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USA', 오늘은 조상진 기자와 함께 요즘 미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한 편 소개해 드립니다.
기자) 오늘 소개할 작품은 지난달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입니다. 약 2천700년 전 고대 그리스 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요, 미국 극장가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가면서, 오래된 고전이 어떻게 오늘날의 대중문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원작이 아주 유명하잖아요. 그래도 어떤 이야기인지 다시 한번 소개해 주시죠.
기자)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 '오디세이아'가 원작입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10년 동안 바다를 떠도는 이야기인데요, 그 사이 신들의 방해와 괴물들과의 사투를 겪고, 고향에서는 아내 페넬로페가 수많은 구혼자에게 시달리며 남편을 기다립니다. 서양 문학을 대표하는 가장 오래된 고전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진행자) 그런데 2천700년이나 된 이야기가 지금 관객들에게도 통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데요. 고대 그리스 이야기가 왜 지금까지 이렇게 사랑받는 걸까요?
기자) 결국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주제들이 시대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괴물과 신들을 만나는 모험담이지만, 그 안에는 전쟁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려는 한 인간의 이야기, 가족에 대한 사랑과 충성, 유혹과 실패, 그리고 자신이 내린 선택의 결과를 감당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출연 배우 가운데 한 명인 톰 홀랜드도 이 작품에 담긴 사랑과 충성, 인내와 실패 같은 주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고대 이야기에 최첨단 영화 기술을 입혔지만, 결국 관객들이 공감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인간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진행자) 이 오래된 이야기를 영화로 되살린 사람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배트맨을 다룬 영화죠. '다크 나이트(Dark Knight)' 삼부작과 '인셉션(Inception)', '인터스텔라(Interstellar)' 같은 작품으로 미국 영화 흥행을 이끌어온 감독인데요, 원자폭탄 개발을 다룬 2023년 영화 '오펜하이머(Oppenheimer)'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고, 놀런 감독 자신도 감독상을 수상하며 커리어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번 '오디세이'는 그 후속작으로, 놀런 감독이 2억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이 고전을 실사 액션 대작으로 되살렸습니다.
진행자) 주연 배우는 누구입니까?
기자)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 역은 배우 맷 데이먼이 맡았습니다. 1997년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배우인데요, 놀런 감독과는 '인터스텔라', '오펜하이머'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작품입니다. 데이먼은 이 역할을 위해 강도 높은 훈련과 식단 관리를 거쳤고, 촬영 기간에는 글루텐을 끊었다고 밝혔는데요, 본인 스스로 "지금까지 찍은 영화 가운데 가장 힘들고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 역은 앤 해서웨이가, 여신 아테나 역은 젠데이아가, 오디세우스의 충직한 하인 에우마이오스 역은 존 레귀자모가 맡는 등 미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진행자) 이 영화, 촬영 방식도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놀런 감독은 이 작품 전체를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는데요, 장편 상업영화 전체를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70㎜ 필름으로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은 전 세계에 단 41곳뿐인데요, 이 희소성 때문에 개봉 이후 한 달 가까이 대부분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배급 방식에서도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전략을 썼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배급사인 유니버설픽처스는 올해부터 자사 영화의 극장 독점 기간을 최소 다섯 번의 주말로 늘렸는데요, '오디세이'는 이런 전략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보통 세 번의 주말 정도만 지나면 프리미엄 주문형 비디오로 넘어가던 관행에서 벗어난 결정입니다. 아이맥스에서도 최소 3주간 전 세계 집중 상영을 이어갔고, 전 세계 41곳뿐인 70㎜ 아이맥스 상영관에서는 최소 5주 동안 상영하도록 했습니다. 첫 티저 예고편도 처음에는 온라인이 아니라 극장에서 먼저 공개했는데요, 극장에 직접 가야만 볼 수 있는 경험이라는 희소성을 의도적으로 만든 전략이 흥행에도 크게 도움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진행자) 실제 흥행 성적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지금 북미에서만 4억6천110만 달러, 전 세계로는 1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요, 개봉 첫 주말에만 1억2천45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놀런 감독 작품으로는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Dark Knight Rises)' 이후 가장 큰 북미 오프닝을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 흥행 수익이 11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 흥행 기준으로 놀런 감독의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됐는데요, 종전 1위였던 '다크 나이트 라이즈'(10억8천500만 달러)를 넘어선 겁니다. 아이맥스 흥행 수익도 북미에서만 1억4천7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북미 아이맥스 최고 흥행작이 됐습니다.
진행자) 평단과 관객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개봉 직후 기준으로 평론가 점수는 95%, 관객 점수는 97%를 기록했고, 개봉 첫날 밤 관객 평가에서도 최고 등급인 'A'를 받았는데요, 이 관객 점수는 놀런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역대 최고 수치입니다. 상영시간이 세 시간에 가깝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흥행에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반응이 나온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개봉 주말 관객의 약 60%가 남성이었는데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폭넓은 흥행을 이어갔습니다.
진행자) 이 영화 하나로 미국 극장가 전체 분위기도 달라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여름 북미 극장가는 '오디세이'와 함께 개봉한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Spiderman: Brand New Day)'가 쌍끌이 흥행을 이끌면서, 북미 여름 극장 매출이 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극장업계에서는 이를 팬데믹 이후 침체됐던 극장 관객이 다시 대형 이벤트 영화로 돌아오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2천700년 전 서사시로 미국 극장가를 사로잡은 '오디세이' 이야기, 조상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