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연 "1, 2월 한반도 정세 중대 고비”

지난 11월 주한 미군 특수전사령부와 한국군 특전대원들이 군산 기지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예고한 고강도 도발이 현실화 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협상 대상인 미국의 상황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여건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2일 공개한 ‘북한의 제7기 5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분석 및 향후 정세 전망’ 보고서를 통해 1~2월이 한반도 정세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일단 우려했던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정세를 적극 관리하지 않는다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이번에 전원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내세운 ‘새로운 길’의 핵심 키워드는 ‘정면돌파’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과의 교착 상태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지금, 군사적 핵 억제력과 내부적 힘의 강화를 통해 응집력을 키우겠다는 게 요지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며, 이는 공세 수위는 높인 것으로, 대미 협상의 전략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 대선 등의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대북 협상 집중력이 살아날 수 있다며, 1~2월 중 미-북 협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미-한 양국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조정이라고 보고서는 제언했습니다.

2월 말, 3월 초부터 통상적으로 미-한 연합훈련이 시작되는 만큼, 훈련 조정이 한반도 정세 관리의 핵심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다만 북한이 미-북 대화 중단이나 핵무기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전체적으로 절제와 신중함, 운신의 최대 폭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는 미-한 양국이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차원에서 연합훈련을 조정 시행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의 2일 기자브리핑 내용입니다.

[녹취: 최현수 대변인] “저희가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한-미 연합훈련은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미 간에 긴밀한 공조 하에 조정 시행한다는 기조나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최 대변인은 아울러 1~3월 중 연합훈련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진행된 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미국이 크고 작은 합동군사연습을 수 십 차례나 벌려 놓았다고 비난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발을 하기에 1, 2월이 가장 좋은 시기인 것은 맞지만 섣불리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 미국의 태도를 봤을 때 북한이 섣불리 고강도 도발을 감행했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기다리면서 때를 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단 도발을 하더라도 한국이나 미국이 대응하기가 어려운 시기에 하지 않겠나 싶거든요. 도발을 한다면 1, 2월이 가장 좋은 시기인데 지금 북한이 공언을 했기 때문에 한국, 미국이 바짝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거든요. 상대가 준비된 상황에서 도발을 일으키는 것은 영리한 생각이 아닌 거죠.”

박 선임연구위원은 오는 4월 한국 총선, 7~8월 일본 도쿄올림픽,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북한이 적당한 도발 시기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군사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은 북한의 도발 여부 자체보다는 도발 시기가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정한 날을 미리 정해놓기 보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입장이나 전략적 도전이 심화되는 상황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녹취: 고명현 연구위원] “예를 들어 트럼프가 국내적으로 스캔들이 터져서 입지가 곤란해지거나 재선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이란, 중동과 동북아에서 동시에 전략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그럴 때 이용하지 않을까, 타이밍은 유동적인데 다만 아마 3개월 내에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이 최대화 될 때를 찾아서 할 겁니다. 결국 트럼프의 국내정치적 입지와 미국의 전략적 입지가 약화됐을 때를 노려서 하겠죠.”

고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미-북 회동과 같은 깜짝 이벤트는 이제 북한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한반도 안정을 부정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도발을 자제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도발 행위는 위기를 조성해 협상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인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볼 때 셈법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무리를 뒀을 때 미국의 군사 옵션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빌미를 제공할 도발은 굳이 할 이유가 있겠는가 생각이 들어요. 지금 북한의 지위에 비춰보면”

고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이 가시적인 도발 보다는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고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절대 병기는 모두 갖췄다고 밝힌 만큼, 군사무기를 양적으로 늘려 나가며 전략적 지위를 굳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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