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북한이 지난달 베이징-평양 간 여객열차와 항공편 운항을 잇달아 재개한 데 이어, 왕이 중국 외교부장까지 9~10일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중 관계 복원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왕 부장의 방북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며,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동안 정체됐던 양국 관계를 다시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 관계 복원의 상징적 장면도 최근 잇따랐습니다. 베이징-평양 여객열차는 3월 12일 6년 만에 운행을 재개했고, 에어차이나의 베이징-평양 항공편도 3월 30일 다시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북중 연결 복원에 ‘제재 이행’ 촉각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양국 간 물리적 연결 복원이 대북 제재망의 균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VOA의 관련 질의에 “중국은 그동안 유엔 대북 제재를 전면적으로 이행한다고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북한과의 여객열차와 항공편 운항 재개가 제재 위반을 용이하게 하지 않도록 중국이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China has routinely said that it fully implements UN sanctions against the DPRK – we urge Beijing to ensure that the restoration of passenger rail and air links with the DPRK does not facilitate sanctions violations.”
이 같은 반응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북에 이어 다음달 중순 베이징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북중 밀착의 동기와 그 파급 효과를 둘러싼 해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의 북중 교류 행보가 북중러 3각 공조의 구조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이를 단일한 반미 블록 형성보다는 중국이 실질적인 영향력 만회를 위해 던진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합니다.
중국의 뒤늦은 행보, 배경은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엘리자베스 위시닉 선임연구원은 VOA에 “왕이 부장의 이번 방북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핵심 의제로 올라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오히려 “중국의 주된 관심사는 북한이 이란 전쟁에서 어떤 교훈을 얻고 있는지, 그리고 북러 동맹이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 것인지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위시닉 선임연구원] “I’m not sure that the US summit is high on the agenda of the Wang Yi visit with NK counterparts. A top concern in my view is what lessons NK is learning from the Iran war. And I do think the impact of the Russia-NK alliance is another enduring concern.”
이어 “중국의 핵심 목표는 러시아에 내준 입지를 만회하고, 북한이 이미 불안정한 국제 환경을 추가 도발로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위시닉 선임연구원] “I think regaining lost ground to Russia and making sure North Korea doesn’t provoke an already unstable international environment are key goals.”
특히 중국이 북한과의 직통 열차와 항공편을 복원한 시점이 러시아보다 10개월 이상 늦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를 ‘뒤늦은 복원’으로 평가했습니다.
위시닉 연구원은 이번 흐름을 이른바 ‘북한 카드’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관여에 일정한 관심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으며 현재 어떤 카드가 유효한지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입니다.
[엘리자베스 위시닉 연구원] “I'm not sure you know what card is needed at the moment, because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expressed some interest in engaging with North Korea, but there really hasn't been any movement there.”
브루킹스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습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발표 시점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며, “베이징은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거나 북한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는 데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패트리샤 김 선임연구원] “I wouldn't read too much into the timing of the recent announcements. Beijing has shown no interest to date in serving as an intermediary between Washington and Pyongyang or using Pyongyang as ‘card’”
중국은 당분간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접근성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준의 안정적 관계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도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중과 북러 관계를 “각각 별개의 트랙”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중 관계 역시 분명 개선되고는 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수준에는 아직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 “So I think these improvement of relations, respectively, with Moscow and Beijing are two separate tracks...” / “We've seen an improvement of relations with China, but you know, not anything near what we've seen with Russia.”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을 지낸 사일러 고문은 북중 관계가 장기적으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부침을 반복해 왔으며, 중국이 러시아처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수용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최근의 북중 관계 복원을 대미 압박을 위한 ‘전략적 카드’라기보다, 북러 밀착 과정에서 약화된 대북 지렛대를 만회하고 역내 정세를 관리하려는 중국의 수세적 대응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잇따르는 해빙 신호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가 북러 수준의 전방위적 밀착으로 확대되기보다는 중국의 실리 계산에 따른 ‘제한적 정상화’에 머물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