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째 계속되는 다이어트 열풍, 미국인들은 왜?

제2형 당뇨병 치료용 티르제파티드 주사제 '마운자로' (자료사진)

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USA', 오늘은 '미국의 현재' 시간입니다. 조상진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이 준비돼 있나요?

기자: 오늘 살펴볼 키워드는 '다이어트 문화'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비만 치료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다이어트 열풍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미국인들의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100년 넘게 이어져 왔고, 그 방식만 시대에 따라 계속 바뀌어 왔습니다. 오늘은 자몽 다이어트부터 최근의 비만 치료제 열풍까지, 미국 다이어트 문화 100년의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미국인들이 다이어트에 이렇게까지 몰두하는 배경, 어느 정도 규모인지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사실 체중 감량, 즉 다이어트가 꼭 미국인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풍부한 식품 공급과 패스트푸드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는데요. 미국의 체중 감량 관련 시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천3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9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이어트 식단과 보조제, 헬스클럽, 상업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물론, 최근 급성장한 처방 비만 치료제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인데요. 미국 성인의 상당수가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다이어트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됐습니다.

진행자: 다이어트 열풍의 역사, 얼마나 거슬러 올라가나요?

기자: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820년대에는 영국 시인 조지 바이런이 식초와 물을 섞어 마시는 다이어트를 유행시켰고, 20세기 초에는 몸무게가 150kg에 달했던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중 감량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1920년대에는 담배 회사가 '단 것 대신 담배를 피우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워 니코틴의 식욕 억제 효과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위험하고 비의학적인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본격적으로 '다이어트 유행'이라고 부를 만한 흐름은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기자: 1930년대로 볼 수 있습니다. 끼니마다 자몽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이른바 '자몽 다이어트', 다른 이름으로 '할리우드 다이어트'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하루 섭취 열량을 600칼로리 안팎까지 제한하는 상당히 극단적인 방식이었는데요. 1950년대에는 양배추 수프를 무제한으로 먹는 '양배추 수프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시기 다이어트들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보다는 입소문과 유행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진행자: 그러다 1963년, 지금도 이름이 남아 있는 '웨이트 워처스(Weight Watchers)'가 등장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뉴욕의 평범한 주부였던 진 니데치 씨가 친구들과 함께 체중 감량 경험을 나누는 모임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는데요, 이 모임이 '웨이트 워처스'라는 회사로 발전했습니다. 회사는 출범 이후 빠르게 성장해 수십만 명의 회원을 모았고, 첫해 매출만 55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개인이 알아서 굶는 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점수 체계로 음식을 관리하고 정기 모임에서 서로 격려하는 방식이 새로웠기 때문에 크게 유행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거의 10년마다 새로운 다이어트가 등장하고 또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체중 감량에 대한 높은 관심과 거대한 소비시장이 이런 유행을 계속 만들어냈다고 설명합니다.

진행자: 1970년대 들어서는 다이어트 방식에 큰 전환점이 생겼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1972년, 심장병 전문의 로버트 앳킨스 박사가 '앳킨스 다이어트 혁명'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단이 본격적으로 확산했습니다. 빵과 파스타, 설탕은 줄이고 고기와 버터, 지방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방식이었는데요. 이후 수십 년 동안 저지방이 옳으냐, 저탄수화물이 옳으냐를 놓고 영양학계와 다이어트 업계에서 논쟁이 계속됐습니다. 1980년대에는 배우 제인 폰다가 에어로빅 비디오를 선보이면서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 열풍도 함께 일었습니다.

진행자: 2000년대로 넘어오면 또 다른 흐름이 생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2004년에는 참가자들이 극단적인 식이 제한과 하루 최대 6시간에 이르는 운동을 통해 체중 감량을 겨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더 비기스트 루저(The Biggest Loser)'가 방영되면서, 다이어트가 대중적인 볼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레몬즙과 메이플 시럽, 카옌페퍼를 물에 섞어 마시는, 이른바 '마스터 클렌즈(The Master Cleanse)'도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유행했는데요. 가수 비욘세가 이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했다고 밝히면서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진행자: 2010년대에는 소셜미디어가 다이어트 문화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클린 이팅(Clean Eating)', 팔레오 식단(Paleo Diet), 키토 식단(Keto Diet), 간헐적 단식 같은 방식이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동시에 이런 마른 몸 위주의 문화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함께 커졌는데요, 있는 그대로의 몸을 긍정하자는 이른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이 이 시기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여러 브랜드가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기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흐름이 다시 크게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극단적으로 마른 몸매를 추구하도록 부추기는, 이른바 '스키니톡(SkinnyTok)' 관련 콘텐츠가 빠르게 퍼졌는데요, 청소년 유해성 논란이 커지면서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관련 해시태그를 최근 잇따라 차단했습니다. 여기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이 급격히 늘면서, 지난 10년 동안 힘을 얻어온 바디 포지티브 운동의 흐름이 다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러 매체를 통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GLP-1 은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말하는데요. GLP-1 계열 치료제의 확산 속도, 실제로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발표한 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의 11%가 현재 GLP-1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3%에서 2년 만에 세 배 넘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 미국 비만율은 2022년 39.9%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36.4%까지 낮아졌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처방 건수가 계속 늘면서 앞으로 10년 안에 관련 약을 복용하는 미국인이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진행자: 이런 변화가 기존 다이어트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통적인 상업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나 체중 감량 전문 매장은 최근 몇 년 새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병원이나 전문 클리닉을 통한 처방 중심의 체중 관리 서비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두고 다이어트 산업 전체의 무게중심이 '식단 관리'에서 '의료적 개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약물이 당뇨나 심장질환 같은 만성질환 관리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지만, 사회 전체가 다시 마른 몸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쪽으로 쏠릴 경우 섭식장애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결국 미국의 다이어트 문화는 유행하는 방법은 계속 바뀌었지만, 건강과 체형에 대한 관심만큼은 한 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미국인들의 다이어트 문화, 100년의 흐름을 짚어봤습니다. 조상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