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 정부가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미국 법원의 판결문을 북한에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법원 문건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또 이번 사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함지하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이번에 미국 정부가 북한에 판결문을 전달한 것이 왜 주목받는 건가요?
기자) 네. 미국 정부가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법원 판결문을 공식 전달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단순한 송달 절차이긴 하지만, 미국과 북한 사이의 제한적인 외교 경로가 지금도 법적 절차에는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 사례입니다. 특히 국무부가 외교공한, 즉 외교 문서를 이용해 북한 측에 직접 법원 문건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된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진행자) 흔히 말하는 '뉴욕채널'이 아직도 존재하는 건가요?
기자) 뉴욕채널은 미국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사이의 비공식 소통 창구를 말합니다. 과거에는 미북 간 현안을 조율하거나 억류 미국인 문제 등을 논의하는 통로로 활용됐습니다. 하지만 미북 대화가 중단된 이후에는 사실상 외교적 기능이 거의 멈춘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법원 문건 송달이나 영사 업무 등 제한적인 행정·법률 절차에는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진행자) 원래 미국에서는 법원 문건을 어떻게 송달합니까?
기자) 일반적으로는 소장을 제기한 원고가 피고에게 직접 송달해야 합니다. 미국 내라면 보통 전문 송달업체나 보안관 등을 통해 전달하고, 해외에 있는 피고라면 해당 국가의 헤이그 송달협약 절차나 국제우편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송달이 적법하게 이뤄져야 재판도 계속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이 절차를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은 왜 송달이 그렇게 어려운 겁니까?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정상적인 국제 송달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헤이그 송달협약 가입국도 아니고, 미국 우정국이나 국제 특송업체를 통한 일반적인 송달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과거에는 DHL을 통해 북한 외무성으로 법원 문건을 보낸 사례도 있었지만, 이후 DHL이 유엔 업무나 외교 목적이 아닌 북한행 우편물은 취급하지 않으면서 그 방법도 막혔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국무부를 통한 외교 경로나 법원이 허가한 다른 방식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른 방법을 인정한 사례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미국 법원은 일반적인 송달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대체 송달(alternative service)을 허가하기도 합니다. 일반 사건에서는 지역 신문에 일정 기간 공고를 내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북한 관련 사건에서는 이메일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고지, 또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한 송달 등을 법원이 허가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피고에게 소송 사실을 합리적으로 알릴 수 있느냐입니다.
진행자)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도 최근 계속 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법원에서는 북한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돌아와서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이고, 북한에 나포된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 승조원 사건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의 책임을 묻는 소송까지 제기됐습니다. 미국 법은 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북한처럼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은 외국주권면제법(FSIA)의 예외 규정에 따라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이 실제로 배상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한 사례는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서 원고들은 미국이나 제3국에 있는 북한 관련 자산을 찾아 압류하거나 집행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웜비어 사건에서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매각 대금 등이 배상금 지급에 활용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원고들은 승소 이후에도 북한 자산을 추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례가 앞으로도 비슷한 소송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자) 충분히 있습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가장 어려운 절차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송달입니다. 이번처럼 국무부를 통한 외교공한 방식이 실제로 활용된 사례는 앞으로 다른 대북 소송에서도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한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도 원고 측이 국무부를 통한 외교적 송달을 법원에 요청한 상태여서, 비슷한 절차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함지하 기자와 함께 뉴욕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한 법원 문건 송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