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김일성 26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대미 메시지 없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 26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에 방문한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8일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 26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면서 6일 만에 또 다시 공개 행보에 나섰습니다. 참배에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리병철이 맨 앞줄에 등장해 핵 능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겠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드러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 26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곳입니다.

정확한 참배 날짜와 시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 매체들이 통상 김 위원장의 활동을 다음날 보도해 온 점에 비춰 7일 늦은 밤이나 8일 자정쯤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일 평양의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한 이후 6일 만입니다.

김 위원장은 동행한 간부들과 함께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상에 경의를 표하고 본인 명의의 꽃바구니를 전달했습니다.

참배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회 위원들, 그리고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들,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 고위 간부들이 함께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당 조직지도부장에서 해임된 리만건과 리선권 외무상의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특히 참배 사진에는 핵과 미사일 개발 분야의 핵심 인물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최룡해와 박봉주, 김재룡과 나란히 맨 앞줄에 서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무기 개발 공로로 김 위원장의 막강한 신임을 받으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승진 가도를 달린 인물입니다.

특히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그의 역할과 직책에 대한 주목도가 커졌습니다.

여상기 한국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여상기 대변인] “리병철은 올해 5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에 의전상 지위가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참배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중 이뤄졌지만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참배 행사의 성격상 대외 메시지가 나오지 않는 게 자연스런 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리병철의 강화된 위상을 통해 핵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대미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사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내정에 관련된 사람이고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내세울 게 없는데 리병철이 굳이 첫 줄에 섰다고 하는 것은 미국에 상대하는 것, 핵 능력을 계속적으로 증강시키는 것을 국정 핵심과제로 놓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거겠죠.”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4월 15일 김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때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나서지 않아 건강이상설에 휩싸였습니다.

태양절은 북한이 최대 명절로 선전하는 날로,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참배에 나서지 않은 건 올해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김 위원장의 이번 참배 행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예민한 상황에서도 대내외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할 필요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여러 가지 억측들이 등장하고 그게 북한 내부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김정은은 주기적으로 자기의 존재감을 과시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김일성 26주기에 이번에도 안 나타나면 또 다시 여러 이상한 소리들이 나올 것 같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등장을 했다고 봅니다.”

올해 김 주석 26주기는 5년이나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를 일컫는 이른바 ‘정주년’이 아니어서, 대규모 기념행사 대신 관영 또는 선전 매체들에서 추모 기사를 싣는 방식으로 비교적 조용히 지나가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