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마 참여 "일본 정부, 다음달 3일 대북 제재 일부 해제 결정"

지난달 16일 평양을 방문한 일본의 이지마 이사오 특명담당 내각관방 참여(왼쪽)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했다. (자료사진)

다음주 북-일 국장급 협의를 앞두고 눈에 띄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빠르면 다음달 3일부터 일본의 대북 제제가 일부 해제될 것이라고 아베 일본 총리의 측근이 밝혔고, 북한은 만경봉 호를 원산항에 정박시켰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다음달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북-일 국장급 협의에서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다룰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 북한의 설명이 있을 예정입니다.

일본은 위원회 구성이 적정한지 확인한 뒤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할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의 자문역인 이지마 이사오 특명담당 내각관방 참여가 의미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지마 참여는 26일 일본 ‘BS 후지’ 방송에 출연해 북-일 협의 결과에 따라 빠르면 다음달 3일 일본 정부가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말 타결된 북-일 합의가 이번 베이징 협의를 계기로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지마 참여는 지난해 5월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 등과 일본인 납북 문제를 협의한 바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도 이번 협의 결과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로 예정돼 있는 동남아시아 순방 일정 가운데 베트남 방문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일 협의 결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시다 외무상이 국내에서 대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외무상이 해외순방 일정을 임박해서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인들의 유족 9 명이 성묘를 위해 26일 북한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들의 가족으로 다음달 5일까지 평양의 용산묘지와 청진, 함흥, 원산 등을 방문합니다.

이번 성묘는 당초 지난 4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북-일 협의가 진행됨에 따라 연기됐다가 이번에 재개됐습니다.

북한 측도 일본의 제재 완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수리를 위해 라선시로 이동했던 북한 선박 만경봉 호가 현재 원산항에 정박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만경봉 호는 원산과 일본 니가타를 왕래하며 여객과 화물을 운송했지만 지난 2006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한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입항이 금지됐습니다.

북한은 일본의 대북 제제 일부 해제에 만경봉 호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인도적 목적의 선박에 한해 입항을 허용할 수 있으며 만경봉 호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한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허종만 의장이 다음달 8일 열리는 김일성 주석 20주기 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북한 국적자의 일본 재입국을 금지해왔지만,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에 따라 인적 왕래 규제가 풀리면 재입국이 다시 허용됩니다.

허종만 의장의 방북 계획은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대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