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서 “북, 새로운 제재 회피 기법으로 석탄 등 불법 수출”...위반 사례 140여쪽에 담겨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5일 공개한 중간보고서에 북한 선박 새별 호가 공해상에서 다른 중소형 선박으로부터 유류 제품을 옮겨 싣는 장면을 포착한 여러 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북한이 바지선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지난 4개월 간 100여 차례 석탄을 수출했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VOA가 추적한 ‘동탄’ 호는 현재 베트남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바지선을 이용해 석탄 운송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를 ‘새로운 제재 회피 기법’으로 지적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5일 공개한 대북 제재 중간보고서에서 최근 북한산 석탄이 다른 나라로 유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대거 공개했습니다.

특히 위성사진을 분석해 북한 선박 백양산 호와 가림천 호, 보평 호 등이 남중국해에서 석탄을 부선, 즉 바지선으로 옮겨 싣는 장면과 함께, 이후 이들 바지선들이 이 해역에서 멀지 않은 강커우 구의 한 항구에서 석탄을 하역하는 위성사진도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석탄을 실은 북한 선박들이 정식 절차를 거쳐 입항이 불가능한 만큼, 인근 해역에서 바지선을 이용해 석탄을 옮긴 뒤 이 바지선을 이용해 직접 운송한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 선박이 항만 기항을 피하기 위해 바지선 등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각 항만 당국은 해당 선박들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원산지 증명서와 적하목록, 선하증권 등 서류를 검토하고, 불법 품목을 운송하는 선박들은 압류와 검사, 몰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위성사진에 등장한 백양산 호 등 북한 선박 4척을 제재 목록에 추가시킬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안과 관련해 중국 당국은 지목된 바지선들이 적법한 수입 문서를 갖고 있었고, 적재 품목이 북한산 석탄이 아니었다며 북한 석탄의 불법 유입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고 전문가패널은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패널은 1개 유엔 회원국을 인용해, 북한이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 적어도 127차례에 걸쳐 93만t에 달하는 석탄을 수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71호에서 북한산 석탄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해상에서 유류 제품을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에도 새로운 기법이 활용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 선박 새별 호가 공해상에서 다른 중소형 선박으로부터 유류 제품을 옮겨 싣는 장면이 포착됐다며, 이 과정에서 주변에 적재함이 비어있는 제 3의 선박이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선박은 소형 선박이 주로 이용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켜고 있었고, 자신들을 ‘어선’이라고 속였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새별 호와 유류를 주고 받은 선박이 AIS를 끈 상태로 추적을 피하는 동안 제 3의 선박이 어선으로 위장해 의심을 피하고, 또 새별 호에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해외 깃발을 단 선박들이 북한 남포항에 직접 정제유를 공급한 의혹도 담겼습니다.

특히 베트남 국적의 ‘비엣틴 1’ 호는 올해 2월26일 남포에서 발견됐는데, 이전 출항지인 싱가포르에서 출항할 땐 한국 울산을 목적지로 신고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선박은 AIS를 끈 채 운항했고, 결국 남포로 향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총 142쪽에 달하며, 해상에서의 불법 활동 외에 대북 제재 위반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북한의 군사 협력과 관련해서는 이란과 시리아, 르완다 등이 지목됐습니다.

이란의 경우 제재 대상인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와 생필무역회사가 이란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3명의 대리인이 북한 외교관 자격으로 남아있다는 내용이 지적됐습니다.

또 시리아의 무기 중개인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북한 무기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리아 정부는 전문가패널의 문의에 기본적인 내용만 답했을 뿐 실질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경우, 과거 북한산 석탄 유입 논란에 대해 추가로 확인된 사실들이 보고서에 명시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북한산 석탄의 최종 구매자로 지목된 한국 업체 A모 사가 또 다른 북한산 석탄 수입을 시도해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2019년 1월 한국 통일부는 인천공항 세관이 만수대창작사의 미술품을 압류한 사실을 전문가패널에 보고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일부 회원들은 2018년 11월 평양 방문 후 귀국길에 이들 미술품을 구매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총 19점의 미술품 중 10점이 압류됐고, 9점은 다른 나라로 옮겨졌다고 전문가패널에 통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은 17개 나라 중 피해 건수가 10건으로 가장 많은 나라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특히 한국의 암호화폐 교환소인 ‘빗썸’은 2017년 2월과 7월, 지난해 6월, 올해 3월 등 총 4번의 공격을 받아 최소 6천여만 달러를 잃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해킹 공격으로 한국이 입은 피해금액은 약 7천2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보고서에는 지난 4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서 북한산 석탄을 옮겨 실은 이후 지금까지 공해상을 전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탄 호 사례도 담겼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탄 호의 운영회사가 소속된 베트남 정부는 이 선박이 지난 6월6일 붕타우 항 인근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문가패널에 통보했습니다.

베트남 세관 당국은 현재 이 선박을 차단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