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아메리카 250] 미국인의 '여름 마지막 주말', 250주년 노동절 연휴

노동절 연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의 분주한 모습. (자료사진)

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관련 소식을 전해 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 오늘은 이조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오늘부터 미국은 사흘간의 연휴에 들어갑니다. 오는 9월 7일 월요일이 연방 공휴일인 노동절(Labor Day)이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미국인에게 이 연휴는 노동자를 기리는 날이라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름의 마지막 주말'이라는 인식이 훨씬 강한데요. 오늘은 건국 250주년을 맞은 미국의 노동절 연휴 풍경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여름의 마지막 주말이라고요? 9월이면 아직 더울 텐데요.

기자: 날씨로 보면 그렇습니다. 워싱턴만 해도 9월 초는 여전히 덥습니다. 그런데 미국인에게 여름은 달력이 아니라 두 개의 연휴 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월 말 미국의 현충일 격인 메모리얼데이 연휴에 여름이 시작되고, 9월 초 노동절 연휴에 여름이 끝나는 겁니다. 이 주말을 전후해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고, 야외 수영장이 문을 닫고, 해변 마을이 조용해집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이 사흘을 여름의 마지막으로 여깁니다.

진행자: 어떤 풍경이 펼쳐집니까?

기자: 가장 흔한 것이 뒷마당 바비큐입니다. 가족과 이웃이 모여 그릴에 고기를 굽고,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어놉니다. 해변과 호수, 국립공원으로 떠나는 사람도 많아서 고속도로가 크게 붐빕니다. 상점들은 이 주말에 큰 폭의 세일을 하고요. 스포츠도 이 연휴에 몰립니다. 대학 미식축구가 새 시즌을 열고, 뉴욕에서는 US 오픈 테니스 대회가 한창입니다.

진행자: 흰옷과 관련된 오래된 관습도 있다고요?

기자: 네, '노동절이 지나면 흰옷을 입지 말라'는 말입니다. 지금도 미국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인데요. 여름옷은 밝고 가벼운 색, 가을과 겨울옷은 어두운 색이라는 옛 관념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집니다. 여름 휴양지에서 돌아와 도시의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신호이기도 했고요. 물론 지금은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고, 오히려 그런 규칙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이야깃거리로 삼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원래 노동절은 노동자를 기리는 날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은 바비큐와는 아주 거리가 멀었습니다. 1882년 9월 5일, 뉴욕에서 노동자 1만 명이 시청에서 유니언스퀘어까지 행진했습니다. 미국 최초의 노동절 행진으로 기록돼 있는데요. 당시는 하루 12시간, 주 6일 노동이 흔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날 행진에 나선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을 감수하고 일터를 비웠습니다.

진행자: 연방 공휴일이 된 것은 언제입니까?

기자: 12년이 더 걸렸습니다. 1894년인데요. 그해 시카고 인근 풀먼이라는 회사 마을에서 대규모 철도 파업이 일어났습니다. 회사가 임금을 깎으면서 사택 임대료는 그대로 두자,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은 겁니다. 파업이 전국 철도로 번지자, 연방 정부가 군대를 보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직후인 6월 28일,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노동절을 연방 공휴일로 정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진행자: 누가 처음 제안했는지 알려졌습니까?

기자: 흥미롭게도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후보로 거론되는데요. 목수 노조를 이끌던 피터 맥과이어, 그리고 기계공이자 중앙노동조합 간사였던 매슈 매과이어입니다. 성까지 비슷합니다. 오랫동안 피터 맥과이어가 창시자로 알려져 왔지만, 뉴저지 역사학회의 연구 이후 매슈 매과이어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미국 노동부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누가 창시자인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1882년 그 첫 행진 자리에 있었습니다.

진행자: 올해는 건국 250주년도 함께 축하한다고요?

기자: 네, 올해 노동절 연휴는 250주년 색이 짙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채핀은 축제 주제를 아예 '별과 줄무늬, 그리고 봉사: 250년을 기념하며'로 정했습니다. 월요일인 7일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기업과 교회, 학교, 단체에 미국의 역사와 지역의 인물, 봉사의 정신을 담아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빌 미첼 시장은 250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올해가 특히 뜻깊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다른 지역은 어떻습니까?

기자: 여러 주의 주박람회가 이번 연휴에 막을 내립니다. 뉴욕주 박람회와 미네소타 주박람회 모두 노동절인 7일이 마지막 날인데요. 뉴욕주 박람회는 7일 오전 노동절 퍼레이드를 폐막 행사로 치릅니다. 건국의 도시 필라델피아에서는 독립혁명박물관이 사흘 동안 1700년대 마을을 재현한 체험 전시를 엽니다. 베시 로스 하우스에서는 매일 아침 10시 국기 게양이 이어지고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는 공원 건물에 미국 독립 250주년을 주제로 한 영상을 쏘는 야간 프로그램이 노동절까지 계속됩니다.

진행자: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어떤 행사가 벌어지나요?

기자: 미국에서 태어난 음악 재즈를 즐기는 D.C. 재즈페스트가 이번 주말 포토맥 강변 동네인 ‘워프(The Wharf)’에서 마무리됩니다. 워싱턴 D.C. 관광 당국은 250주년을 맞아 호텔 할인과 무료 야외 행사를 함께 안내하고 있고요. 캐피털힐튼에서는 오늘부터 사흘간 마술 축제도 열립니다.

진행자: 노동자를 기리는 날이 여름의 마지막 주말이 된 셈인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미국에서도 그런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창시자들이 원했던 것은 노동의 가치를 기억하는 날이었는데, 지금은 세일과 바비큐의 날이 됐다는 겁니다. 다만 노동조합들은 지금도 노동절에 퍼레이드와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도 7일 오전 노동조합들이 주관하는 퍼레이드가 예정돼 있습니다. 250년을 맞은 미국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자신이 무엇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돌아보는 주말이기도 한 셈입니다.

진행자: 여름의 마지막 주말이자 노동자의 노고를 기리는 날이면서,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노동절 연휴 이야기, 이조은 기자와 함께 전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