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 비행체 이틀 연속 한반도 상공 출현...미 정찰기 여부 주목

미상 비행체가 이틀 연속 한반도 상공을 수시간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은 해당 비행체가 한국 중부지역 일대를 수회 선회비행하는 모습. 사진 제공 FlightRadar24.

미상의 비행체가 이틀 연속 한반도 상공을 수시간 비행하는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미군 정찰기인지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민간 항공추적 사이트는 비슷한 시점 미 공군 소속 E-8C 조인트 스타즈 지상감시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 비행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상 비행체가 한반도 상공에 출현한 건 현지시간으로 18일 밤.

VOA가 민간항공기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플라이트레이더24’의 정보를 확인한 결과, 이 비행체는 한국 대구 상공에서 최초 모습을 드러낸 뒤 북쪽으로 이동해 충청남도 천안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타원형 원을 그리며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아산과 태안, 서산, 평택, 안성, 제천, 충주, 진천 상공을 수십 여회 반복적으로 비행하다 19일 새벽 레이더망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비행체의 비행고도는 3만 피트. 속도는 시속 약 735km였습니다.

이 비행체는 등록과 식별번호 등 주요 정보가 ‘미상’으로 나와 있어, ‘플라이트레이더24’는 이 비행체의 이름 부분에 ‘노 콜사인’ 즉, 호출부호가 없는 항공기로 안내했습니다.

유일하게 드러난 정보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부여한 ‘24비트 주소’로, 이 비행체는 스스로를 ‘71FC22’라고 밝혔습니다.

이 비행체는 다음날인 19일 밤에 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번에는 ‘24비트 주소’가 마지막 두 자리만 다른 ‘71FC66’ 비행체였는데, 20일 오전까지 한반도 중부지역 일대를 14회 도는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이후 이 비행체는 이날 오전 6시10분께 한반도 남부지역으로 이동한 뒤 사라졌습니다.

현재로선 이 두 비행체에 대한 주요 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어떤 목적의 어떤 항공기인지 알 순 없습니다.

유일하게 확인된 국제민간항공기구의 ‘24비트 주소’만으론 정확한 운용 주체 등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따릅니다.

다만 트위터 등 온라인 상에선 이 미상 비행체를 미 공군이 운용하는 정찰기로 추정하는 항공 전문가들의 분석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71FC’로 시작하는 24비트 주소가 미 공군 등이 운용하는 군용기라는 점 등을 근거로 이 같이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 콜사인’이라는 이름의 트위터 이용자는 이들 미상의 비행체에 대해, 정찰시간이 미군의 지상감시 정찰기인 E-8C 조인트스타즈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비행체가 E-8C 조인트스타즈와 함께 정찰 작전 중이거나, 이 비행체가 E-8C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민간 항공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은 18일 E-8C 조인트스타즈가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 비행을 했다고 밝혀, 이들이 동일한 비행체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에어크래프트 스폿은 지난 5일과 7일에도 E-8C 조인트스타즈의 한반도 출격 사실을 알렸으며, 5일과 10일에는 미 해군의 해상초계기인 P-3C가 각각 한국 해상에서 작전을 펼쳤다고 밝혔습니다.

공중급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 9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E-8C 정찰기는 북한의 미사일 관련 활동을 비롯해 장사정포와 해안포, 지상병력의 움직임을 정밀 감시할 수 있습니다.

앞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발언으로 도발 가능성이 관측됐던 지난해 12월 미군은 E-8C를 비롯한 다양한 정찰기를 한반도에 출격시킨 바 있습니다.

특히 12월 초에는 일주일 사이 8차례의 정찰기 전개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당시 북한이 도발을 예고한 상황에서 미군이 북한 군의 상황을 면밀히 감시하기 위해 각종 정찰기를 띄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I think this could quite easy...”

미군 특수 정찰기 활동은 북한 군의 동계훈련과 관련한 감시 때문일 수 있고, 김정은 위원장의 위협 이후 몇 달 동안 이어진 도발 증가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한 미군의 활동일 수 있다고 분석했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 am sure if we have that indication...”

맥스웰 연구원은 미군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했다면 당연히 미군 정찰기를 전개했을 것이라며, 이는 상당히 논리적인 추론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달 들어 잇따라 포착된 미 정찰기들과 북한의 새로운 도발에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다만 한국 언론들은 한국 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현재 북한의 미사일 기지에서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동계 군사훈련 수준도 예년보다 줄었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