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 공무원 피살' 관련 남북한에 추가 정보 요구

지난해 9월 북한 해역에서 사살된 한국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남북한에 보낸 '혐의서한' 전문이 공개됐습니다. 북한 측에는 피해자 억류와 심문, 살해에 대한 정보와 함께 유해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이유를 물었고, 한국 측에는 유족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지난해 9월 발생한 한국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을 한국과 북한 양측에 요청하며 보낸 '혐의서한'(allegation letter)을 최근 공개했습니다.

두 통의 서한 모두 지난해 11월 17일 날짜로 발송됐으며,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유엔 즉결처형 특별보고관이 공동 서명했습니다.

북한에 보낸 서한은 4쪽, 한국에 보낸 서한은 7쪽 분량으로,사건과 관련한 기본 정보를 전달한 뒤 한국과 북한에 각각 4개 질의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먼저 북한 측에는 알려진 정보 외에 추가로 제공할 정보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씨의 억류와 심문, 살해 등에 대한 조사 결과와 이 씨의 유해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만일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책임자 처벌에 관한 정보 제공과 함께 생명권을 포함해 인권 기준에 부합하도록 코로나 방역조치를 개정하는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서한은 세계인권선언 3조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 6조 1항 등의 국제인권법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 1981년 가입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은 모든 인간이 안전과 생명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자의적으로 생명을 박탈당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 보낸 서한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한 우려가 담겼습니다.

이 씨의 억류와 심문, 살해와 관련한 정보 뿐만 아니라 유해가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 또 북한에 억류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취해진 한국 당국의 조치 등에 대해 유족이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경찰이 이 씨가 사전에 탈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의 탈북 의도는 북한의 인권 의무 이행과 관련이 없다는 유족의 우려도 전달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측에도 4개의 질의를 보냈습니다.

먼저 추가로 제공할 정보가 있다면 알려줄 것과 이 씨 사건, 그리고 유해 관련사항이 유족 측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점을 설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이 씨가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한국 측에서 취한 조치와 재발 방지대책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한국 정부가 지난 1월 15일 이 서한에 대해 답변했다며, 이 내용도 곧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