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 3국 공조 다짐...미국, '이란 시위 1500명 사망' 보도 확인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일본 총리가 24일 쓰촨성 청두 세기성 박람회장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한·중·일 정상들이 중국 청두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교역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란 반정부 시위로 1천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올해 일본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사상 처음 90만 명 대 밑으로 떨어졌는데요. 관련 내용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한·중·일 정상회의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3국 정상회의는 24일 당일 하루였지만, 3국 정상회의 전후로 23일과 24일 각국 간에 개별적인 양자회담도 진행됐고요. 또 부대 행사로 대규모 경제 회의인 '비즈니스서밋(Business Summit)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진행자) 동북아 주요 3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회의라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지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기자) 네, 리커창 중국 총리와 문재인 한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회의 후 공동언론발표 시간을 가졌는데요. 3국 지도자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반도 위기 상황과 자유무역, 인적, 물적 교류 활성화 등 3국 간 주요 현안들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특히 3국 지도자들이 중요한 의제는 피하고 형식적인 이야기만 나눴을까 궁금할 수 있다면서, 3국 지도자들은 매우 솔직한 논의를 했으며, 충분한 합의를 이뤄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공동의 문서도 만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3국 정상회의인데 중국에서는 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아니라 리커창 총리가 참석한 겁니까?

기자) 한·중·일 정상회의가 처음 태동한 게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한중일 3국 회의'에서였는데요. 처음부터 중국은 이 '아세안+3' 회의에 주석이 아니라 총리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보통 중국의 주석은 국방이나 외교를 맡고, 내치나 경제는 국무원 총리가 나눠서 역할 분담을 해왔는데요. 이 때문에 경제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정상 외교 행사에는 주로 총리가 참석해왔습니다. 2008년부터 한·중·일 정상회의가 정례화된 이래 중국의 주석은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3국 정상회의에는 총리가 참석하는 것이 관례화됐습니다.

진행자) 3국 정상의 공동 언론발표 내용 좀 더 살펴보죠.

기자) 네, 3국 정상들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3국의 공동의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국제 질서와 가치에 따른 정치, 외교적 수단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역내에 장기적인 안전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또 3국 간 교역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3국 정상 간 만남에서 북한 문제 외에 또 다른 주요 화두는 자유무역 문제였습니다. 현재 3국의 교역액은 세계 전체 규모의 5분의 1에 달하는데요. 리커창 중국 총리는 세 나라 간 자유무역협상(FTA)을 가속화하고 함께 지역의 안정과 평화 번영을 추구해가자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경제공동체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은 더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원칙에 따른 공평하고 공정한 무역을 추구하는 자유무역협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3국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동의 자유무역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세 나라는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고, 환경보호와 해양 쓰레기 분야에서도 협력해나가기로 했고요. 과학기술과 인적 교류 등의 활성화도 도모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3국은 청소년 만화대회를 비롯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행사들을 개최할 것이라고 리커창 총리는 밝혔습니다. 또 중국은 내년을 3국 과학기술의 해로 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3국 정상회의가 2년 연속으로 개최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3국은 앞으로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해나갈 것이며, 3국의 협력을 통해 양자관계는 물론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또 다음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개최된다면서 차기 의장국으로서 3국 협력의 성과가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도 좀 살펴볼까요?

기자) 네, 올해는 3국이 협력 관계를 맺은 지 20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아베 총리도 세 정상이 지난 20년간의 협력 과정을 평가하고, 향후 10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 매우 뜻깊은 회의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북한에 피랍된 일본인 문제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두 정상들에게 지원과 협력을 요청하고 일본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얻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던 게 한일 정상 간 양자회담이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국 정상회의 폐막 후 양자회담을 가졌는데요. 양국이 지난 몇 달, 한국인 강제징용 문제, 수출규제, 양국 간 군사정보교환협정(GSOMIA)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던 터라 이번 정상회담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진행자) 두 정상이 공식적으로 만난 게 15개월 만의 일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이후 처음인데요. 두 정상은 당초 예정 시간이었던 30분을 훌쩍 넘겨 45분여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두 정상은 교착상태에 놓여있는 양국 간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수출 규제 등 핵심 현안에서는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1월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 중 화재가 발생한 은행 옆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사태로 1천5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당국이 지난달 중순 이란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약 1천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보도된 사망자 수 중 가장 많은 겁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도 이를 확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 정책 특별대표가 23일 트위터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시로 이뤄진 대학살에 관한 로이터 통신의 보도는 국제사회가 시급히 이란 정권과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국무부는 이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진행자) 로이터 통신의 보도 내용 좀 더 살펴볼까요?

기자) 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여러 이란 관리들을 인용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달 측근들에게 이슬람 공화국이 위험에 처해있다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위를 중단시키도록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또 지난달 15일부터 약 2주간 벌어진 반정부 시위 중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사람이 1천500명에 달한다고 전했는데요. 사망자 중에는 10대 청소년 17명, 여성도 4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미국 정부가 밝힌 숫자보다도 훨씬 많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브라이언 훅 대표는 이달 초,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 반정부 시위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1천 명이 넘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훅 대표는 이란에서 나온 영상과 증언, 정보 기관의 분석 등을 토대로 이같은 사상자 수를 집계했다고 설명하며 이란 정부는 자국민을 살해하는 끔찍한 정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떻게 2주일 정도의 시위로 사망자가 1천 명 이상 나올 수 있는 걸까요?

기자) 이란 보안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등 무력 진압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앞서 훅 대사는 이란 남부 노샤르 지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시위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도로를 차단하고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들어 있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이란 매체 '타스님'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관리의 말을 인용해 1천500명 사망자 보도는 "전적으로 우스꽝스러운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란은 앞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이란 관련 보도들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해왔습니다.

진행자)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수많은 사람들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이란 정부는 서방 언론들의 사망자 집계가 잘못됐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상자 수는 물론, 몇 명이나 체포했는지 등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훅 대사는 앞서 발표에서 이란 당국이 7천 명 이상의 시위자들을 두 곳의 장소에 분산시켜 구금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본 모리야마의 보육원생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올해 태어난 일본의 신생아 수가 역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올해 태어난 신생아 수가 사상 처음 90만 명대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지난 1899년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인구 동태에 관한 통계를 시작한 지 120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입니다.

진행자) 좀 더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볼까요?

기자) 네, 일본 후생노동성이 24일 발표한 올해 인구통계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 일본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86만4천 명입니다. 이는 지난해 출생아 91만8천400명보다 5.9% 줄어든 겁니다. 일본 정부는 매년 1월부터 10월까지의 인구 동향 자료를 토대로, 그해 12월 추정치를 발표하고요. 이듬해 확정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 해 사이에 6% 가까이 출생아가 줄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는 지난 1975년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기도 합니다. 또 올해 역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자연 발생적인 인구 감소 현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망자 수가 출생아보다 얼마나 더 많습니까?

기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해 사망자 수가 올해 태어난 신생아보다 51만2천 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13년 연속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았는데요. 하지만 사망자 수와 출생아 수 격차가 50만 명을 넘은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현재 일본의 출산율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42명이었는데요. 일본 정부 목표는 1.8명입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의 수를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올해 일본의 출생아 수가 90만 명 미만대로 떨어지면서 일본의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일본에서 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출산이 가능한 연령층의 여성이 줄고 결혼하는 사람들도 계속 줄면서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의 올해 결혼 건수는 58만3천 건으로 지난해보다 3천여 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진행자)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보통 한 나라가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진행되면 사회가 고령화되고 이들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되고요. 여기에 젊은 노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저출산 문제도 실은 굉장히 심각하다고요.

기자) 네, 한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을 기록하면서 일본보다도 출산율이 낮은 나라가 됐습니다. 이는 곧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가 1명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요. 미국도 높지는 않은데요. 참고로 미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72명이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출산율이 계속 하락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한국 정부는 가임 인구인 20대에서 30대 여성 인구가 줄고 있고, 혼인 건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을 저출산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더불어 직업과 가사 노동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늘면서 출산을 기피하거나 만혼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