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탈북민들, '코로나' 이동통제로 두 달째 발 묶여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난루오꾸샹에서 마스크를 쓴 공안이 출입을 통제하자, 주민이 출입증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국내 이동 통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탈북민들이 두 달 가까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원단체들은 탈북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 악화로 후원금이 줄면 앞으로 구출 활동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탈북민 구출단체인 T 선교회의 이빌립 선교사는 10일 VOA에, 탈북민들이 현재 중국에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빌립 선교사]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북한에서도 지금 나오는 사람이 없고, 중국에서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고요.”

이 선교사는 중국 당국의 이동 통제가 강화되면서 1월 말부터 탈북민들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탈북민 구출단체인 한국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도 사실상 탈북민들의 이동이 100% 중단됐다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다른 성으로 갈 때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다는 건강 진단서를 가진 사람만 성과 성을 넘어갈 수 있어요. 우리 탈북자들이 라오스로 가려면 성을 최소한 3~4개를 거쳐야 하잖아요. 그런데 성마다 어떻게 진단서를 받습니까? 그러니까 탈북자들의 이동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10일 VOA에, 중국 내 23개 성이 각기 다른 규정을 적용해 성과 도시 간 출입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주요 도로 검문소에는 공안 당국이 승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신분증과 여행증명서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겁니다.

한국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탈북 경로가 완전히 막히면서 한국 내 탈북민들의 북한 내 가족 탈출 지원 요청도 한 달째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 상황도 비슷하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동남아시아 상황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어렵습니다. 외국 사람이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현지인들도 그렇고, 탈북이란 게 전부 시스템으로 움직이니까 지금 상황에서 협력이 안 되죠.”

중국 내 탈출 경로가 거의 두 달째 막히면서 동남아시아에는 탈북민들이 거의 없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김성은 목사는 태국 방콕의 이민국수용소에 9일 현재 미국행을 신청하고 대기 중인 탈북민 1명만 남아 있다는 소식을 정통한 현지 소식통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태국은 탈북민들이 한국행을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라로, 한국으로 출국하려면 의무적으로 이민국수용소에 들어가 벌금을 낸 뒤 2~4주 정도 대기해야 합니다.

이미 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출국했고, 중국에서 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민은 두 달째 없다 보니, 이민국수용소가 한산하다는 겁니다.

한편 김성은 목사는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민들이 오랫동안 이동을 못한 채 한 곳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체포돼도 인권을 보호받는 게 아니고, 또 불안하게 하는 게 뭐냐 하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북한으로 송환되면 무조건 총살시킨다. 확인할 근거는 없지만, 그런 소문이 굉장히 많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걸리면 총살한다는 소문이 있으니까, 탈북자는 더 문제가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공포스럽죠.”

탈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북한 당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탈북민 송환마저 거부하면서 공안 당국에 체포된 많은 탈북민이 계속 투먼 등 여러 수용소에 두 달째 수감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중국 당국의 이동 규제가 한동안 지속된다면 올해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1천 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민들의 한국 입국은 지난 2001년 1천 43명을 기록한 뒤 2009년에는 2천 914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세를 보여 왔습니다.

통일부는 특히 지난해 입국자가 1천 47명으로 전년보다 7.9% 감소했다며, 브로커(중개인)들의 활동 위축과 북-중 당국의 국경 경계 강화를 주요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천기원 목사는 한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타격을 받으면서 탈북민 구출 후원금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출자금이 없는 탈북민들에게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모든 경기가 어렵잖아요. 식당도 안 되고. 지금은 자기 사는 게 더 급하니까. 자신들이 죽냐 사냐 하는 게 사회 전체 분위기이니까. (후원금은) 훨씬 더 적어지겠죠. 다들 어렵다고 그럽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