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 영토 분쟁을 벌이던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사실상 점령하면서 아르메니아 주민들의 대탈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쿠데타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니제르에서 프랑스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설치한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 먼저 유럽으로 가봅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 가운데 하나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주민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현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25일 오전 5시 기준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약 2천900명이 국경을 넘어 입국했다고 밝혔는데요. 한 주민은 ‘로이터’ 통신에 살던 집과 살림을 그냥 두고 급하게 나왔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국경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들이 이렇게 살던 터전을 급히 떠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도자들은 ‘로이터’와 ‘AP’ 등 매체에 현지 주민들이 아제르바이잔의 탄압과 `인종청소’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는 약 12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이 살고 있는데요. 현지 지도자들은 이들의 99%가 떠나길 원하고 있으며,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갈등이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죠?
기자) 맞습니다. 두 나라는 동유럽과 서아시아 사이, 이른바 ‘유라시아’라고 불리는 지역에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요. 매우 복잡하고 뿌리 깊은 갈등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두 나라는 인종도 다르고 종교도 다릅니다. 아르메니아는 전 세계에서 제일 처음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나라입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의 뿌리가 깊어 오랫동안 반목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왜 문제가 되는 거죠?
기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캅카스 산맥 남쪽 고원 지대에 있는 곳입니다. 이 일대에는 기원 전부터 아르메니아인들이 주로 살았는데요. 7세기 페르시아왕국이 이 곳을 점령하고 이슬람 교도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분쟁과 다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22년 옛 소련이 출범하고, 신생 독립국들이었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도 소련에 가입하면서 상황이 좀 바뀌게 됩니다.
진행자)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기자) 네. 당시 소련 스탈린 정권은 동서양을 잇는 관문인 신생 이슬람 국가 ‘터키’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원했는데요. 그러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이슬람권 나라인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로 인정하고, 대신 아르메니아인들에게는 자치권을 줬습니다. 이후 소련의 강력한 통제로 이 지역의 갈등은 한동안 잠잠했는데요. 하지만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이 지역은 이른바 ‘유럽의 화약고’로 떠올랐습니다.
진행자) 양국이 전면전도 벌인 적도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소련 붕괴 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주민들은 ‘아르차흐공화국’이라는 국가 수립을 선포하고, 향후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그 결과 이들의 독립을 지지하는 아르메니아와 이를 막는 아제르바이잔 간에 1992년 전면전이 벌어졌습니다. 약 2년에 걸친 전쟁에서 3만여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나라는 지난 2020년에도 전면전을 치른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후로도 이 지역에서 간간히 양국이 무력충돌을 벌여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곤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인 ‘라친회랑’을 봉쇄해 식량과 연료 공급이 끊기는 인도적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지난 19일 지뢰 폭발로 자국 민간인이 사망하자 이를 테러로 규정해 대규모 ‘군사작전’에 나섰는데요. 이에 러시아가 나서 협상을 중재했고요. 양측이 하루 만에 휴전협정을 체결하면서 아제르바이잔은 군사작전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휴전협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네. 아르메니아는 해당 지역에서 자치군을 무장해제하고 모든 군사장비를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으로서는 사실상 아르메니아의 항복을 받아낸 셈인데요.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지역통합 차원에서 현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약속을 믿지 않고, 지금 탈출 러시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는 아르메니아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지난 22일 대국민 연설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의 인종청소를 막을 보호장치가 없다면, 그들이 고국에 돌아오는 것이 삶과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르메니아 정부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군요?
기자) 네. 하지만 아르메니아는 인구 약 300만 명에 국토 면적도 3만 ㎢가 채 안 되는 작은 나라입니다. 만일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민들이 대규모 쏟아져 들어올 경우 이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보호할지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아르메니아 내에서는 자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며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프랑스가 니제르에서 병력 철수를 결정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프랑스가 아프리카 니제르와의 군사 협력을 중단하고 현지에 주둔 중인 병력과 외교관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4일 “니제르와의 군사 협력을 종료한다”면서 프랑스 군의 철수를 연말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니제르에 주둔 중인 프랑스 군은 1천500명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외교관들도 철수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2’ ‘TF1’ 등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교관 철수 방침을 공표하고, “앞으로 몇 시간 안에 프랑스 대사와 외교관들이 프랑스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구체적인 철수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마크롱 대통령이 군 병력과 외교관 철수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까?
기자) 네. 마크롱 대통령은 니제르 당국이 더 이상 테러와의 싸움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니제르에 파견된 프랑스 외교관들이 그동안 대사관에 몸을 피한 채 군 배급 등으로 버텨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니제르는 쿠데타 군부가 들어서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7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이어 프랑스와의 군사협정을 파기하고 니제르에 주둔 중인 프랑스 병력의 철수를 요구해왔습니다. 니제르 내 프랑스 군 기지 주변에서는 이들의 철수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는 쿠데타 군부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마크롱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바줌 대통령이 군부의 인질로 잡혀 있다면서 바줌 대통령만이 정통성과 합법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줌 대통령이 쿠데타의 표적이 된 것은 그가 용기 있게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니제르 군부는 프랑스 정부의 발표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니제르의 주권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니제르 군사정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제국주의와 신식민주의 세력은 더 이상 우리의 영토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면서 상호 존중과 주권을 바탕으로 한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니제르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던 나라였죠?
기자) 맞습니다. 니제르를 비롯해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서아프리카 여러 나라가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들 나라에서 군사 쿠데타가 도미노 현상처럼 발생하는 가운데 프랑스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가 서아프리카 일대에서 벌이고 있는 이른바 대테러작전도 타격을 받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니제르, 차드, 말리, 모리타니, 부르키나파소 등 과거 식민지였던 나라에 병력을 배치해왔는데요. 하지만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에 이어 니제르까지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 일대에서 병력을 철수하게 되면서, 향후 프랑스의 아프리카 정책과 대테러작전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필리핀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또 갈등을 빚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필리핀 해양경비대는 대통령 명령에 따라 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치한 장애물을 특별 작전을 통해 제거했다고 25일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장애물을 설치한 곳은 필리핀에서 약 200km 정도 떨어진 ‘스카보로 암초’ 근해입니다.
진행자) 앞서 필리핀 측은 이 장애물을 제거할 것이라고 이미 공언한 바 있었죠?
기자) 네. 에두아르도 아노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25일) 일찍 성명을 냈는데요. 그는 성명에서 “장애물을 제거하고 해당 해역에서 필리핀 어부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바다에 설치한 장애물이 어떤 종류입니까?
기자) 네. 줄과 그물로 된 300m 길이 장애물이라고 하는데요. 암초에 있는 석호 입구에 설치했는데, 부표를 달아서 바다에 떠 있게 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이런 장애물을 설치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필리핀 선박들이 암초 근해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겁니다. 필리핀 해양경비대에 따르면 필리핀 어선 50척 이상이 암초 근해로 몰려들자, 지난주 중국 해양경비대 함정들이 줄과 그물로 된 장애물을 놓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이런 장애물 설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필리핀 해양경비대는 성명에서 “스카보로 암초는 필리핀 영해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면서 “이는 항해를 방해하고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며 어업과 필리핀 어부들 생계 활동에 지장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양경비대는 또 장애물 제거가 국제법과 암초에 대한 필리핀 주권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쪽에서는 장애물 제거에 대해서 어떤 말이 나왔나요?
기자) 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암초와 인접 해역이 중국 고유 영해라면서, 이곳은 중국이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가진 곳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중국 해안경비대가 법에 따라 필리핀 어선들을 저지하고 쫓아내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중국은 스카보로 암초에 경비대를 두고 이곳을 실효 지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남중국해를 두고 최근에 두 나라 사이에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해 필리핀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취임한 뒤부터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사실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시절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남중국해에서 양국 어부들이 함께 어로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임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해 남중국해에 대한 필리핀의 주권을 다시 강조하면서 상황이 완전하게 변했습니다.
진행자) 최근에도 두 나라 해양경비대가 충돌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필리핀 해양경비대 함정이 민간 선박들과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주둔한 해병대원들에게 보급품을 전달하려고 했는데요. 중국 해양경비대 함정이 물대포를 쏘는 등 접근을 방해해서 논란이 됐었습니다. 이후 필리핀 해양경비대는 다시 항해에 나서 결국 보급품을 암초 주둔 병력에 전달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을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남중국해 가운데 거의 90%를 자기 영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주장하는 해역이 필리핀,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나라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치면서 국제분쟁이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일본이 25일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했군요?
기자) 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