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아메리카 250] 미국 제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

미국 제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

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소식 전해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 김미옥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오랫만에, 미국 역대 대통령 소개해 드립니다. 오늘은 미국 제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 만나보겠습니다. 미국 대통령 역사에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특별한 기록들이 있습니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선거인단의 만장일치로 선출된 유일한 대통령이고, 제8대 마틴 밴 뷰런 대통령은 영국 식민지시절이 아니라 미국 독립이후 태어난 첫 번째 대통령입니다. 오늘 소개할 해리슨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짧은 재임 기간을 기록했습니다. 임기는 불과 한 달 정도 였지만,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 승계 제도에 중요한 전환점을 안긴,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 만나보겠습니다. (Act 1. Sneak in Music up&down)

진행자: 윌리엄 핸리 해리슨 대통령, 미국 대통령 가운데 이름이 가장 낯선 인물 중 한 명인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죠? 해리슨은 조지 워싱턴이나 토머스 제퍼슨처럼 건국의 아버지로 활약했던 인물도 아니고, 또 앤드루 잭슨처럼 업적과 논란이 함께 거론되는 강렬한 정치가도 아니었습니다. 대통령 재임 기간은 미국 역사상 가장 짧았지만, 그 전에는 군인이자 정치인으로 오랜 경력을 쌓았습니다. 개척 시대의 행정가로, 또 연방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현대 선거운동의 시작을 알린 인물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역사에 기록될 만큼 짧았던 대통령 임기, 얼마나 짧았던 겁니까?

기자: 불과 31일이었습니다. 해리슨 대통령은 1841년 3월 4일 취임해, 한 달 뒤인 4월 4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 사망한 대통령이자, 지금까지도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대통령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진행자: 정말 충격적일 만큼 짧았네요. 취임한 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해리슨은 대통령 취임 당시 68세로, 그때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이었습니다. 취임식 날 춥고 궂은 날씨에도 외투와 모자를 착용하지 않은 채 말을 타고 취임식장에 도착했고요. 이어 약 8천400단어에 이르는 연설을 약 1시간 40분 동안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미국 대통령 취임 연설 가운데 가장 긴 연설로 기록돼 있습니다.

진행자: 취임식 날 춥고 궂은 날씨에 오랫동안 연설한 뒤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가요?

기자: 취임식 날 추위에 긴 연설을 한 것이 병의 원인이 됐다고 오랫동안 알려져 왔고, 당시 의료진이 기록한 공식 사인은 ‘폐렴(pneumonia)’이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아프기 시작한 것은 약 3주가 지난 3월 말부터였습니다. 고열과 기침, 심한 피로 등의 증상을 보였습니다. 의료진은 폐렴으로 판단하고 치료했지만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취임 31일 만에 백악관에서 숨졌습니다. 최근 의학 연구에서는 당시 백악관의 오염된 식수로 인해 장티푸스와 같은 장내 감염병에 걸렸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역대 대통령의 특별한 기록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기록이네요. 대통령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습니까?

기자: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1773년 버지니아주 버클리 농장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벤저민 해리슨 5세는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건국 세대 지도자였고, 해리슨은 의학을 공부했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학업을 중단하고 미 육군에 입대했습니다. 그 뒤 서부 변경 지역에서 군 생활을 하며 경력을 쌓았고, 이 경력이 정치 인생의 중요한 기반이 됐습니다.

진행자: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주지사와 전쟁 영웅으로 이름을 알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리슨은 인디애나 준주 주지사 시절인 1811년 티퍼커누 전투에서 원주민 연합 세력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어 1812년 전쟁에서도 활약하면서 '올드 티퍼커누'라는 별명을 얻었고, 그 뒤 연방 의원과 외교관 등을 지낸 뒤 1840년 대통령 선거에서 휘그당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진행자: 인디언과의 전쟁에서 얻은 유명세가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진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리슨은 부통령 후보였던 존 타일러와 함께 대규모 유세를 벌였는데요, 당시 선거 구호가 ' Tippecanoe and Tyler, Too’ 즉 ‘티퍼커누와 타일러 도'였습니다. 선거 노래와 기념품을 적극 활용해 선거운동을 벌였는데요, 이런 선거 방식은 미국 최초의 현대적인 대중 선거운동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해리슨 대통령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 죽음은 미국 대통령 승계 제도에 큰 영향을 남겼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헌법은 대통령이 재임 중 사망하면 부통령이 정식 대통령이 되는지, 권한만 대행하는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존 타일러 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정식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대통령 선서를 했습니다. 이 결정은 '타일러 선례(Tyler Precedent)'로 불리며 그 뒤 대통령 승계의 기준이 됐고, 1967년 수정헌법 제25조가 비준되면서 헌법에 명문화됐습니다. 해리슨의 재임 기간은 미국 역사상 가장 짧았지만, 그의 사망은 대통령 승계 원칙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진행자: 다른 역대 대통령처럼 해리슨 대통령과 관련된 유적지도 남아 있나요?

기자: 해리슨이 태어난 버지니아주의 ‘버클리 농장(Berkeley Plantation)’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역사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유적지이고요, 오하이오주 노스벤드에는 해리슨의 묘지가 있고, 인디애나주에는 티퍼커누 전투 유적지가 남아 있습니다. 해리슨은 취임 당시 68세로, 당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었는데요, 이 기록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약 140년 동안 유지됐습니다. 또 손자 벤저민 해리슨이 미국 제23대 대통령인데요, 미국 역사상 유일한 할아버지와 손자 대통령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제9대 대통령, 윌리엄 헨리 해리슨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김미옥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