김용석 씨는 2009년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 패소와 항소심 등을 거쳐 2015년 북한이 약 3억3천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원고로 참여하지 않은 다른 가족들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승소판결이 내려질 경우 북한이 지불해야 할 배상금액은 앞선 소송과 비슷한 규모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고들은 이번 소송에서 김 목사의 죽음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과 극심한 심적 고통, 경제적 피해 등에 시달렸다고 호소하면서, 재판부가 북한 정권에 김 씨 등의 손해 부분에 대한 배상과 징벌적 배상, 변호인 비용 등을 지불하도록 명령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번 소송은 앞서 2015년 김 목사 아들이 제기한 대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던 로버트 톨친 변호사가 맡았습니다.

김 목사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됐다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1990년대부터 중국 옌볜 일대에서 장애인과 탈북자들을 도왔던 김 목사는 2000년 1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갔습니다.

지난 2004년 12월 서울에서 북한에 납치된 김동식 목사의 송환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자료사진)

한국의 인권단체들은 김 목사가 이후 고문후유증과 폐쇄공포증, 직장암 등으로 이듬해인 2001년 2월 사망했으며, 평양 상원리에 있는 91훈련소 위수구역에 매장됐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이번 소송은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외국주권면제법(FSIA)’ 조항을 근거로 제기됐습니다.

'FSIA'는 소송 당사자 혹은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미국인'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김 씨 등은 자신들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FSIA 조항을 근거로 한 북한 상대 민사 소송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17일 북한에 2년 넘게 억류됐다 풀려난 케네스 배 씨가 북한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푸에블로 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0여명이 북한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도 현재 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지난 2018년 12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돼 이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은 미 법원으로부터 북한의 약 5억 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앞선 소송들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북한이 이번에도 같은 반응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미 법원은 피고가 소송에 응하지 않을 경우,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내리고 있으며, 북한에게 내려진 판결 모두 이런 방식을 따랐습니다.

이번 김 목사 가족의 소송과 케네스 배 씨의 소송은 모두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에밋 G. 설리번 판사에게 배정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