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한 코로나 대응, 성분-지역 차별 우려”

지난달 17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 생일을 맞아 북한 주민들이 만수대언덕 김일성, 김정일 동장에 참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인 듯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차단을 위한 북한 정권의 대응과 치료에서 성분이 낮은 계층과 지방 주민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평양과 특수계층 보호에 집중하면서 면역력이 약하고 의료환경도 열악한 지방 주민들에게 감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인도주의 보건센터’의 코틀랜드 로빈슨 교수는 6일 VOA에, 북한의 고질적인 성분제도와 지역 차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권에 충성하는 핵심계층에 보건·의료 지원을 집중하고, 동요나 적대 계층은 거의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의료 현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도 그대로 적용될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게다가 갈수록 커지는 평양과 지방에 대한 지원과 영양 격차로 지방 주민들이 감염에 훨씬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로빈슨 교수는 말했습니다.

[로빈슨 교수] “Now there's more regional disparity, we're looking at some of the data health data and we're seeing ways in which whether it's vaccine coverage or other measures of malnutrition, that there's more disparities between Pyongyang and the rural area.”

북한에 대한 건강 자료들을 보면 백신 제공이나 영양 결핍 모두 평양과 지방(농촌) 간 격차가 과거보다 더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로빈슨 교수는 북한의 이런 지역 차별을, 빈부 격차 갈등을 조명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로빈슨 교수] “Ryanggang is living in the basement and Pyongyang is up in the penthouse.

북한 내 가장 빈곤 지역인 양강도 주민은 지하실에 살고, 평양은 고층의 고급 주택인 ‘펜트하우스’와 같다는 겁니다.

실제로 유엔 등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평양과 지방의 영양 상태와 의료·보건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며, 통계를 인용해 우려를 제기해 왔습니다.

식품영양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윤지현 교수는 앞서 VOA에, 북한의 전체 만성영양률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평양과 지방의 격차는 20%로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지현 교수] “만성 영양불량률만 봐도 (2017년) 평균값은 19% 정도인데 양강도는 30%가 넘고 평양은 10%로 거의 20% 이상 차이가 납니다. 사실은 같은 나라 안에서 어떤 저개발국가도 이렇게 차이가 나기가 어려운 겁니다. 이런 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북한 청진철도국 위생방역소 의사 출신인 최정훈 고려대 연구교수는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가 북한에서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런 통계는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차별 때문에 가뜩이나 면역력이 약하고 의료환경도 열악한 지방 주민들이 전염병에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교수] “평양역에서 하고 있는 적외선 탐지를 통한 유열자 적발 모습, 또 진단시약과 방호복을 (유엔에) 요청했는데 그 개수가 상당히 제한돼 있잖아요. 북한 주민이 2천500만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지방까지 너무 턱없이 부족한 양이죠. 북한 당국이 제일 관심을 두는 평양도 이렇게 어설픈데, 지방을 북한 당국이 선전하는 것처럼 제대로 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어불성설입니다.”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지리적·보건 능력을 볼 때 발병 위험이 크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부쩍 강조하며 전국적인 전염병 대응 노력을 선전하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보호 노력은 평양과 군대 등 핵심 기관 보호에 집중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태 석좌는 4일 VOA에, 김정은 위원장은 특히 군대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 데 전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석좌] “There are no missiles that will shoot down the coronavirus. There's no nuclear blast that can undo the coronavirus. So I think there's good reason why he should be worried. The military protects Kim. That is his palace guard.”

김 위원장은 자신의 안위를 보호하는 군대에 의존하고 있고, 그 군대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할 것이란 겁니다.

크로닌 석좌는 김정은 위원장이 3일 방사포 발사 훈련을 지도할 때 주변의 북한 군인들이 모두 마스크를 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김정은 정권에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 위협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중 국경 지역 통행을 감시하는 국경수비대와 평양으로 향하는 도로차단소(검문소) 군인들이 바이러스에 접촉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두려움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구호처럼 모든 주민들의 건강 보호에 집중하길 바란다면서, 그러나 북한의 국가 운영이 체제 유지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