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비건 특별대표 평양 방문 이후 관심 커진 미-북 '빅 딜'

  • 윤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미북정상회담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에서 핵심 관심사는 이른바 `빅 딜’ 성사 여부입니다. 미국은 영변 핵 시설의 폐기와 사찰을 포함해 전반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 이후 미국과 북한이 `빅 딜’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요?

기자)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이 그런 관측을 촉발했습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평양 방문에 대해 “뭘 주고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협상이라기 보다는, 서로 뭘 요구하고 있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터놓고 얘기하는 유익한 기회였다”고 말했습니다. 미-북 양측이 핵심 쟁점 전반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제시하는 자리였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빅 딜’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건가요?

기자) 영변 핵 시설의 폐기와 사찰을 넘어,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제공할 상응 조치들의 조합과 이행 시한 등을 정한 `로드맵’에 합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양측이 로드맵에 합의하면 비핵화의 큰 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협상이 좀더 원활한 가운데 속도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게 뭘 요구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북한은 일찌감치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에 대한 사찰을 약속한 상태입니다. 또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 시설을 포함한 모든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도 약속했습니다. 비건 특별대표에 따르면 북한은 여기에 추가적인 조치, 이른바 `플러스 알파’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되기까지는 그 밖에도 여러 단계가 필요하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전체 핵과 미사일 목록 신고, 핵심 시설과 장소에 대한 검증, 그리고 궁극적으로 핵 분열물질과 무기, 미사일, 발사대 등의 제거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과거, 미래의 핵을 모두 폐기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이 것들은 앞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로, 이번에 요구하지는 않을 방침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이미 약속한 조치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모두 실행에 옮기는 건가요?

기자) 미국의 상응 조치에 달려 있습니다. 이들 조치들의 실행과 상응 조치에 대해 양측이 합의하면 그 것이 `빅 딜’입니다. `빅 딜’과 상충되는 개념이 `스몰 딜’인데요,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에만 합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폐기를 제시하고 미국은 종전 선언에 서명하는 것이 사례가 될 겁니다.

진행자) `빅 딜’과 관련해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는 무엇인가요?

기자) 제재 해제입니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미-북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있던 건 이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양측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요, 하노이 정상회담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종전 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를 상응 조치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재 완화에는 부정적입니다.

진행자) 제재 완화나 해제가 상응 조치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과 북한이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요?

기자) 미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남북한의 경제협력 사업을 제재의 예외로 폭넓게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있는데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이 이런 맥락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이른바 `플러스 알파’를 언급한 건 제재 해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일 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은 ICBM과 일부 핵무기 폐기를 플러스 알파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조치이지만, 제재에 관한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북한은 실무 협상이 아닌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플러스 알파를 제시하면서 담판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다음주 열리는 미-북 실무 협상에서는 정상회담에서 발표할 공동성명의 문안이 확정되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측은 지난주 평양 협상에서 상대에게 바라는 것들을 자세히,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밝힌 상태입니다. 이를 토대로 다음주 협상에서는 “입장차를 좁히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게 비건 특별대표의 설명입니다. 현재 미국과 북한 모두 `빅 딜’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