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무역 재개' 조짐...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걸림돌

지난 2016년 9월 화물차가 중국 단둥에서 증조우의교를 건너 북한 신의주로 향하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경 문을 걸어 잠근 지 1년 6개월이 지났는데요, 조만간 중국과의 무역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또다시 제기됐습니다. 열차 교역 등 단계적으로 무역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의 장애요소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격적으로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며 한국과 다시 대화의 문을 연 북한이 1년 6개월간 굳게 닫고 있는 국경 문도 열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북-중 무역이 이르면 다음달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28일 북-중 화물열차 서비스를 포함한 양국간 무역이 이르면 8월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 통신은 당초 4월로 예정됐던 관련 계획이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로 취소됐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도 이날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관련 분석기사에서 코로나 방역대책으로 위축된 대중 무역 재개 등이 없으면 북한은 8월 이후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북-중 무역 재개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이 신문은 앞서 이달 초 북-중 무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과 중국의 육로 무역이 이달 하순 재개될 전망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 정부 관계자가 7월 하순부터 8월에 걸쳐 철도를 이용한 무역을 재개할 예정이니 준비하라고 통보했다는 겁니다.

신문은 또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신의주로 들어가는 철도 편으로 식량과 화학비료, 약품이 보내지고, 해당 물자를 전용시설에서 보름 정도 보관했다가 각지로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측은 철도를 통한 북-중 무역을 확대해 식량 사정을 개선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코로나 확산에 대한 위기감이 뿌리 깊어 본격적인 무역 재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는 북-중 무역의 주요 관문으로 두 나라 간 무역 재개와 관련해 줄곧 관심이 집중돼 온 곳입니다.

특히 올해 초부터 단둥세관의 통관검색기가 교체되고 신의주에서 보온 소독창고 등 방역 관련 시설을 정비, 건설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북한이 코로나 유입을 막으면서 중국과의 교역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습니다.

의주 비행장을 촬영한 6월 22일자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 활주로를 중심으로 여러 건물이 들어서 있다. 자료=Planet Labs

당시 VOA도 민간업체의 위성사진을 통해 의주비행장 부근에 건물 여러 채가 들어서고 공항 안에까지 철로가 연결된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정황 등으로 인해 한때 무역 재개 시점으로 4월이 꼽히기도 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달 초 국회 보고에서 북한의 준비 미비를 이유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김정은 총비서 동지께서는 국가중대사를 맡은 책임 간부들이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대비한...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만)하여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중대한 위기를 조성한데 대해..."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국가 방역 관련 ‘중대사건’에는 의주비행장에 설치 중인 방역시설의 가동 준비 미흡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북-중 접경지대에 위치한 의주비행장에 방역시설을 포함한 대형 물류창고를 건설해 소독과 방역 절차를 거쳐 중국에서 들여온 물자를 국내로 반입한다는 구상을 세웠지만 방역장 구축이 지연되면서 북-중 교역 재개가 미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북-중 교역 재개가 미뤄지는 정확한 이유는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상 교역 중단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공식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중국 ‘해관총서’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중 교역액은 6천 572만 8천 달러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상반기의 약 5%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도 인정한 식량난이 북-중 교역 재개의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북한의 연간 식량 수요량이 575만t이지만 지난해 식량 생산이 태풍과 수해 등으로 440만t에 그쳐 약 135 t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을 86만 t으로 잡았습니다.

이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양으로 중국 등 외부에서 수입하거나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지금과 같은 고립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으며 한국과 소통을 재개한 상황에서 중국에도 문을 여는 것은 정치적· 정책적으로 타당한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t wouldn't surprise me, particularly in light of their opening to South Korea, to try to open the door with China in some way at the same time. There's a political logic and there's obviously a policy logic to it at this stage…I wouldn't be surprised if they tried to open up the border over the next couple of months in a way that's meaningful enough to have some impact.”

북한이 앞으로 두 달 안에 상당한 수준으로 국경 개방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이 코로나 전파 위험을 낮추기 위해 최소한의 인적 접촉을 통한 열차 교역이나 남포항을 통한 선박 교역을 먼저 재개하는 등 단계적 접근방식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남북간 통신연락선 복원이 북한이 외부와 다시 관여하겠다는 신호인지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북-중 무역의 조속한 재개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I don't think though that we should have high expectations for trade in the near future. When we think about the border more holistically, we need to keep in mind that the Delta variant is able to break through into people who are vaccinated. So there is still a health and safety risk…I don't see why they couldn't be bringing in more goods and shipping out more goods that are not sanctioned..."

현재 코로나 백신접종 감염자에도 전파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등 여전히 보건 위험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또 북한은 식량 등 제재 위반이 아닌 품목들을 더 많이 수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고, 교역을 위해 방역시설을 건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진전이 없었다며, 앞으로 일정 부분 교역이 증가할 수 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가 코로나 때문만이 아닌 시장통제 등과 같은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