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목사 유족 ‘북한 소송’ 난항…소장 전달이 걸림돌

지난 2004년 12월 서울에서 북한에 납치된 김동식 목사의 송환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자료사진)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납북 피해자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낸 소장이 아직도 북한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무부에 ‘외교적 경로’로 소장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별다른 방안이 도출되진 못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북한에 제기한 소송이 2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유족 측 변호인인 로버트 톨친 변호사가 11일 재판부에 제출해 최근 공개된 ‘현황 보고서’에는 ‘우편을 통한 대북 소장 전달에 실패했고 국무부를 통한 소장 전달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상황 설명이 담겼습니다

김동식 목사는 2000년 1월 탈북민을 돕다가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뒤 평양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목사의 부인인 김영화 씨와 딸 다니 버틀러 씨, 아들 김춘국 씨는 지난 2020년 9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으로의 우편 송달이 막히면서 유족들은 소장 전달이라는 기본 절차 이행에도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에 따라 톨친 변호사는 지난해 6월 국무부를 통하는 ‘외교적 경로’로 북한에 소장을 넘기겠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전한 바 있습니다.

톨친 변호사는 이번 현황 보고서에서 “올해 11월 16일 국무부에 연락해 외교적 절차 요청이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소장을 피고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논의하느라 외교적 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며, 국무부 소속 변호사 2명이 같은 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소송 2건과 함께 이번 요청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외교적 절차가 지연된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국무부에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며 “원고는 계속해서 국무부의 외교적 절차에 대한 최종 승인을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톨친 변호사 등이 요구하는 ‘외교적 경로’는 국무부가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로 직접 소장을 건네거나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스웨덴 정부 등을 통해 소장을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연방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120일 이내에 피고에게 소장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동식 목사 유족 측은 2020년 최초 소송 제기 이후 북한에 소장이 전달되지 못하는 여러 상황을 재판부에 설명하며 이 기한을 늘려왔습니다.

법원 문서를 북한에 전달하지 못해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피해자’는 김동식 목사 유족 외에도 더 있습니다.

김 목사 유족과 비슷한 시기 북한에 소송을 제기했던 케네스 배 씨 역시 우편을 통한 소장 송달에 실패한 뒤 국무부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2012년 11월 억류됐다 2년 만에 풀려난 배 씨와 배 씨의 가족 등은 2020년 8월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미국 워싱턴 DC에서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지난 5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상속인 131명의 변호인은 올해 8월 미 재판부에 국무부를 통한 소장 송달을 공식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앞서 일본 적군파 요원이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그리고 부상자와 가족 등은 지난 5월 30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하는 등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당시 소송의 피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통상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온 미국인들은 국제 우편물 서비스 업체인 ‘DHL’을 통해 소장을 북한 외무성에 보내고, 이후 빠르면 1년 이내에 미국 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DHL은 지난 2020년 유엔이 아니거나, 비외교 목적의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밝혀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