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에 계속 거리 둘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

  • 윤국한

24일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도착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 앞에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내일(25일)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앞으로도 계속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거리를 두려 할지 여부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와 북-러 경제협력에 관해 얼마나 강한 지지를 표명할지도 관심사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과 러시아의 이번 정상회담은 8년 만에 열리는 건데요, 북한의 관심사에 대해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까요?

기자) 그런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국제 문제에서 미국과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 사실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자극하는 일은 피하려 할 것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건, 유엔의 제재 완화를 위한 도움을 요청하려는 목적이 가장 큰 것 아닌가요?

기자) 제재 문제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지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또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결정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나선다고 당장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건, 제재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큽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말고도 다른 선택이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김정은 위원장이 모색하는 `새로운 길’의 신호탄이 될까요?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염두에 두고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라는 관측은 분명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회담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미국의 입장 변화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의 결과에 따라 `새로운 길’로의 전환을 서두르거나 늦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가능성이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러 간 밀착은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시 주석이 이르면 다음달 방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 이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미-북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좀더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협력이나, 러시아의 대북 지원이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요?

기자) 러시아와 북한은 철도와 전력, 가스관 사업, 라진-하산 프로젝트 등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러시아 대표단에 교통장관과 철도공사 사장, 에너지부 차관 등이 포함된 것은 이들 사안이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당장 이들 분야의 협력에 나서기 보다는 비핵화의 진전과 연계해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진행자) 제재와 무관한 대북 경제적 지원은 어떤가요?

기자) 러시아는 중국 보다는 대북 지원에 적극적입니다. 지난 2012년 김정은 위원장 집권 직후 옛 소련에 대한 북한의 채무 110억 달러 중 90%를 탕감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유엔 기구 등을 통한 대북 식량 지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만도 2천t이 조금 넘는 밀을 북한에 지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소 큰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관심이 큰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체류 문제도 적극 검토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그렇게 되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이 되지 않을까요?

기자) 러시아나 중국의 대북 지원은 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지만, 두 나라의 경제 지원이 북한의 경제발전에 동력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협상으로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정상국가’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