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20일 역사상 가장 빠르게 확산 중인 에볼라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콩고민주공화국에 에르베보(Ervebo) 백신 7만 회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세계 에볼라 백신 비축을 관리하는 국제백신공급조정그룹(ICG)은 지난주 콩고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 백신을 즉시 출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7만 회분 중 2만 회분은 에볼라 분디부조(Bundibugyo)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나머지 5만 회분은 WHO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방역 최전선 종사자와 의료진에게 투여됩니다.
미국의 제약회사인 머크(Merck)가 만든 에르베보 백신은 과거 대부분의 에볼라 유행을 일으킨 자이르(Zaire) 에볼라 바이러스용으로 승인된 백신입니다. 현재 에볼라 확산을 일으키고 있는 분디부조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정식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WHO는 "에르베보 백신이 인체 내에서 분디부조 바이러스에 방어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새로운 입증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임상시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초기 실험실 연구와 동물 실험 데이터에서는 백신이 일정 수준의 보호 효과를 제공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번 승인이 "행동으로 보여준 국제적 연대의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콩고 보건부가 17일 발표한 최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 에볼라 발병 사태를 선언한 이래 지금까지 5천208명의 확진자와 2천47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치명률은 47.5%에 달하며, 방역 여건이 더 열악한 북키부주에서는 70%까지 치솟습니다.
콩고의 17번째 에볼라 유행은 지난 7월 말 감염자 수 기준으로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8~2020년 사태(확진 약 3천500명, 사망 2천200여 명)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콩고 동부 6개 주 전역으로 확산하였으며, 1만1천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며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14~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보다 약 3배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WHO는 이번 유행이 결국 서아프리카 지역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에볼라 분디부조 바이러스에 대한 승인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신규 확진자 대부분이 기존 감시 대상 집단 밖에서 보고되고 있어, 바이러스가 방역 당국의 추적 속도보다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에볼라 분디부조 바이러스는 2007년 우간다 서부에서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행 당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그 외 알려진 감염 사태는 2012년 콩고에서 발생한 사례가 유일하며, 두 경우 모두 현 사태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습니다.
18일 열린 WHO 회의에서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가 세계적 비상사태임을 강조했습니다. 또 "솔직해져야 한다"며 "이번 유행은 우리의 통제권을 한참 벗어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