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관련 소식 전해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 오늘은 이조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건국 250주년 기념 행사를 소개해 드리는 시간입니다. 그동안 이 시간에 퍼레이드와 축제, 불꽃놀이를 여러 차례 전해드렸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사업은 성격이 좀 다릅니다. 무대도 없고 구경거리도 없습니다. 미국인들이 주차장에 세워진 은색 트레일러 안으로 들어가, 자기 이야기를 녹음하고 나오는 겁니다. '우리의 미국 이야기(Our American Story)'라는 사업입니다.
진행자: 트레일러 안에서 이야기를 녹음한다고요?
기자: 에어스트림이라는 은색 여행용 트레일러가 있습니다. 미국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물건인데요. 이 트레일러 안을 녹음 스튜디오로 개조했습니다. 참가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촬영진이 대기하고 있고, 훈련받은 진행자가 질문을 던집니다. 정체성과 봉사, 공동체, 그리고 개인이 남기고 싶은 것에 관한 질문들입니다. 그렇게 오간 대화가 그대로 녹음되고 촬영됩니다.
진행자: 누가 참여할 수 있습니까?
기자: 누구나 가능합니다. 유명인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 목적입니다. 트레일러가 서는 곳도 그래서 특이한데요.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아니라 주로 대형 마트 주차장입니다.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곳이죠. 지역 시장이나 커뮤니티 센터, 주박람회장에도 갑니다. 그냥 장을 보러 나왔다가 트레일러에 들어가 자기 이야기를 남기고 나오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게 모인 이야기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이 대목이 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녹음된 대화 가운데 일부가 미국 의회도서관에 영구 보존됩니다. 그러니까 장 보러 나온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가 국가 기록의 일부가 되는 겁니다. 주최 측은 이를 두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구술·영상 기록을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진행자: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기자: 지난해 7월 28일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출범했습니다. 연방의사당을 배경으로 첫 녹음이 이뤄졌는데요. 이 사업은 의회가 설치한 초당적 기구인 미국 250주년 기념위원회가 이끌고 있습니다. 위원회를 이끄는 로지 리오스 위원장은 출범식에서 역사는 교과서에만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매일 살아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눠 모두 찾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56개 권역이면 50개 주보다 많은데요.
기자: 주와 준주, 그리고 워싱턴 D.C.까지 미국을 구성하는 모든 지역을 뜻합니다. 리오스 위원장은 특히 어디로 갈 것인지를 강조했는데요. 깊은 남부와 부족 국가, 그리고 농촌 미국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지금은 어디를 돌고 있습니까?
기자: 이번 달 일정을 보면 이 사업의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오는 16일에는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미네소타 역사센터에 하루 종일 세워집니다. 이틀 뒤인 18일에는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의 한 식당 주차장으로 옮겨가고, 다음 날인 19일 아침에는 같은 도시의 폴스파크 파머스마켓에 자리를 잡습니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텍사스주 댈러스의 월마트 매장 두 곳을 각각 찾아갑니다.
진행자: 장소가 참 다양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달만 봐도 주 역사센터부터 농민시장까지 성격이 제각각인데요. 앞서 지난 5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의 월마트 주차장에 하루 여섯 시간 세워졌고, 테네시주에서는 클라크스빌과 프랭클린을 이틀에 걸쳐 찾았습니다. 4월에는 버몬트주 베닝턴의 동네 마켓 앞에 두 시간 반 동안 세워졌습니다. 지난달에는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의 프로 축구팀 홈구장 앞에 등장했는데, 경기 표가 없어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했습니다.
진행자: 규모가 큰 행사는 아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 곳에 몇 시간 머물다 다음 도시로 떠납니다. 화려한 무대나 대규모 관중은 없습니다. 대신 올해 안에 미국의 모든 주를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이를 '움직이는 타임캡슐'이라고 부릅니다.
진행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추천할 수도 있다고요?
기자: 네, 이 사업에는 추천 제도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그 이야기가 보존될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누구나 추천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이웃, 지역의 어른 같은 사람들인데요. 특히 참전용사와 교육자, 그리고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가족의 이야기가 우선적으로 다뤄집니다. 이렇게 선별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제작진과 방송사를 통해 공개됩니다. 각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56편도 제작됩니다.
진행자: 50년 전 200주년 때와는 방식이 많이 다르군요.
기자: 그 점이 흥미롭습니다. 1976년 200주년은 정부와 기관이 주도한 기념이 중심이었습니다. 특별 열차가 역사 유물을 싣고 전국을 돌았고, 시민들은 그것을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시민이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이야기를 받으러 옵니다. 기념의 대상이 아니라 기념을 구성하는 주체가 되는 셈입니다. 리오스 위원장 본인도 1976년 200주년 때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면서, 그때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직접 찾아가기 어려운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기자: 온라인으로도 이야기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일정과 참여 방법은 250주년 기념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주차장에 세워진 은색 트레일러가 모으는 미국인들의 목소리, '우리의 미국 이야기' 소식이었습니다.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