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다양한 미국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 김미옥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짧은 영상을 보는 시대인데, 이 영상 덕분에 미국 서점에서는 종이책이 팔리고 있습니다. 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의 책 소개 영상인 ‘북톡(BookTok)’이 미국 출판시장을 바꾸고 있는데요, 오늘은 북톡이 이끄는 미국의 새로운 독서 문화를 소개해 드립니다.
진행자: 책에 관해 대화를 하는 북토크가 아니라, 틱톡 영상으로 책을 소개하는 북톡인 거네요?
기자: 네. 틱톡 영상을 보고 입소문을 탄 책이 실제로 미국 서점에서 종이책으로 판매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대형 서점 반스앤드노블(Barnes & Noble)에 가 보면 예전과 달라진 풍경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틱톡에서 화제가 된 책들을 따로 모아 놓은 ‘북톡(BookTok)’ 진열대가 있습니다.
진행자: 참 예상 밖의 현상이네요. 손에 핸드폰을 들고 짧은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늘면 책과 더 멀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책을 사게 만든다는 거군요?
기자: 네, 영상에서 봤던 책을 사러 서점으로 달려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톡의 영향으로 책이 더 많이 팔리고, 서점의 책 진열이나 출판사의 마케팅 방식도 바뀌고 있는데요, 어떤 작가와 책을 발굴해서 출간할 것인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진행자: 동영상 플랫폼 틱톡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책 소식을 나누고 있나요? 읽은 책을 추천하고 감상을 나누는 건가요?
기자: 책의 줄거리를 길게 설명하기보다는 ‘나 이 책을 읽고 밤새 울었다’, 혹은 ‘마지막 반전이 있는 책’처럼,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짧은 영상으로 공유하는 거죠. 이런 영상이 틱톡 알고리즘을 타고 수많은 사람에게 퍼지면 영상을 본 사람들이 책을 사고, 책을 읽은 독자가 다시 자신의 감상을 영상으로 올리면서 입소문이 더욱 커지는 겁니다. 예전에는 신문 서평이나 방송, 출판사에서 책을 홍보했지만, 이제는 평범한 독자의 감상을 통해 유명한 책이 되고, 서점과 출판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
진행자: 북톡이 출판시장에 가져온 큰 변화는 새로 나온 책뿐 아니라 오래전에 출간된 책도 다시 베스트셀러로 만들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에 출간된 미국 작가 콜린 후버(Colleen Hoover)의 소설 ‘It Ends with Us’입니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끝이야’란 제목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출간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판매가 크게 줄었지만, 북톡에서 화제가 되면서 출간된 지 5년이나 지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출간 10주년을 맞은 올해 미국 내 누적 판매량이 모든 형식을 합해 1천만 부를 넘어섰습니다.
진행자: 콜린 후버의 책은 북톡에서 어떻게 갑자기 유명해진 겁니까?
기자: 미국 출판 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에 따르면 2021년 당시 한 10대 독자가 ‘It Ends with Us’를 읽는 영상 두 편을 올렸습니다. 첫 영상에서는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여러 차례 멈추고 울었고, 두 번째에서는 눈이 붉어진 채 책을 읽은 지 40분이 지났는데도 마지막 문장 때문에 계속 울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두 영상이 당시 약 240만 조회를 기록했는데요, 이런 감정적인 영상들이 확산되면서 책에 관한 관심이 커졌고, 다른 독자들도 책을 읽은 뒤 자신의 반응을 다시 틱톡에 올리면서 입소문이 이어졌습니다. 출판업계에서는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을 ‘백리스트(backlist)’라고 하는데요, 북톡 시대에는 백리스트도 누군가 영상을 올리고 그 영상이 화제가 되면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톡이 실제 출판 시장에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죠?
기자: 북톡의 경제적 가치에 관한 공식 통계는 아직 제한적이고요, 실제 판매량으로 출판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해 볼 수는 있습니다. 틱톡이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BookTok’ 해시태그를 사용한 게시물은 7천500만 개를 넘어섰습니다. 미국 도서 판매 조사기관 서카나 북스캔(Circana BookScan) 자료를 인용한 틱톡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 판매된 종이책 가운데 약 5천900만 권이 북톡 관련 창작자나 콘텐츠와 연결된 판매로 추산됐습니다.
진행자: 서점에 가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제일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는데, 요즘은 북톡에서 인기 있는 책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고 있죠?
기자: 네, 미국의 대형 서점 체인인 반스앤드노블(Barnes and Noble)도 북톡에서 화제가 된 책들을 테이블이나 별도 진열대에 모아 소개하고 있고, 온라인몰에는 북톡 페이지를 만들어 소설과 로맨스, 판타지, 청소년 소설 같은 인기 도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스앤드노블의 한 도서 담당자는 북톡을 ‘휴지 세일즈 드라이버(Huge Sales Driver)’, 즉 ‘판매의 큰 동력’이라고 표현했는데요. 흥미로운 건 북톡의 영향으로 반스앤드노블에서 책을 사는 경우, 대부분 전자책(ebook)보다는 실제 매장에서 종이책으로 구입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정말 북톡이 미국의 출판시장을 바꿔놓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출판 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는 ‘북톡이 출판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디지털 마케팅 도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습니다. 또 예전에는 작가가 원고를 써서 출판사와 계약하고 책을 출간한 뒤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였지만, 최근에는 북톡에서 먼저 성공한 독립출판 작가를 전통 출판사가 발굴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엘레나 아르마스(Elena Armas)의 로맨스 소설 ‘더 스패니쉬 러브 디셉션(The Spanish Love Deception)’이 한 예인데요, 2021년 작가가 직접 출간한 책이 틱톡에서 크게 입소문을 타자, 대형 출판사 아트리아 북스가 경쟁 입찰을 통해 이 책과 후속작의 북미 출판권을 사들여 정식 출간했습니다.
진행자: 짧은 영상이 책 판매와 서점의 진열, 출판사의 마케팅까지 바꾸고 있는 미국의 ‘북톡(BookTok)’ 이야기, 김미옥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