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이번 회담이 미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 문제가 의제의 전면에 오르기는 어렵겠지만, 미중 전략 경쟁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배경 변수로서의 무게감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회담은 복잡하게 얽힌 양국 간 현안들이 산적한 시점에 개최됩니다. 무역 및 관세 불균형부터 펜타닐 확산 방지, 타이완해협 문제, 그리고 이란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위기까지 의제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 공급망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한편, 이란 등 국제 현안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중 현안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에서 북한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북러 군사협력 심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그리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 변화가 맞물리면서, 북한 문제는 이번 회담의 배경에서 완전히 지워지기 어려운 안보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백악관 관리는 VOA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으며, 무역과 펜타닐, 이란, 그리고 미국 국민에게 중요한 다른 사안들을 포함해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관리] “President Trump looks forward to meeting with President Xi of China, with whom he will discuss a variety of topics including trade, fentanyl, Iran, and other matters of importance to the American people.”
미국 정부 당국자 역시 VOA에 “행정부의 의제는 미국 국민과 국가안보를 최우선에 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총서기의 중국 회동은 이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당국자] “The Administration’s agenda puts the American people and our national security first. President Trump’s meeting with General Secretary Xi in China is focused on this goal. Ahead of the Summit, we have nothing to preview at this time.”
다만, 구체적인 세부 의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정상회담에 앞서 현재로서는 예고할 내용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실질 의제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회담의 무게중심이 미중 양자 현안에 쏠려 있다고 봤습니다. 북한 문제가 거론될 수는 있지만, 회담의 흐름을 주도하는 의제로 부상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입니다.
패트리샤 김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은 VOA에 “한반도가 정상회담 의제에서 실질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초점은 무역과 미중 양자관계에 있다”며 “지역·글로벌 위기 중에서도 이란과 서반구 문제가 현재 북한보다 훨씬 두드러진다”고 말했습니다.
[패트리샤 김 연구원] “To put it bluntly, the Korea Peninsula is unlikely to be on the summit agenda in any substantive way. The focus is on trade and U.S.-China bilateral relations. In terms of regional and global crises, Iran and the Western Hemisphere are much more salient issues than North Korea at the moment.”
김 연구원은 또 중국의 대북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했습니다. “베이징의 북한과의 관계에 관한 우선순위는 이를 안정적이고 충분히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패트리샤 김 연구원] “Beijing's priority with regards to its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is to keep it at a steady, good enough state.”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논의의 중심 특징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하나의 사안으로 제기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베이징을 방문했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평양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김정은의 우선순위와 우려에 대한 견해를 물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라이언 하스 연구원] “I do not expect North Korea to be a central feature of discussion between Trump and Xi, but it likely will arise as an issue. Trump likely will be interested in Xi’s perspective on Kim Jong Un and Kim’s priorities and concerns, particularly since Xi hosted Kim in Beijing last year and Chinese Foreign Minister Wang Yi recently traveled to Pyongyang.”
이런 전망은 최근 북중 관계 복원 움직임과 맞물려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확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역시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때 독점적 대북 영향력을 쥐고 있던 중국은 러시아에 그 일부를 내준 현실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북한의 도발 억제, 제재 회피 차단, 북러 밀착 견제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하려는 관심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관을 지낸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논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 “I do not believe it will be an earth-shattering discussion.”
사일러 고문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계속 시도하고, 인내심을 가지며, 김정은을 자극할 행동은 하지 말라고 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중국이 실제 책임을 떠안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은 어디까지나 워싱턴에 남겨두는 형식이라는 것입니다.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 “Xi is likely to encourage President Trump to keep trying, to have patience, and not to engage in actions that would antagonize Kim Jong Un. Xi may offer some lip service to ‘put in a good word with Kim,’ but not in a way that obligates China to deliver, and keeps the ball in Washington’s court.”
중국 역할론, “낮은 기대와 낮은 기준”
북한 문제에서 미국이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역할도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2000년대 6자회담 당시 중국은 협상장을 제공하고 북한을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가교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미중 전략경쟁과 북러 밀착, 달라진 중국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사일러 고문은 미국이 중국에 바라는 것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되돌리기 위한 지속적 압박일 수 있지만, 기대치는 낮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핵심은 미국이 중국에 원하는 것과 관련해 ‘낮은 기대, 낮은 기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와 달리, 중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는 것에서 가치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 “The US will likely ask for sustained pressure to bring Pyongyang back to the negotiating table… That said, the US sees value in Beijing, unlike Moscow, refraining from open proclamations of respect for or understanding of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But the key is ‘low expectations, low bar’ in terms of what the US wants from China.”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현실적 기대치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의 중심 이슈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 위협 관리는 미국의 높은 우선순위로 남아 있다”며 “그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우려 목록에는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North Korea is unlikely to be the central issue at the U.S.-PRC summit in Beijing. Nonetheless, managing the rising North Korean threat remains a high priority for the United States, and for that reason it will be on the U.S. list of concerns at the summit.”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대화 재개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시진핑 주석에게 조언과 도움을 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미국이 중국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자제를 촉구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President Trump seems eager to restart dialogue with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and, towards that end, he may solicit Xi Jinping's advice and assistance in his effort to meet with Kim. I suspect the U.S. will also press Beijing to use its influence in Pyongyang to urge North Korea to exercise restraint as it continues to develop it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기대에 부응해 대북 제재나 비핵화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바꿨고, 더 이상 평양에 비핵화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에 계속 반대하고 있으며, 두 나라 모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China has changed its approach on North Korea and no longer makes the case for Pyongyang to denuclearize. The PRC and Russia continue to oppose sanctions on North Korea, and both countries are engaged in efforts to improve ties with the DPRK.”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북한 문제가 정상 간 대화보다는 외교장관급 접촉에서 더 구체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왕이 외교부장과의 별도 회동에서 이런 사안들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제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번 회담에는 훨씬 더 중대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국장] “Marco Rubio may raise these kinds of issues in side meetings with his counterpart FM Wang Yi but there is little chance Trump will raise any of this. He has much bigger fish to fry in this meeting.”
북러 밀착이 흔든 중국의 대북 지렛대
북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은 북러 관계의 질적 변화입니다. 러시아와 북한이 상호방위 성격의 조약을 체결하고,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통해 군사·외교적 실익을 챙기면서 중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독점적 대북 영향력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국장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렛대는 분명히 줄어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중국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이나 북러 전략조약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김정은에 대한 독점적 영향력을 상실한 데 대해 분명히 불편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국장] “China's leverage over Pyongyang has obviously been reduced. China has never commented publicly on NK troops to Ukraine War or the new strategic pact between Moscow and Pyongyang. It is obviously very uncomfortable with its loss of exclusive power over Kim.”
사일러 고문 역시 북러 군사협력이 “중국의 역할과 지렛대를 크게 약화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중국의 지리적 인접성과 동북아에서의 지정학적 위상을 고려할 때 김정은이 시 주석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자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 “It reduces China’s role and leverage significantly. That said, the geographic proximity of China and its geopolitical strength and role in Asia/Northeast Asia means that Kim Jong Un can only ignore/antagonize Xi Jinping too much by flaunting his ability to get goodies from Moscow without having to kowtow to Beijing.”
반면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특사는 중국의 영향력이 여전히 상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6자회담을 주최했고,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 채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전례를 상기시켰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특사] “China hosted the Six-Party talks and was instrumental in getting North Korea to sign the Joint Statement of 19 September 2005, committing North Korea to dismantle all nuclear weapons and ongoing nuclear programs.”
디트라니 전 특사는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종속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북한 무역의 90% 이상과 원유 수요의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북한은 경제적 생존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의 새로운 동맹 관계 및 상호방위조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에 대해 여전히 상당한 지렛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특사] “China's economic influence on North Korea is significant, with over 90% of the trade and 90% of North Korea's crude oil requirements. Thus, North Korea depends on China for its economic survival.…Despite Russia's new allied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and their Mutual Defense Treaty, China still has considerable leverage with North Korea.”
북한 논의, 복합 변수 속 제한적 공간
북한 문제가 회담에서 어느 정도 다뤄질지는 북러 밀착뿐 아니라 회담 당시 다른 핵심 현안들의 전개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이란 문제는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거론되는 만큼, 미국이 중국에 어떤 역할을 요구하느냐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압박의 강도와도 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키 타츠미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 선임국장은 북한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다뤄질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능력 포기를 위해 중국에 얼마나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지, 그리고 회담 시점에 이란 상황이 어느 단계까지 전개되어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키 타츠미 국장] “Hard to say at this point, but it depends on whether Trump leans on China to put real pressure on North Korea to give up nuclear capabilities and where the Iran situation will be by the time they meet.”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도 “한반도가 미중 위험관리의 중심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러 관계를 약화시키는 대목에서 시 주석과 공통분모를 찾고 싶어 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로버트 매닝 연구원] “I don’t think the Korean Peninsula is central to US-China risk management, though I think Trump would like to find common ground with Xi on diminishing Russia-North Korea ties.”
한국, 북러 밀착 관리에 주목
한국의 시각에서는 중국이 북한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느냐보다, 북러 군사협력의 확산을 어느 선에서 관리할 수 있느냐가 더 현실적인 관전 포인트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위성 관련 기술을 지원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는 한국 안보와도 직접 맞닿은 문제로 평가됩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러 관계가 북한의 역량을 높이고 김정은에게 식량과 연료, 무기 등 더 많은 물질적 자원을 제공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베이징이 북러 관계를 방해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지만, 서울은 모스크바와 평양의 군사협정이 동북아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중국 측에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앤드루 여 연구원] “Russia-NK relations have helped enhance North Korean capabilities and provided Kim with more material resources including food, fuel, and weapons. Although Beijing is unlikely to take any steps to disrupt Russia-NK ties, Seoul can press Beijing to ensure that the military pact between Moscow and Pyongyang does not lead to instability in NE Asia.”
앤드루 여 연구원은 한국이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역할과 관련해, 북러 협력 자체를 차단하는 수준은 아닐지라도 “북한의 로켓 기술이나 핵 프로그램에 대한 그 어떤 지원에 대해서도 (중국이) 명확히 선을 긋는” 식의 견제 역할을 주문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앤드루 여 연구원] “In other words, Seoul may expect China to hold a line on support for rocket technology or any support for its nuclear program.”
결과적으로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 문제는 실질 의제라기보다는 배경 변수로서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북러 밀착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 가능성, 중국의 대북 영향력 변화가 맞물려 있는 만큼, 한반도 정세는 미중 전략경쟁의 흐름 속에서 계속 주시해야 할 변수로 남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