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미중 정상회담 3] 한반도 과제 여전히 산적…비핵화·중국 역할·동맹 조율 난제

2026년 5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 방문을 마치고 떠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이 마무리됐지만, 한반도와 역내 질서를 둘러싼 복잡한 과제들은 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비핵화 원칙, 중국의 대북 역할론, 동맹 간 전략 조율, 공급망 경쟁은 미중관계의 안정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풀어가야 할 현안으로 꼽힙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무역과 경제협력,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타이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베이징을 떠나며 시 주석과 북한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고, 타이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전직 미 당국자들과 워싱턴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VOA에, 이번 회담이 미중 간 긴장 관리에 일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북한 문제와 한반도 안보, 한국의 경제안보 부담을 자동으로 줄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대북 관여와 비핵화 원칙의 균형,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 역할, 타이완 문제와 동맹 신뢰, 미중 기술경쟁 속 공급망 전략 등이 회담 이후에도 계속 맞물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경제 안정 신호 이후에도 남는 지정학 변수

이번 정상회담 이후 무역 분야의 진전 신호가 강조됐지만, 타이완과 이란·호르무즈 문제도 함께 부각됐습니다. 한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 결과가 경제 현안 관리에 머무는지, 아니면 역내 안보 변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더 장기적인 관심사로 남습니다.

유키 타츠미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 선임국장은 한국과 일본이 이번 회담 이후 미중 간 논의의 성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양측이 합의에 이른다면, 그것이 더 ‘경제 합의’에 가까운지, 아니면 지정학적 요소를 포함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키 타츠미 /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 선임국장] “Both countries should pay attention to whether the ‘deal’ they reach (if they reach one at all) would be more ‘economic deal’ or it has elements of geopolitics in the deal.”

미중이 경제 현안에서 진전 신호를 보내더라도, 한반도와 타이완, 러시아·이란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안보 논의에서 계속 주요 변수로 남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대북 관여와 비핵화 원칙의 균형

북한 문제에서 회담 이후 남는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대북 관여 재개 가능성과 비핵화 원칙 사이의 균형입니다. 전문가들은 미북 대화 재개 자체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비핵화 목표가 흐려질 경우 새로운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강의교수는 “한국은 북한과의 관여 추진을 환영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중국 주도 구상에 동의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 스탠퍼드대 강의교수] “While South Korea may welcome a push toward engagement with North Korea, it would be problematic if Trump agrees to a Chinese-sponsored initiative that abandons the goal of denuclearization.”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대화 재개의 방식 자체가 비핵화 원칙과 긴장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봤습니다. 사일러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대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피하고, 대화 여건을 “비공격적인 방식으로” 조성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CSIS 선임고문] “President Trump will likely rearticulate his desire to talk to Kim, maybe even sharing some ideas in how to tee up talks in a ‘non-offensive’ manner by avoiding the ‘denuclearization’ word.”

사일러 고문은 또한 중국이 러시아와 달리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는 점에 미국이 일정한 가치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적인 낙인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 국제 비확산 체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CSIS 선임고문] “We will only know over time the value of the continued stigmatization of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to include the value to the international nonproliferation regime).”

중국의 역할, 현실적 기대와 최소 요구

미중 정상회담이 긴장 관리의 신호를 보냈더라도,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과거처럼 적극적인 압박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한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워싱턴이 베이징에 요구해야 할 사안으로 “역내 안정과 자제를 촉진하고 북한의 공세적 역량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지속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 미한경제연구소 소장] “Washington should ask Beijing to continue to take steps to promote regional stability, restraint, and limitation of North Korean offensive capabilities.”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특사는 현재의 미중 간 긴장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이 2016년 당시처럼 대북 제재에 적극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최소한 중국이 제재와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를 돕지 않도록, 즉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기권하도록 요구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 전 6자회담 특사] “However, given our tense relationship with China, it's unlikely that China will help -- as they did in 2016 -- with sanctions imposed on North Korea for violations of UNSC resolutions. We can at least ask that they not assist North Korea -- and Russia -- with sanctions by refraining (abstaining) from vetoing UNSC resolutions sanctioning North Korea for violations of UNSC resolutions.”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미국이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 문제에서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중국이 과거처럼 ‘모든 당사자’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대결을 피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하는 수준일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Perhaps the best the U.S. can hope for from China on North Korea is that the PRC will call for ‘all parties’ to ‘exercise restraint,’ ‘avoid confrontation,’ and ‘resolve issues through dialogue.’ Such language has often been used by the PRC in the past.”

이런 분석은 미중관계 안정이 대북 압박이나 제재 이행 강화로 직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는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집니다.

북중러 구도 속 중국의 대북 영향력

북러 밀착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많지만, 중국이 그 영향력을 다시 확보하려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2025년 9월 베이징 전승절 행사 초청과 2026년 4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평양 방문을 그 사례로 들며, “이런 우호적 흐름이 북한 안팎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 전 6자회담 특사] “Xi Jinping has worked hard to bring Kim Jong Un back into the fold, by the September 2025 invitation to join Xi and Putin in Beijing to celebrate the anniversary of victory in World War II. We saw some of this goodwill during Foreign Minister Wang Yi's April 2026 visit to Pyongyang and his meetings with Mr. Kim and the resultant media coverage it received, in North Korea and beyond.”

디트라니 전 특사는 또 “북한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 전 6자회담 특사] “China is on an equal footing with Russia when it comes to influence with North Korea.”

이런 견해는 북러 밀착으로 중국의 독점적 대북 지렛대가 약화됐다는 다른 전문가들의 진단과는 결이 다릅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와 나란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로 재편된 것인지는 향후 북중러 관계와 한반도 안정 논의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로 꼽힙니다.

타이완 문제와 동맹 신뢰

타이완 문제는 회담 이후에도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역내 공약을 해석하는 핵심 지표로 남을 전망입니다. 중국 측은 이번 회담에서 타이완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회담 이후 미국의 타이완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동맹국들이 회담 이후의 언사와 후속 조치를 계속 세밀하게 분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베이징은 미국이 전통적인 타이완 입장을 수정할 준비가 돼 있는지 탐색하려 할 것”이라며, 시 주석이 양안관계, 타이완 독립, '평화통일' 관련 수사를 완화하도록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Beijing may explore whether the U.S. might be prepared to shift its traditional stance on Taiwan. While Xi probably has no expectation of a major change in U.S. policy, he may push the U.S. to soften its rhetoric on cross-Strait relations, Taiwan independence, and ‘peaceful reunification.’”

스나이더 교수는 이란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시 주석과 일종의 'G-2' 합의에 가까운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 스탠퍼드대 강의교수] “While a positive summit would clearly be welcome in both Seoul and Tokyo, there is another fear — that President Trump’s increasingly desperate need for a ‘win’ in foreign policy due to the highly unpopular war with Iran may lead him to embrace a form of a ‘G-2’ pact with Xi.”

스나이더 교수는 특히 도쿄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타이완 독립에 반대하는 명시적 표현을 채택하는 등 시 주석에게 중대한 양보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 스탠퍼드대 강의교수] “Specifically there is a worry, particularly in Tokyo, that Trump may give Xi a highly significant concession on Taiwan, adopting language opposing Taiwan’s independence that would go beyond previous language and undermine the security and legitimacy of the Taiwan government.”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서울과 도쿄가 미국의 역내 정책 변화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서 미세한 변화의 조짐이라도 있는지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Seoul and Tokyo remain nervous about possible shifts in U.S. policy in the region, and will be combing the results of this summit carefully for any signs of change.”

타이완 문제는 한국의 직접적인 현안이 아닐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타이완 관련 태도가 역내 억제 의지와 동맹 공약에 대한 신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따라 타이완 문제는 한반도와 완전히 분리된 사안이라기보다, 미한일 공조와 역내 안보 논의 속에서 함께 다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과 동맹 조율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외교적 운신 폭이 다소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 압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한국이 타이완해협과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 역시 한국을 중립적 입장이나 자국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견인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 전 6자회담 특사] “But in the final analysis, it is obvious to us that South Korea should support the U.S. in the Taiwan Strait and South China Sea. China, of course, will try to convince the ROK to be neutral or supportive of China, on these and other issues. We should not take South Korea for granted.”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 행정부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쿠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관계를 반드시 ‘전략적 경쟁’의 틀로 파악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라며, “오히려 경제적 협력 측면에 훨씬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큰데, 이는 지난 10년간 미국 지도자들이 견지해온 대중 정책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변화”라고 짚었습니다.

[잭 쿠퍼 /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I don't know that strategic competition is the frame that President Trump uses to think about the US-China relationship. I think he may focus much more on the economic cooperation side of the relationship, which is certainly a change from the last decade of China policy by US leaders.”

쿠퍼 연구원은 이어 미한동맹이 전통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집중해왔으나, 현재 북한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중국을 비롯한 여타 현안에서도 미국과 전략적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잭 쿠퍼 /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The challenge for South Korea, in my view, is that the US-ROK alliance is mainly focused on North Korea, which simply isn't a priority for the second Trump administration (or at least hasn't been thus far).”

미중 관계가 경제적 이해관계 중심으로 움직일 경우, 한국이 미한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북한 문제를 넘어 중국, 타이완, 기술안보 등 더 넓은 의제와 연결해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단기 합의 너머의 공급망 경쟁

경제 분야에서는 미중 간 단기적 안정 신호와 별개로 장기적 경쟁 구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회담에서 경제협력과 시장 접근, 에너지·농산물 구매, 무역·투자 관리 메커니즘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기적 성과가 한국 기업의 장기적 공급망 부담을 자동으로 해소해주지는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카네기멜런 전략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2030년까지 목표한 반도체 자급률을 완전히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인 흐름은 결국 한국을 비롯한 외국 반도체 기업들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방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 카네기멜런 전략기술연구소 연구원] “While it may not achieve that goal by 2030, the long-term trend is to push South Korean and other semiconductor firms out of the market.”

스탠가론 연구원은 또 미중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 한국은 이란 전쟁의 여파와 미국 관세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 카네기멜런 전략기술연구소 연구원] “A return to tensions would damage other economies, including South Korea’s as it deals with the fallout from the Iran war and lingering shocks from US tariffs.”

미중 간에 일부 경제 협력 성과가 제시되더라도, 한국 기업에는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와 격화되는 시장 경쟁이라는 이중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입니다.

회담 이후 남은 한반도 과제

스콧 스나이더 미한경제연구소(KEI) 소장은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대북 정책 궤적 변화를 주시하고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 미한경제연구소 소장] “South Korea should watch for changes in the Trump administration’s trajectory on China and North Korea and adjust accordingly.”

대북 관여와 비핵화 원칙의 균형,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 역할, 타이완 문제와 동맹 신뢰, 그리고 공급망 경쟁의 향방은 미중관계 안정 여부와 별개로 지속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현안으로 제시됐습니다.

미중이 관계 안정의 접점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번 회담의 후속 조치가 한반도 안보와 동맹 신뢰, 경제안보에 어떤 실질적 영향을 미칠지, 또 동맹 간 조율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