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정치범 수용소 문제가 북한 인권의 90% 차지"

지난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 보고 세미나에 북한 인권 위원회 HRNK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왼쪽부터), 정광일 '노 체인' 대표, 찰스 육 '노 체인' US 디렉터가 참석했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에 본부를 둔 북한인권단체가 북한의 15호 관리소 ‘요덕수용소’ 수감자 명단을 들고 미국을 찾았습니다. 이들의 존재가 북한 인권의 현 주소라는 겁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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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오디오] "정치범 수용소 문제가 북한 인권의 90% 차지"

“북한 정치범 수용소, 요덕으로 사라진 180명 명단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2004년부터 8년에 걸쳐 작성된 ‘요덕 리스트’.

이 리스트는 지난 2000년 15호 관리소, 함경남도 요덕관리소에 수감됐다 3년 만에 석방된 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협회 ‘노 체인’의 정광일 대표가 한국에 있는 4명의 요덕관리소 생존자들과 기억을 되살려 함께 작성했습니다.

지난 2015년 유엔 서울사무소에 전달된 이 명단은 수감자들의 생사 여부 확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제사법재판소(ICC)제소를 목적으로 작성됐습니다.

70여쪽 분량의 이 명단에는 181명의 요덕관리소 수감자들의 이름이 적혔습니다.

이름과 체포 당시 나이, 성별, 체포 연도, 고향, 체포 이유, 현재 상태 등이 기록됐는데 수감자들의 나이는 10대에서 60대 후반까지 다양하며, 130여명이 남성입니다.

체포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탈북, 체제 비판, 반역, 연좌제, 그리고 그밖의 이유입니다.

탈북했다 북송됐거나 탈북을 시도했고, 간첩 활동을 벌였거나 체제를 비판했고, 기독교 신앙을 접했거나 전파했고, 중국에서 러시아 국경을 넘었고, 거주증명을 위조한 것 등으로 기록됐습니다.

정 대표가 제출한 요덕관리소 명단에 따르면 수감자 181명 가운데 생존자는 20여 명에 그치며, 나머지 수감자들은 대부분 관리소 안에서 영양실조, 질병, 사형 등으로 숨졌습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도 적지 않고 몇 명은 석방됐습니다.

간첩 활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요덕관리소에서 3년 간 수감 생활을 한 정 대표는 중국에서 무역을 하면서 한국 사람을 만난 것이 빌미가 되어 간첩 누명을 쓰고 체포됐습니다.

정 대표는 `VOA'에 수감자 명단을 상기시키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다시 한번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폭로하고, 남북회담이나,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전혀 거론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한번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행사를 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6월 또 다른 자료집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인권 상황 조사: 피해자 가족 증언”을 들고 미국을 방문했던 정광일 대표.

정 대표는 지난해 2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계기로 3개월 동안 1대1 면담을 통해 정치범 수용소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을 모았고, 증언사진집을 발간해 유엔과 미국정부에 전달했습니다.

당시 정 대표는 미-북 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다뤄주기를 희망하고 피해자들의 생사 여부 확인과, 생존권 보장을 목적으로 작성했었습니다.

요덕관리소 수감자 명단을 들고 미국을 다시 찾은 정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북한 인권을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완전히 달라졌어요. 회담을 한다고 하고, 정치범 수용소 문제 거론하고 싶어서, 10명의 수감자 명단을 백악관에 전달해 줬는데, 전혀 그런 문제는 거론되지 않고, 오히려 김정은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는데, 저희들은 유감을 표시합니다.”

정 대표는 정치범 수용소 문제가 북한 인권의 90%를 차지한다고 강조합니다.

체제를 비판했다고 체포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종교를 접했다고 체포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먹고 살려고 나라를 떠난 것을 범죄자로 보는 것은 인간의 생존권을 짓밟는 것 등 수용소에서는 인권침해가 종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제라도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정광일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알렸습니다.

지난 1일 워싱턴의 민간단체 코리아 클럽이 주관한 행사를 통해서 였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발표] “왜 정치범 수용소에 가게 됐고, 수용소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1999년에 무역회사에 다니면서 중국에 자주 다녔습니다.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됐고, 한국 사람과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고 북한 보위부에 체포됐습니다…”

정 대표는 보위부에 체포돼 9개월 동안 심문과 고문을 받은 탓에 75 킬로그램이었던 체중이 반으로 줄고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수감자들에게는 작업량이 주어지고 수행하지 못하면 굶게 된다며 영양실조로 매일 시체실에 사람이 쌓여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그런 사람들 화장실 옆에 사체실..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살마들을 쌓아 놓다 보니까, 화장실 갈 때마다 신음소리가 났습니다. 밤새 거기서 얼어 죽은 거죠. 그 사체가 밤새 얼어죽은 사체가 겨울에는 묻는 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묻으려고 하면, 나무 벌목을 못한다고 묻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게 되면 가족들의 삶도 힘들게 된다는 말을 듣고 살아서 나가기 위해 열심히 일을해 수용소의 반장을 맡기도 했다며 반장에게 주어지는 수감자 명단이 요덕리스트 작성의 근간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침내 2003년 4월 12일 석방됐고 12일 만에 탈북한 정 대표는 15년이 지났지만 당시 고문 피해와 수용소에서의 경험이 아직도 정신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체포 이유와 과정에서부터 탈북, 그리고 북한 인권 운동가로서의 활동을 소개한 정 대표에게 청중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에서부터, 북한 내 정보 유입 활동에 대한 질문들이었습니다.

청중은 정 대표의 답변을 통해 민간단체의 대북 정보 유입의 변화 상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정보 유입 활동을 시작한 `노 체인'은 장마당으로 들어가는 보따리상을 통해 정보를 유입했고 2015년부터 북한의 국경감시를 피해 드론을 날렸습니다.

2016년에는 북한에 드론을 보내려다 중국에서 체포되면서 2017년부터는 풍선을 띄우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바다로 물병에 쌀을 담아 USB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참석했습니다. 한미나눔재단의 나승희 박사, 미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인 오공단 박사, 터프트대학 프레처스쿨의 이성윤 교수,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 정보국 전직 관리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성윤 교수는 두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1990년대 말 북한의 대기근이 북한 정부의 고의적 굶주림이라는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내용과, 최근 스페인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반북단체 ‘자유조선’이 김 씨 부자의 초상화를 깨는 모습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대기근 당시 북한은 군수물자 창고를 풀지 않았다며, 정권유지를 위해 주민의 아사를 방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대표는 자유조선의 동영상은 주민들에게 충격이 될 것이라며 북한으로 영상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성윤 교수는 `VOA'에 북한 인권 문제는 지난 70년 간 지속되는 반 인도범죄라며 정 대표의 수감자 명단은 실제 인간을 폭행하고 수감시키고 굶겨 죽인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과거에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북한 인권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10월 9일 최초의 북한 핵실험 이후에는 다시는 거론하지 않고 핵 협상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 후 트럼프 행정부 역시 북한 인권 제기는 핵 협상의 장애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됐습니다. 북한이 외교정책을 펼치고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진정한 비핵화나 개혁하는 하나의 표시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치범을 석방시키고 관리소를 폐기하고 그러한 사인이 진정한 북한의 개혁이나 개방이나 비핵화의 신호라고 봅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