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실은 ‘북한 화물선’ 중국 해역서 침몰…‘환적 해상’ 사고

북한 화물선 운선7호의 사고 기록. 중국 저우산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과 충돌해 침몰한 과정이 담겨 있다. 자료=IMO GISIS

석탄 4천600톤을 실은 북한 화물선이 지난해 말 중국 해역에서 침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북한은 이 선박이 남포항에서 청진항으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사고가 발생한 곳은 석탄 환적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중국 저장성 저우산 인근 해역이었습니다.

침몰한 선박은 북한 국적 화물선 ‘운선7호(UNSON7)'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양사고 기록’에 따르면 운선7호는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11시 43분경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 동쪽 약 13해리 해상에서 중국 어선과 충돌했습니다.

당시 운선7호의 당직 항해사는 접근하는 중국 어선을 발견하고 신호등으로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작업등을 켜고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운선7호의 우현 부분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이후 운선7호 선체가 점차 기울기 시작했고, 곧바로 선장이 퇴선을 명령했습니다. 선원들은 모두 중국 어선에 의해 구조됐지만, 선박은 사고 발생 20~30분 만에 침몰했습니다.

주목되는 건 사고 당시 운선7호의 이동 경로입니다.

북한이 IMO에 제출한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운선7호는 남포항에서 약 4천600톤의 석탄을 선적한 뒤, 청진항으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는 북한 서해의 남포항에서 동해의 청진항으로 석탄을 운송하는 북한내 항해 선박이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저우산 해역은 북한 서해와 동해를 오가는 일반적인 북한내 항로에서 크게 벗어난 곳입니다. 저우산은 북한 남포에서 약 990km,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약 400km 떨어져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으로 석탄을 수출하거나 제3의 선박에 석탄을 넘기기 위해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저우산 일대가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과 각국 정부에 의해 북한 선박들의 석탄 환적과 제재 회피 활동이 이뤄지는 주요 해역으로 지목돼 온 점도 이런 추정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선박 전문가인 한국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16일 VOA에 “남포항을 출항하면서 청진항으로 (목적지를) 보고한 것은, 중국으로 가는 것으로 인지되지 않도록 해 의심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은 "목적지를 청진으로 표시한 북한 선박이 저우산 해역에 있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닝보-저우산 해역은 특히 북한산 석탄을 옮기는 선박 간 환적이 이뤄지는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며 "이 일대에서 이뤄진 불법 석탄 환적을 보여주는 위성사진과 보고서도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7년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로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2371호에 따라 석탄을 포함한 광물 수출이 전면 금지돼 있습니다.

또 같은 해 채택된 결의 2375호는 북한 선박이 다른 선박과 화물을 주고받는 이른바 '선박 간 환적'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과 한국, 일본 등 10개국과 유럽연합(EU)이 북한의 해상 제재 회피에 가담한 선박들에 대한 신속한 제재 지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 특수정치사안 담당 차석대표인 제니퍼 로세타 대사는 지난 4월 30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을 선적한 선박들이 안보리 결의 2371호를 위반하며 특히 중국으로 운항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수출로 얻은 수익은 북한의 불법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으로 직접 사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