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공개 행보가 이어지면서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김주애에 대해 “후계자로 봐도 될 것 같다”며, 북한의 권력 승계 구도에 대해 보다 분명한 평가를 제시했습니다.
김주애는 누구인가
김주애는 지난 2022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 발사 현장에서 처음 공개된 뒤 북한의 주요 군사·정치 행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존재감을 키워왔습니다. 현재까지 외부에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13살 정도의 소녀라는 점 외에는 이름과 나이, 성장 배경조차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김주애는 최근 김정은과 함께 군수공장을 시찰하고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는가 하면, 주요 의전 일정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단순한 부녀 간의 동행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3년 한국으로 망명한 이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지난 1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 가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지만 김주애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일규 /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북한에 살 때 자연과학원아파트, 그러니까 핵무기 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그때 어떤 얘기를 들었냐면 김정은이 핵무기 연구소를 방문한다든가 할 때 늘 딸을 데리고 다닌다라는 얘기인데요. 그때 당시에는 누구도 김주애라는 이름도 몰랐고요. 그냥 공주가 있다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전 참사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는 후계자로 지명된 자녀만 뒤늦게 공개됐다며 김정은이 어린 딸의 존재를 이처럼 이른 시점부터 드러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후계 구도인가
김주애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공개 석상에 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북한 체제의 핵심 상징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최근 공개된 탱크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입니다.
((이일규 /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북한에서 탱크는 3대에 걸쳐 북한 체제에 상징적인 군사 장비로 돼 있습니다. 그걸 계승해서 김주애가 탱크를 탔잖아요. 소위 말하자면 백두혈통에 기반한 주체혁명위업을 계승한다 이런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주민들한테 후계자는 ‘얘다’ 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도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가족을 이처럼 공개적으로 노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김주애의 첫 등장 이후 행보는 이미 후계와 관련한 신호였다고 말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이미 북한 정체성의 핵심인 핵과 군사, 미사일 체계에 그녀를 연결시키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녀가 장차 이끌 북한 정권 체제를 직접 배우고 있다는 의미죠.”
한국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주애가 사실상의 내정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합니다.
((신범철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복장이나 위치 같은 요소에서 이미 후계자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북한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하면서 위상을 만들어주고, 일정 나이가 되면 공식 직함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그 사실을 분명히 할 겁니다.”
다만 김주애를 이미 확정된 후계자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두 추정에 기반한 분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원))
“북한이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고 북한 헌법에 후계에 대한 규정도 없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에 대해 같은 질문이 제기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정은이 지금 사망하면 김여정이 더 유력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왜 어린 딸을 지금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김주애가 아직 어린 데다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더 이른 시점부터 후계자 이미지와 존재감을 축적할 필요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분석관은 “10대 초반의 소녀를 후계자로 준비시키려면 오랜 시간에 걸친 사전 노출과 정당성 축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부에 김주애를 낯선 존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연스러운 권력 계승의 주체로 인식시키는 과정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매체의 호칭 변화도 중요한 신호로 꼽힙니다. 김주애는 처음에는 비교적 가족적인 표현으로 불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격상된 표현으로 호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딸이 아니라 정치적 위상을 가진 존재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입니다.
‘백두혈통’은 절대 권력…여성 후계자도 가능한가
북한의 권력 승계의 핵심은 제도나 역량보다 ‘혈통’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 세습 과정에서도 ‘백두혈통’은 정권의 정통성을 정당화하는 거의 유일한 근거였습니다.
이일규 전 참사는 김정은 역시 백두혈통을 근거로 권력을 승계했기 때문에, 김주애가 후계자로 지명될 경우에도 같은 명분이 동원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강한 가부장적 사회인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가 실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는 의문은 제기돼 왔습니다.
이일규 전 참사는 북한은 유일독재 체제이기 때문에 김정은의 결정이 곧 후계 구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일규 /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북한은 유일 독재 시스템입니다. 김정은이 ‘이 사람이 후계자다’라고 결정하면 그대로 후계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후계자가 되고 수령이 되면 더 이상 여성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절대 권력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신범철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의 고위 당 간부나 군 인사들은 이익 공동체입니다. 김주애가 후계자로 등장하면 충성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함께 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백두혈통’이라는 정통성과 김정은의 절대 권력이 결합된 체제에서는, 후계 문제 역시 제도보다 최고지도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권력 승계 과정에서 단기적인 긴장이나 엘리트 간 미묘한 경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 내부에서는 승계에 반대하는 것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결국 실질적인 저항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전문가들은 김주애의 실제 권력 승계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시점으로 2031년 10차 당대회를 꼽고 있습니다. 김주애가 아직 어린 만큼 당장 공식 후계자로 지명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향후 5년 동안 어떤 직책을 맡고 어떤 의전상 위치를 부여받는지가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31년 당대회를 전후해 김주애가 어떤 위상으로 등장하는지를 보면, 후계 구도가 실제로 굳어지고 있는지 보다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