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비어 전 부차관보] "3차 미-북 정상회담 '몇달내' 어려워…서로 양보 의지 없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바람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미-북 협상이 당장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4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북 간 입장 차이가 크고 양측 모두 양보를 감수해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미 정부의 대북 압박이 현재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는데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를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 미-북 협상이 교착 상태입니다. 지금 두 정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가장 궁금한데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두 정상 모두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하노이 정상회담에 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협상 능력,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 자신만의 독특한 외교 방식으로 김 위원장과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김 위원장 역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하노이에서 두 정상은 그게 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걸 일찍 깨달았습니다. 결국, 서로 오판을 한 거죠. 따라서 양측 모두 지금은 한발 물러서서 호흡을 가다듬고, 이번 실패를 바탕으로 각자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을 겁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빅딜'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었다"고 결렬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여전히 '빅딜'이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인가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내 다른 관리들과의 바람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노딜'을 선택한 것은 먼저 북한이 너무 과도한 요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또 대통령의 모든 참모가 이를 수용하지 말 것을 조언했던 이유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참모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어떤 합의나 타협을 북한과 할 용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미 재무부가 중국 기업에 단행한 추가 제재를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으려 한 것으로 보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재 문제 등을 놓고 대통령과 참모들 간 긴장과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자) 오는 11일 미-한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한국 정부는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미국 측이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저는 미국 정부가 이미 그런 접근을 고려했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존중하고 경청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집중했다면 북한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았을 거라고 믿습니다. 즉, 빅딜이든, 단계적 접근이든, '살라미' 방식이든,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핵심 요소들을 포기할 의향이 없다는 겁니다. 미 정부 관리들은 이미 이 점을 인식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경청하는 것 이상의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은 어떤 형태의 부분적 합의도 결국 '살라미 전술'로 바꾸려 할 겁니다. 그게 그들에게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폼페오 장관은 최근 미-북 정상이 “몇 달 안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앞서 말했듯이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두 정상 모두 현재 외교의 창을 열어두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또 이 문이 닫히거나 무너지면 강력한 수사와 물리적 대치 상황까지 언급됐던 2017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걸 양측 모두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도 그런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폼페오 장관도 이런 측면에서 외교관으로서 그저 '외교의 문이 열려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외교관으로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기자) 미-북 간 협상이 재개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리비어 전 부차관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쪽이든 다시 만날 의지를 표명하며, 여러 옵션과 가능성을 모색하고, 유연성의 여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당장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패하지도 않았습니다. 미-한 연합훈련도 축소나 유예됐습니다.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적인 관심도 받았고, 최근 미-한 동맹의 이상 징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에 구멍이 드러났고요. 솔직히 이런 상황이 김 위원장에겐 나쁠게 없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노딜'을 선택함으로써 결단력을 보여주며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또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상태고요. 즉 양측 모두 당장 양보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대통령의 참모라면 '압박'을 더욱 강화해 북한의 양보를 끌어내라고 조언할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 정부는 아직 '최대압박'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나 태양절을 맞아 대미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어떤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김 위원장은 일단 국내 정치를 고려해 '강경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미국의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에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제가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미사일 발사나 폐쇄한 것으로 알려진 시설에 대한 복구 등과 같은 어떤 행동을 시사하는 발언을 할 지입니다.

기자) '톱다운' 대북 협상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서 뭔가 이뤄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딜 메이커'로서 자신의 협상 능력을 믿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김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톱다운' 방식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북한의 대답을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대북 협상, 북한 외무성의 성명, 매체 보도 등을 통해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어쨌든 대답을 얻었기 때문에 톱다운 방식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겁니다. 이제 미국 정부가 할 일은 북한이 다른 대답을 내놓도록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그러나 김 위원장과 가장 많이 접촉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장관 모두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여전히 믿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비어 전 부차관보) 앤드류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도 김 위원장과 시간을 보냈던 사람인데,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습니다. 저 역시 일부 미국과 한국 관리에게 김 위원장이 정확히 어떤 말로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를 약속했느냐고 물었는데, 긍정적인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또 북한은 지금도 관련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로부터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박형주 기자의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