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분 공중전”...미 해군 역사 새로쓴 윌리엄스 대령

2026년 2월 25일 워싱턴 D.C. 펜타곤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훈자 로이스 윌리엄스 해군 대령의 '영웅의 전당' 헌액식.

미 해군 중위였던 엘머 로이스 윌리엄스 대령은 6.25전쟁 기간 제77기동부대에 배속돼 항공모함 ‘오리스카니’호에서 복무하며 항공기 요격과 함대 방어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1952년 11월 18일 윌리엄스 중위는 다른 두 명의 조종사와 함께 정찰 임무를 수행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회령 상공을 비행하던 중 소련 전투기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교전이 시작되기 전, 편대장은 기계적 문제로 항공모함으로 복귀했고, 윌리엄스 중위와 윙맨은 곧바로 교전에 돌입했습니다. 윌리엄스 중위는 첫 번째 MiG를 격추했습니다.

윌리엄스 대령은 당시 교전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저는 당시 세계 최고의 전투기인 미그-15(MiG-15)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 전투기에 관한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에 특성이 무엇인지도 꽤 많이 파악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들이 공격해올 때 자동적으로 몸이 움직였습니다. 훈련 받은 대로 공격에 대응했고, 신의 도움으로 싸웠습니다.”

그러나 윙맨은 격추되어 추락하는 미그기를 추격했고, 윌리엄스 중위는 혼자 미그기 6대와 맞서야했습니다.

소련제 MiG-15 전투기가 한국 상공에서 미 해군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고 있다. 이 사진의 날짜는 1953년 3월 17일.

“35분이었습니다. 단일 항공기로 벌어진 가장 긴 공중전이었습니다. 제 항공기는 일부 손상된 상태였지만 저는 살아 있었죠. 감정적인 동요가 전혀 없었고 평소처럼 행동했습니다.”

‘35분 공중전’, 그가 생애 처음 치렀던 당시 공중 교전은 미 해군 사상 단일 출격으로써 가장 많은 MiG를 격추한 사례가 됐으며 한국전쟁 기간 미 해군 조종사가 참여한 유일한 공중전으로 기록됐습니다.

미 전쟁부 기록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이 교전에서 MiG-15 세 대를 격추하고 한 대를 크게 손상시켰습니다. 그의 항공기는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습니다.

“폭풍 속에서도 살아 돌아와 항공모함에 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큰 행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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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분 공중전”...미 해군 역사 새로쓴 윌리엄스 대령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의 당시 상황은 북한 포로 수용소 내 유엔연합군(UNC)과 남한 내 중국·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를 둘러싼 휴전 협정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18개월의 긴 휴전 협상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매듭지어졌습니다.

3년여 간의 전쟁에 약 180만 명의 미군이 참전했고, 이 중 3만 6천 명 이상이 사망하고 약 9만2천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윌리엄스 대령의 전투는 냉전 당시 미·소 직접 충돌 사실이 숨겨지면서 50년 넘게 기밀로 유지됐습니다. 미 해군은 기밀을 이유로 1대 격추만 인정하며 함구령을 내렸습니다.

1953년 10월 27일, 일본 사세보 항에 정박 중인 오리스카니호(CVA-34)

“미그기와 팬서 전투기 간 교전이 있었다는 것 외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고, 소련 항공기라는 점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를 설명하거나 깊이 이야기하거나 주장하려 하지 않았습니다.그것은 제 임무였고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말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대로 살았습니다.”

윌리엄스 대령은 아내에게조차 전투에 대해 침묵했습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기록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1980년 전역해 40년 가까이 군 복무를 마친 윌리엄스 대령은 기밀이 해제된 후에도 “큰 변화 없이 평소처럼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 대령의 공적은 2023년 기존 해군 십자훈장에서 명예훈장으로 격상되며 74년 만에 최고 예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통해 재조명됐습니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대통령 초청 인사로 참석했던 윌리엄스 대령의 목에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걸어주었습니다.

100세의 해군 조종사이자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로이스 윌리엄스가 2026년 2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도중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로부터 의회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받고 있다.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리며 환한 미소로 화답한 그는 당시 심경에 대해 “매우 좋았다. ‘훌륭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월 26일 미 전쟁부는 로이스 엘머 윌리엄스 대령을 펜타곤 ‘영웅의 전당(Hall of Heroes)’에 헌액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 전통의 일부가 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미국인에게 큰 기쁨입니다.”

미한 두 나라 동맹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말하는 윌리엄스 대령은 한국이 자신에게 큰 영예를 주었다며 전쟁 후 한국의 변화와 발전이 믿기 어렵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 두 나라 동맹을 강력히 지지합니다. 전쟁 후 변화, 재건과 통일의 성과, 그리고 한국의 국가적 위상은 이 목격자에게 거의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윌리엄스 대령에게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정부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며, 집단적으로 국가의 상태에 책임을 지는 체제”이면서 “애국심을 가질 수 있는 나라”입니다.

지난 4일 101세를 맞이한 로이스 엘머 윌리엄스 미 해군 예비역 대령,

“이런 것은 사람이 계획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는 건강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평생 운동을 많이 했고 그것이 장수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생애 첫 공중전으로 미 해군과 한국전 역사를 새로 쓴 백전노장은 자신의 삶을 “좋았다”고 말합니다.

“제 삶은 좋았고, 저는 인생을 즐겼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