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공지능 (AI) 활용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 해킹 조직 ‘김수키’가 생성형 AI를 피싱 이메일 제작에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독자적인 대규모 언어모델까지 구축해 정보 추출과 사이버 공격 자동화에 활용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현재 AI를 어느 수준까지 활용하고 있는지, AI가 북한의 기존 사이버 공격 능력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 등에 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봅니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과 내부자 위협을 연구해 온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DTEX의 마이클 반하트 조사관을 김정우 기자가 화상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자) 지난 8월 초 ‘김수키’ 같은 북한 해킹 조직들이 사이버 작전에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현재 북한의 AI 활용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반하트) 현재의 활용 수준을 말하려면 ‘APT’, 즉 해킹 조직의 작전원들과 IT 노동자 집단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IT 노동자들과 해킹 조직은 AI 영역에서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제가 수년 전부터 잘 알고 있던 바로 그 김수키, ‘APT43’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ChatGPT가 막 등장했을 때부터 APT43 김수키는 당시 ‘WormGPT’ 같은 악성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방어자들이 대응책을 마련하기 전에 새로운 기술을 먼저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과거부터 AI를 사용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우리가 보는 것처럼 AI를 자체 악성코드에 깊이 통합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습니다. 이것은 매우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북한은 AI가 일반화되기 전부터 자동화와 스크립팅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그런 북한이 이제 자체 악성코드와 인프라에 로컬 AI 모델을 내장할 정도로 AI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신호입니다.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모든 북한 조직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AI가 북한의 사이버 작전에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반하트) 북한이 AI를 도입하고 실제로 활용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조금 전 말씀 드린 것처럼, 사실 이들이 원래 하던 일을 훨씬 쉽게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좋은 비유를 생각해 보자면, 자전거를 타고 길을 달리고 있는데 누군가 자전거에 모터를 달아줘서 오토바이가 된 것과 같습니다. 북한은 원래 이런 수준에 도달하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가장 큰 변화는 규모와 물량입니다. 김수키, APT43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이 조직을 아주 잘 알고 있는데, 과거 이 해킹 조직에서 나오는 작전의 규모는 엄청났습니다. 그런데 AI는 우리가 거의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자동화 수준으로 그 규모를 더 늘렸습니다. 스피어피싱 메시지는 더 정교해지고, 더 현실적으로 들립니다. 악성코드는 새로운 곳에 숨깁니다. AI는 이미 활활 타오르던 불에 휘발유를 붓는 것과 같습니다. 훨씬 더 위험해지는 것이죠. 가장 큰 변화는 작전의 규모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작전 자체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 기술이 북한의 전통적인 사이버 작전과 비교해 어떤 새로운 유형의 위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반하트) 이 기술이 가져다줄 가장 새로운 위협은 작전 수행 능력 자체가 크게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한쪽에는 해킹 조직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불법적인 계획을 수행하는 IT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해킹 조직과 일부 겹치기도 합니다. 이 조직들이 이미 존재한다면 새로운 기술은 이들의 작전 수행 능력을 높이고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그런데 AI가 등장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IT 노동자들도 보게 됩니다. 원래는 특정한 자격이 필요하고 여러 해 동안 교육을 받아야 했던 일을 AI가 도와주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진입 장벽이 훨씬 낮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더 많은 작전원을 투입하고 인력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됩니다. APT, 즉 해킹 조직 측면에서는 AI가 작전과 기술의 규모를 확대하고 악성코드 제작 같은 일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북한이 사람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문제 해결 과정을 정의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본격적으로 시험하기 시작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우리가 정말 우려하는 것은 내부자 위협과 조직, 해커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간이 점차 감독자 역할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에이전틱 AI가 모든 일을 수행하고, 인간 작전원이나 해커, IT 노동자는 뒤로 물러나 감독하거나 중간 역할만 하게 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변화입니다.
기자) 북한이 훔친 돈과 기술, 데이터, 전문 지식을 이용해 AI 역량을 강화하고, 강화된 AI 역량이 다시 더 정교한 사이버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악순환 구조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반하트) 네. 지난해 우리는 북한의 사이버 작전 전반을 매우 깊이 다루는 대규모 작업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227국(Unit 227)'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북한 조직은 지금은 명칭이 바뀐 정찰총국 산하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 조직의 유일한 목적은 AI 작전을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특히 주목한 부분이었습니다. 정찰총국 내부에서 AI에만 전념하는 조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조직 지도부가 AI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보도가 나온 지 몇 주 뒤에 북한에서 나오는 AI 지원 자폭 드론과 실제 드론 기술에 관한 보도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AI와 훔친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해커들은 AI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 즉 전략적 정보 요구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기술과 정보를 훔칩니다. 동시에 IT 노동자들은 AI 관련 조직 안에서 일하면서 그 조직에 도움이 되도록 AI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IT 노동자들이 이런 일자리를 얻어 AI를 배우고, 그 지식과 철학을 직접 북한으로 이전하면서 더욱 자립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ChatGPT나 DeepSeek 같은 외부 AI에 의존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죠. 북한은 암호화폐 해킹으로 돈을 훔치고, IT 노동자의 불법적인 계획을 통해 자금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묶어 사이버 공격 능력 제고든 무기 프로그램이든 신의주 항만 같은 시설이든 북한 정권의 목적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합니다. 분명히 북한은 이 모든 요소를 한데 모아 정권에 최대한 이익이 되도록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AI 개발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반하트) 저희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AI, 그중에서도 에이전틱 AI입니다. 저희는 내부자 위협, 즉 조직 안에 들어온 북한인이 해킹하거나 기술을 훔치고 피해를 입히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이전틱 AI 자체가 하나의 내부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해킹 조직들이 에이전틱 AI를 자신들을 대신해 작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AI 기술이 아직 매우 새로운 만큼 안전장치와 통제 장치가 허술하기 때문에 AI 자체가 조직을 해킹하고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 해킹 조직이 AI에게 자신들을 위해 해킹하라고 지시하고 여러 에이전트를 만들어 조직 내부 환경에 배치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십시오. 북한이 에이전틱 AI를 완성해 갈수록 많은 방어자와 조직들은 이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저희도 현재 바로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방어용 에이전틱 AI를 이용해 공격적인 에이전틱 AI에 맞서고, 그 규모를 따라잡으려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AI 활용 증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앞으로 1~2년 동안 북한의 AI 활용 가운데 어떤 부분을 가장 면밀히 지켜봐야 할까요?
반하트)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현재 미국과 한국 사이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하면 어렵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정부 차원만이 아니라 실제 현장의 사람들, 즉 방어자들 사이에서 더 열린 정보 공유와 협력,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측에서는 '이것이 북한의 위협이다'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북한의 해커들은 매우 유능하고 그들이 하는 일도 수준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계속 알려야 합니다. 정책 측면에서도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북한은 제재에 너무 익숙하고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생태계 전체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제재 내용을 알고 범죄 활동을 활용해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재의 효과가 거의 무력화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다른 정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애초에 AI 관련 기술과 자원을 획득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북한은 그것을 훔치기도 하고, 관련 조직 내부에 IT 노동자를 취업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업마다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해 AI에 집중하는 대형 조직 안에서 북한인이 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한국과 미국의 합동 도상 훈련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사이버 분야에서 이미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저는 정보기관에서 일할 때 그런 협력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암호화폐 분야에서도 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제 느낌으로는 북한이 암호화폐 분야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금은 북한 정권의 재원이 됩니다. 따라서 암호화폐 측면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관한 미한 합동 도상 훈련도 필요할 것입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