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기구 “북한 군인들 가혹한 환경, 장기간 강제노동”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지역 초소와 군인들. (자료사진)

유엔 인권기구가 북한 군인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군사적 목적이 아닌 노동에 장기간 투입되는 것은 국제협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OHCHR-Seoul)는 22일 국제노동기구(ILO)가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한 군인들의 강제노동 문제에 있어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사무소는 이날 ILO 보고서와 관련해 북한 군대 내 강제노동 상황에 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징집병들은 북한 내 강제노동의 원천 중 하나”라고 답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Military conscripts are one of the sources of forced labour in the DPRK. Under international standards, only work “exacted in virtue of compulsory military service laws for work of a purely military character” is exempted from the prohibition of forced labour (Forced Labour Convention, 1930 (No. 29), Article 2(2)(a)).”

이어 국제기준을 보면 병역의무법에 따라 강제되는 순전히 군사적 성격의 노동만이 강제노동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1930년 채택된 강제노동협약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공공근로를 위한 징집 소집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ILO 협약은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노동력을 동원하고 사용하는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ILO는 최근 발표한 현대판 노예 관련 보고서에서 강제노동의 주요 형태 중 하나로 정부가 징집된 군인들을 군사적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노동에 투입하는 문제를 지적했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답변에서 북한이 2003년 채택한 ‘전민군사복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사실상 징병제를 의미하는 전민군사복무제는 모든 남녀가 의무적으로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 것으로 징집병들을 가혹한 환경과 무보수의 강제노동에 노출시킨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성분이 낮은 청년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Young men of lower songbun conscripted into the army for 10-years or more are particularly vulnerable to prolonged periods of forced labour, with subsequent exposure to malnutrition and even starvation. Former conscripts interviewed by OHCHR have described being mobilized for activities such as construction or farm work while in the military.”

10년 이상 군대에 징집된 성분이 낮은 청년들은 특히 장기간의 강제노동에 취약하고 이로 인해 영양실조와 굶주림에 노출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유엔 최고대표사무소가 인터뷰한 북한군 출신 징집병들은 군 복무 중 건설이나 농장 일과 같은 활동에 동원됐다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북한군 출신 탈북민들은 군대에서 강제노동은 일상과 같다고 증언합니다.

북한에서 13년 동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에서 복무한 이웅길 씨입니다.

[녹취: 이웅길 씨] “저는 군대라기보다 거의 교도소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군복 입은 죄수들이다. 아침에 기상하면 나가서 뭐 양어장 공사다 뭐다 매일 매일이 강제노동인 거죠. 모든 게 거의 군사적 목적보다 일, 노동 목적으로 많이 이용당하고 그 외에도 주민들의 소토지 농사라든가 나무 썰기 이런 데 동원되는 일도 엄청 많거든요. 저녁 식사 끝나고 군중문화오락 시간인데 또 작업, 저희 특수부대도, 그런데 일반 부대는 더 심각한 거죠.”

러시아 내 소식통은 최근 VOA에, 북한에서 파견된 건설 노동자들 중에 북한군 부대 소속 현역 군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군인권감시기구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사회 각 부문에 군 노동력을 투입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늘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대민 지원은 물론 국가적으로 주도하는 건설에 군 인력이 대규모로 장시간 투입되면서 안전을 위협하는 노동착취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달 개막한 제77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연례 북한인권상황보고서에서 북한 정부에 “수감 시스템과 군대에서뿐만 아니라 돌격대 배치, 인민반, 지역 단체, 그리고 학생 동원 등을 통한 강제노동 관행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