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북한은 즉각 반발했고,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종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인도태평양 지역 외교장관들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무장관 주재로 지난 23일 마닐라에서 열린 제33차 ARF는 이틀 뒤인 25일 공개한 의장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에서 최근 한반도에서의 상황 전개에 우려를 표하고 비핵화된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관련 당사국들 간 평화적 대화 재개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현실을 “우려스러운 상황(worrisome developments)”으로 규정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주목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관련 당사국들 간 평화적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을 포함한 외교적 노력이 우선순위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ARF를 포함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도의 플랫폼을 활용해 당사국들 간 평화적 대화를 위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건설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북한 “비핵화 거론 한심”
북한 당국은 이 같은 ARF 의장성명에 강력 반발하며, 핵능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은 27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이번 ARF 의장성명이 한반도 정세의 본질을 왜곡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거론한 것을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또 핵억제력이 국가주권을 지키는 궁극적 방패이며, 한반도와 그 너머의 힘의 균형과 지정학적 안정을 담보하는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위치는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한국 “핵없는 한반도 입장 변함 없어”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윤민호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날로 증대되고 있는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북핵 우선 중단에 중점을 두고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변인은 이어 “올해 ARF 의장 성명에서 당사자 간의 대화, 평화적 대화를 위한 유리한 환경 조성을 강조한 것에 주목하며 아세안이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북한 2년 연속 불참
ARF는 인도태평양 일대 정치·안보 현안에 대한 건설적 대화와 협력을 촉진하는 아세안 주도의 대표적 협의체로, 남북한이 동시에 참여하는 역내 유일한 다자 안보기구입니다.
북한은 2000년 ARF에 가입한 이후 외무상이 주로 참석하다가 2019년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사급이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지난해 회의에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불참했고, 올해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번 ARF 회의에서는 아세안 마닐라 행동계획(MPOA) 2026-2036이 채택돼 향후 10년간 ARF 협력의 전략적 로드맵으로 결정됐고, 영국이 28번째 ARF 참가국으로 승인됐습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참가국들은 항행의 자유 보장과 실질적인 행동강령(COC)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재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