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이란 제재 린지 그레이엄 법안 하원 통과

고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이 2026년 7월 1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제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미국 하원이 1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제재를 확대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연장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관세 권한을 부여하는 포괄적인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먼저 어떤 법안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법안의 정식 명칭은 ‘2026년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입니다. 지난 7월 11일 사망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의 고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법안입니다. 그레이엄 의원과 수십 명의 상원의원들이 지난해 4월 이 법안의 이전 버전을 발의했고, 상원은 지난 8월 7일 법안을 86대 11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하원 역시 16일, 262-159로 승인했습니다. 이제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지며,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이번 법안의 핵심은 역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라고 볼 수 있겠죠. 구체적으로 누가 제재 대상이 됩니까?

기자) 네. 법안이 발효되면 30일 이내에 러시아의 최고위 지도부가 우선 제재 대상이 됩니다. 법안은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 군 최고 지휘관, 정보기관 수장, 주요 장관들에게 자산 동결과 비자 발급 금지 조치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뿐 아니라 민간 부문과 외국 기업까지 제재 대상이 상당히 넓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방위산업에 물자를 공급하는 외국 업체, 전쟁에 반대하지 않았거나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계속 이익을 얻고 있는 올리가르히, 즉 신흥 재벌들도 대상입니다. 또 야말 LNG를 비롯한 러시아 에너지 사업 책임자들과 아동 강제이송 등 우크라이나인을 상대로 한 심각한 인권 침해에 관여한 사람들도 포함됩니다.

진행자) 러시아의 주요 은행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됩니까?

기자) 네. 스베르방크와 VTB 은행, 가스프롬방크 등 러시아의 국영 또는 국가 통제 기업과 은행들이 제재 대상이 됩니다. 특히 러시아 은행들과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하는 외국 은행들도 제재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제재의 범위를 러시아 내부에만 한정하지 않고 러시아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으로까지 넓혔습니다.

진행자) 최근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활용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이 부분도 법안에 들어가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법안은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데 사용되는 ‘그림자 선단’도 직접 겨냥하는데요. 해당 선박뿐 아니라 선박 소유주와 운영업체, 보험사, 선장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합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러시아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미국이 러시아 국채를 매입하는 것도 금지합니다.

진행자) 이번 법안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이 관세 조항입니다. 러시아산 상품에 최대 5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요?

기자) 네. 법안은 러시아산 상품에 최대 50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산 상품에 대한 관세보다 더 큰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많이 구매하거나 러시아의 석유 제재 회피를 돕는 국가들을 겨냥한 관세입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에도 관세를 부과한다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법안은 두 범주의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합니다. 하나는 러시아산 원유 또는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5개국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가 석유 제재를 회피하도록 가장 많이 돕는 5개국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어떤 나라들이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법안에 명시돼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법안 자체가 국가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습니다. 법안 발효 전 12개월간의 자료를 토대로 대상국을 정하게 되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주요 구매국 명단을 180일마다 갱신하게 돼 있습니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8월 17일 성명에서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5개국으로 중국, 인도, 슬로바키아, 헝가리, 아제르바이잔을 지목했습니다.

진행자) ‘그림자 선단’과 관련해서도 여러 나라가 거론되고 있죠?

기자) 네.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학은 지난 6월 중국과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기업들이 ‘그림자 선단’의 관리와 소유를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가 이 선단이 운송하는 원유의 핵심 목적지라고 보고했습니다. 또 ‘그림자 선단’을 추적하는 분석가들은 UAE와 튀르키예, 중국, 인도, 싱가포르를 이 선단의 운영 체계를 구성하는 핵심 국가들로 자주 거론합니다.

진행자) 모든 러시아산 가스 구매국에 관세가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요?

기자) 네. 일부 국가는 가스 관련 관세에서 면제될 수 있습니다. 해당 국가의 러시아산 가스 구매량이 러시아 전체 가스 수출량의 15% 미만이어야 하고, 동시에 러시아산 가스 구매를 줄이기 위해 상당한 조처를 했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진행자) 법안 이름에는 러시아뿐 아니라 이란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란과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이 포함됐습니까?

기자) 이란 관련 조항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올해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인 ‘1996년 이란제재법’의 효력을 5년 더 연장해 2031년까지 유지하는 내용입니다. 이 법은 외국 기업을 포함해 이란의 에너지 부문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제재합니다. 러시아 관련 조치들은 법안 시행 5년 뒤 효력을 잃지만, 이란제재법 연장 조항에는 그런 일몰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진행자) 이 법안을 둘러싼 의회 내 처리 경과는 어떻습니까?

기자) 하원 규칙위원회는 지난 14일 법안을 본회의로 넘기면서 관세 관련 문구를 삭제하자는 수정안을 포함한 민주당의 수정안들을 부결시켰습니다. 이어 15일에 하원은 214대 211로 법안 토론을 허용하는 의사규칙을 승인했습니다. 이 표결에서는 민주당 의원 2명이 공화당에 합류했습니다.

진행자) 법안을 지지하는 쪽은 어떤 이유를 들고 있습니까?

기자) 주요 발의자 가운데 한 명인 텍사스주 공화당 마이클 매콜 하원의원은 지난 14일 청문회에서 “오늘 우리는 유럽의 전쟁을 끝내는 데 도움을 주고, 전 세계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보여줄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4일 밤 연설에서 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이 법안이 법률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반대 의견도 적지 않은데요. 민주당 의원들은 어떤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까?

기자) 많은 하원 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한 관세 권한을 주면서도 제재를 쉽게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 의원은 지난주 돈 바이어, 리처드 닐 의원과 공동 성명을 내고, 법안이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러시아 제재를 의무화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네, 고 린지 그레이엄 전 의원의 이름을 딴 ‘2026년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에 대해, 김정우 기자와 알아봤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