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과 경제 발전 맞바꾸지 않을 것”

지난 2016년 9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축하하는 군민대회가 열렸다.

핵을 포기하면 북한 경제 발전을 도와주겠다는 미국의 제안이 북한 내부에선 정작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북한 내부 정치 상황 때문에 북한은 급격한 발전을 원치 않으며, 더욱이 핵 무기와 맞바꾸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을 받아들일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고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이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7일 ‘북한 내부 정치와 김정은의 핵 무기’를 주제로 한미경제연구소 KEI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이를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녹취: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 “We can’t do grand bargain with them as was made in Hanoi… That would also be destabilizing to N Korea. They cannot internalize that much aid and information from the outside world.”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을 받아들일 경우 국제 원조와 함께 외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올 위험이 있으며, 이는 북한 사회의 동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오로지 개성공단 같은 특별경제구역 등 통제된 경로를 통한 자금 유입만을 요구할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전망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특히 정통성을 중시하는 북한 내부의 특수성 때문에 김 위원장이 핵 무기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핵 프로그램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거쳐 내려오는 유훈인 만큼, 김 위원장이 원한다고 해서 핵을 포기하기로 결정한다면 북한 내부에서 정통성에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 “The nuclear program is firmly bound inside the boundaries that were set by his father and grandfather. For him to just say ‘Okay, I’m going to shed this program,’ would undermine his legitimacy internally.”

함께 토론에 참여한 패트릭 매케크린 윌슨센터 선임연구원 역시 북한 정권이 핵 대신 경제 발전의 길을 실제로 택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경제 발전을 통해 통치의 정통성 확보를 꾀하고 있지만, 북한이 한국을 앞지를 만큼 경제를 발전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녹취: 패트릭 매케크린 윌슨센터 선임연구원] “I don’t think the N Koreans really have much prospect of being able to out-South Korea the South Koreans. In that regard it will be rather challenging for him to provide comparative legitimacy via the economic route.”

오히려 경제 발전 시도는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매케크린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매케크린 연구원은 또 대북 제재가 상당 수준 완화되더라도 현재 북한의 현실적 한계 때문에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고 실제 경제를 발전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패트릭 매케크린 윌슨센터 선임연구원] “even with substantial sanctions relief, given the limitations of North Korean economy, infrastructure, telecommunications, property rights. There’s a whole host of reasons why North Korea is not ripe for investment.”

이처럼 경제 발전을 원하지만 정작 받아들이기는 힘든 모순된 상황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는 더욱 핵 무기에 집착할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 “That will be destroyed and he will be held hostage to the nuclear program and the hardline forces inside the regime.”

‘병진’의 두 축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 발전에 대한 열망은 사라지고, 북한은 점점 핵 프로그램의 인질이 되어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북한과 ‘그랜드 바겐’을 논하는 것은 수확이 없으며,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부분적 비핵화 방안을 협상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VOA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